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생 선생님의 동화는 따뜻함이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이루는 문장들은 정겹기만 하다. 전에 읽고 감동에 감동을 거듭했던 <강아지똥> 이후에 읽게 된 이 이야기는 그림 또한 특이하고 너무 귀여워서 참 마음에 들었었다. 그림이 어땠느냐하면 거친 삼베천 위에 유화 물감을 써서 그린 듯한 느낌의 차분하고 은은한 느낌의 그림이었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이야기의 시간들이 대부분 밤이어서 그랬는지 푸른 달빛이 은은하게 비추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더라. 추운 겨울 어느 밤. 새앙쥐 한마리가 곤히 자고 있는 황소 아저씨의 등을 타고 넘어 구유로 향하려고 한다. 하지만 갑자기 등이 간지러웠던 황소 아저씨가 그만 꼬리로 새앙쥐를 세차게 후려쳐 버린다. 어이쿠 외양간 바닥에 내동댕이 쳐진 새앙쥐는 어떨떨하다. 꼬리에 무언가 부딪혔다는 것을 안 황소 아저씨는 누구냐고 묻는다. 황소 아저씨가 무서운 새앙쥐는 조그맣게 대답한다. “저어…… 새앙쥐예요. ” 그리고는 엄마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동생들 먹일 것을 찾아나섰노라 사정한다. “먹을게 어디 있는데 남의 등을 타넘고 가니?” “저쪽 아저씨 구유에 밥 찌꺼기가 있다고 건넛집 할머니가 가르쳐 줬어요. 앞으로는 아저씨 궁둥이 밑으로 비잉 돌아갈 테니, 제발 먹을걸 가져가게 해 주세요.” 새앙쥐는 오들오들 떨면서 사정을 했어요. “그랬댔니? 그럼 얼른 구유 안에 있는 거 가져가거라. 동생들이 기다릴 테니 내 등때기 타넘고 빨리 가거라.” “아저씨, 참말이어요?” “그래그래, 참말이잖고.” 저렇게 말 한마디한마디가 권정생 선생님 특유의 말투들이라서 읽으면서 어찌나 정겨운지… 게다가 잠자는 것을 방해한 새앙쥐에게 화 한번 안내고 동생들 기다린다며 자신의 등을 타넘어도 좋다 말해주는 황소 아저씨의 넉넉한 마음씨에 함께 마음이 따뜻해진다. 한번에 가져갈 수 있는 양이 적어서 열네번이나 아저씨의 등을 타넘은 새앙쥐는 아저씨에게 미안하기만 한데 황소 아저씨는 내일 또 오라 말해준다. 새앙쥐의 동생들이 볼볼거리며 기어다닐 수 있게 되자 황소 아저씨께 고맙다 인사드리러 간다. 아저씨 만날 때 지저분한 얼굴 보일라 고드름을 녹여 얼굴을 닦는 모습이 귀엽기만 하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 황소 아저씨는 이제 그 멀리까지 가지말고 자신과 함께 지내자 해 주신다. 새앙쥐들은 그렇게 황소 아저씨와 함께 따뜻한 겨울을 나게 된다. 권정생 선생님께서는 돌아가셨지만 그 분의 마음만큼이나 따뜻하고 정겨운 이 동화들은 앞으로도 계속 아이들에게 따뜻한 마음씨를 알려주면 오래도록 읽혀질 것이다. 몸이 많이 아프시고 힘드셨던 상황에서도 이렇게 예쁘고 따뜻한 이야기를 쓰셨던 권정생 선생님을 기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