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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을 길들이다 ㅣ 과학과 사회 10
베르나르 칼비노 지음, 이효숙 옮김 / 알마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통증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우선은 통각. 감각으로서 몸에 느껴지는 생물학적 물리적인 그런 의미의 통증이 나는 먼저 생각난다. 하지만 이런저런 책들을 읽다가 보면 다른 통증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사고로 잃어버린 팔이나 다리가 절단되어 몸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팔이나 다리가 있었던 곳에 아픔을 느끼는 현상이다. 종종 그런 현상들이 있다고 하는데 그런 것들 덕에 더욱더 헷갈릴 수밖에 없다. 통증이 감각인지, 아니면 감정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다만 그 통증이라는 것은 그것이 감각이든 감정이든 간에 사람들이 거부하는 고통스러운 종류라는 사실은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하리라. 그러한 통증에 대한 책이 나왔다. 바로 이 <통증을 길들이다>. 물론 대부분의 일상 생활에서는 잊고 살지 모르지만 실제 조금이라도 다치거나 배만 아파도 그 통증이 얼마나 견디고 싶지 않은 종류의 불유쾌한 감각인지는 나도 안다. 다만 그 통증이 내것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겠지. 하지만 병이나 사고에 대해서 완전히 벗어나지 않는 한은 누구나 어느 순간 마주칠 수 있는 것이 바로 통증이다.
이 책은 그 통증이라고 하는 것은 단편적이 시각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의사, 과학자, 철학자, 종교인, 간호사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이 말하는 통증에 대해 알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다. 물론 책의 내용은 어렵다. 몇번씩 읽어도 이 말이 뭐였는지 기억이 나지를 않아서 앞서 읽었던 내용을 다시 한번 찾아본 적도 참 많다. 하지만 미지의 것 - 자신이 지금까지 모르고 있던 것들을 알아가는 소소한 재미는 그 어려움을 딪고 고심하면서 한번 더 읽게 만들더라.
감각생리학에서부터 심리학까지, 노시셉션으로부터 통증 지각까지, 감각에서 감정까지 통증에 관한 현재의 개념 속에서 통증은 중추신경계에서 통증의 중심에 의해서가 아니라 많은 경로들과 구조들에 의해 발효되는 다요인적인 과정으로 나타난다. 이 개념은 다양한 유형의 통증들 간의 차이를 좀 더 잘 이해하게 해주고 물리치료, 약리학, 심리학 등의 다양한 수단을 더 효과적으로 결합하면서 통증 치료의 전반적 접근을 용이하게 한다.
- p.40-41
개인적으로는 두번째 장인 <통증을 밝히다> 라는 파트가 가장 흥미로웠다. “철학과 통증”, “유대-기독교 전통에서 본 통증”, “문학과 통증”으로 구성이 된 이 <통증을 밝히다>라는 장은 각각 철학, 종교, 문학이라는 서로 상이한 분야에서 통증이라고 하는 것을 보는 관점들을 읽을 수 있었던 파트여서 통증에 대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 병에 의해 동반되어지는 고통에 대해 “그 아픔을 잊을 수만 있다면 눈이 보이지 않고 귀가 들리지 않아도 좋다고 절규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며 피를 토하듯 외치던 장면이 생각이 났었다. 통증이 사람에게 얼마만큼의 고통을 안기는지는 당사자만이 알 수 있겠지만 그 통증에 대해 다각적인 측면으로 접근하면서 알아본다는 것은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이해와 존중으로 이어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통증에 대한 우리의 첫 번째 무기는 존중이다” 라고 말한 이 책의 공동 저자인 마르탱 빙클레르의 말처럼 통증을 호소하는 이를 존중할 수 있으려면 먼저 통증에 대한 이해가 먼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통증에 대해 다각적으로 이해해보기를 원하는 분이라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기를 권유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