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여턴 스프링스 이야기
앤디 앤드루스 지음, 이종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마크 빅터 핸슨 인가…?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의 공동저자라는 사람이 “이 책의 첫장을 넘기는 순간, 당신은 배꼽을 잡고 땅에 쓰러질 것이다” 라고 말한 것처럼 폭발적으로 웃음을 선사하는 책은 아니다. 나도 모르게 그냥 피식~ 하고 만족스럽게 웃을 수 있는 그런 이야기이다. 때로 어떤 에피소드는 살짝 눈에 눈물이 핑 도는 조금은 감동적이기도 한… 책을 읽고 난 후에도 만족스러움에 그냥 기분이 좋은 그런 책.

이 책의 배경인 소여턴 스프링스는 실존하는 미국의 작은 마을이라고 한다. 그것도 저자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 마을 신문이 있고, 그 신문에 실릴 소소한 모든 이야기들을 신문이 발간되기도 전에 온 마을사람들이 알고 있는 그런 작은 마을의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이 이 책의 내용이다. 소소하게 이어지는 에피소드들이 정겹기만 하다.

전에 읽었던 아사다 지로의 <가스미초 이야기>가 문득 생각이 나는 이야기였는데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둘 다 아련한 옛날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해주는 그런 책이어서 그런가 보다. 그래서 더 정겹고 읽을수록 자기도 모르게 그냥 가슴이 따뜻해지는 그런 이야기이다. 스펙타클 하거나 반전이 있다거나 코믹하다거나… 그런 장치들은 전혀 없지만 그냥 읽는 재미가 있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역시나 외국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우리 나라의 실정이나 문화와는 좀 틀려서 웃음의 코드도 조금은 틀린 모양이다. 첫 번째 에피소드였던 저자의 소년시절 야구부 이야기에서 새로 온 심프슨 코치의 L을 R로 발음하는 것이 박장대소를 할 정도로 재미있었던 이야기였던 모양인데 나에게는 복닥복닥 아이들의 모습들이 귀여워 슬며시 웃음이 나는 정도였을 뿐이었다. 왜 그렇게 우스운 일인지 알려주기 위해 번역부분을 잘 해놨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리고 또 인상 깊었던 다른 사건 하나는 소여턴 스프링스에 눈이 와서 4~9 센티미터 가량이 쌓였던 사건이었는데 교회에 있던 사람들이 그 눈을 보고 패닉 상태에 빠져버린 것이다.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야 그정도야 뭐… 하겠지만 그쪽 지방에서는 굉장히 드문 일이었던 모양이다.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에 패닉상대에 빠진 어른들이 서로 싸우게 된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그 싸움을 잠재운 것은 다섯살짜리 어린 아이였다. 그 아이는 어른들을 피해서 의자 밑에 기어들어가서 자기가 좋아하는 캐롤을 불렀고 어른들도 아이와 함께 다같이 노래를 부르며 사태가 나아지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어린 아이가 다시 피워 올린 불꽃이었다. 그것은 우리가 얼마나 서로를 사랑하는지, 또 얼마나 상대방를 배려하는지 일깨워주었다.
내가 어머니의 무릎을 베고 잠이 들려는 순가, 마지막으로 들은 것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노랫소리였다. 부모님의 목소리는 잠이 들려는 아이들을 안고 있는 다른 부모들의 목소리와 뒤섞였다.
“오, 바깥 날씨는 끔찍하지만 우리의 불꽃은 너무나 아늑해. 우리는 더 이상 갈 곳도 없으니, 눈이여, 내려라, 내려라, 내려라!”
p.207-208

작가에세 소여턴 스프링스는 독특한 특징을 갖고 따뜻한 사랑, 좋은 기억을 품고 있는 장소이다. 읽는 내내 그가 그곳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곳의 사람들이 얼마나 선량하고 따뜻한 사람들인지… 기분좋게 알아가며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그런 책이었다. 책을 덥고 나서도 느껴지는 온기에 그냥 기분이 좋아지는 소여턴 스프링스라는 작은 마을의 이야기… 가볍게 한번 읽어보면 같이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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