허브나라 이야기 - 한국 최고의 생태 정원, 그 20년간의 메이킹 스토리
이두이 지음, 이지인 그림 / 반비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귀농이라고 하는 꿈은 대부분의 도시 직장인들이라면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봤을… 어찌보면 로망이라고 하겠다. 나또한 귀농(이라기보다 전원생활 이지만…)을 진지하게 고민해 본적도 있었고, 이것저것 재어본 적도 있었지만 쉽게 결정할만한 사항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TV에서는 장미빛 귀농 생활을 참 많이도 방영하지만 그들은 성공한 사람들일 뿐이다. 그리고 TV는 그들의 성공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기에 그 이면에 도사린 실패에 대한 위험성과 그 성공이 있기까지의 힘든 과정들은 자세히 알기 힘들다.

그런데 이 책을 만났다. “그림 같은 농사짓는 정원사 가족의 향기로운 시골 생활” - 이라는 책에 붙어있던 라벨의 소제목이 더 근사해 보여서 마음에 들었던 책이다. 처음엔 의심도 해봤다. TV에서 자주 보이는 상투적인 성공한 귀농 이야기는 아닐까…? 하는 의심을 말이다. 하지만 그도 잠시고 책을 읽어보니 그저그런 종류의 성공 귀농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한 가족의 귀농에 관한 에세이다. 지금은 꽤 알려진 허브나라(허브농원)를 키워내기로 결심하게 되는 순간부터 실패를 겪고 고생스러운 개발의 단계를 넘어 지금의 ‘허브나라’라 있기까지 20여년간의 공들여 키워낸 과정들이 시간대별로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 속에 글쓴이의 가족사가 함께 담겨있음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글쓴이가 전문작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책속의 문장들은 유려하기 짝이 없다. 편안히 읽을 수 있는 문장들이어서 술술 읽혔다고 해야 하나…? 게다가 삽화를 그린이는 글쓴이의 딸이더라. 글도 그림도 참 따뜻한 느낌이어서 읽는 내내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를 않았던 책이다. 가족이 함께 걸어왔던 그 길들이 다큐멘터리나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펼쳐지는 듯 했다. 능청스레 자기자랑도 하고, 가족자랑도 하고… 허브나라의 주력 상품들을 소개하기도 하지만 큰 줄기는 허브나라의 일대기였다.

처음 허브농장을 만들어보겠다고 결심하게 된 일본 치바현의 ‘허브 아일랜드’를 찾았던 이야기… 매스컴을 타면서 유명해지고, 오히려 마을사람들과 문제가 생겨서 고발당했던 이야기 등등 그들이 걸어갔던 길은 가시밭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 싶을 정도로 많은 어려움들이 있었다. 처음 함께 하기로 했던 지인들은 끝없이 들어가는 돈들과 농장 일을 감당하지 못해 하나둘 떨어져 나가고 결국 그들만 남았고, 셋째 언니네가 시골에서 살아보겠노라 이사오기도 했었지만 3개월만에 떠나버렸다고 한다. 하지만 글쓴이는 그때마다 가족이 힘을 합하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서 헤쳐나간다.

농원의 이름인 허브나라는 아들이 지어줬다 한다. 그렇게 예쁜 이름을 얻고 정식 농원으로 탄생한 것이 1995년 5월 1일. 그 후로 참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 그 세월을 글쓴이는 고스란히 이 책 속에 담아 넣었다. 남편은 아직 직장에 다니고 아들과 딸은 공부를 하고 있기에 홀로 먼저 시작한 농장 가꾸기는 참 힘들었다는 투덜거림, 그 곁을 지켜주었다는 진돗개 귀인이와 그 부인 귀돌이 이야기가 중간에 나와서 살짝 웃고 만다. 자신이 농장을 가꾸면서 있었던 일들에 대한 일종의 회고록..? 아니면 일기장…? 비슷한 글이다. 스스로 찍은 사진들도 함께 있어서 더 읽는 재미가 있는 듯.

그렇게 그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한달음에 다 읽어졌다. 원래도 책을 빨리 읽는 편이기는 하지만 이 책은 더 쉽고 재미있게 읽혀지더라. 마침 얼마 전 남편이 귀농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농담처럼 던졌던 터라 더 몰입되어 읽었던 듯도 싶다. 다 읽고 나니 느껴지는 바가 참 많기도 하다. 그저 막연히 생각하던 귀농이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제대로 귀농에 성공하고 싶다면 얼마나 많은 노력과 돈과 시간을 들여야만 하는지 알 수 있게 해주더라. 글쓴이가 말한 것처럼 노력한 만큼 얻는 것이 귀농의 본질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먼 일이라 생각했던 귀농이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자료를 모으고 꼼꼼히 계획부터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우선은 이번 주말에 남편과 함께 꽃집에 들르고 싶다. 현재 둘째를 가져 몸이 무거운 관계로 허브나라에는 가보지 못하지만 책에서 소개했던 캐모마일과 베르가모트를 집안에 들여놓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다. 귀농에 대한 걱정이나 조금함은 잊어버리고 우선은 그 허브들의 향기에 묻혀서 기분 좋은 주말을 먼저 맞이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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