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요새 세상 살기 힘들다. 내가 학생 시절일 때에도 분명 경쟁을 있었지만 지금만큼 힘겹고 치열하지는 않았었던 것 같다. 이런 극악한 상황을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주도해 나가고 있는 현 정부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지만 조금도 나아질 바가 전혀 보이지 않아서 항상 마음이 불편하다. 요새 뉴스는 보고 싶어지지 않다. 권력자들의 손에 놀아나는 대중매체를 보면 정말 답답하다 못해 짜증이 난다. 하지만 누군가 그랬던 것으로 기억한다. 세상이 점점 더 나빠지는 것은 나쁜 사람들이 늘어나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착한 사람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라고 말이다. 이 <철학하는 김과장>은 처음에는 그냥 일반의 자기 계발서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요새 정말 많은 자기 계발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정작 내 마음에 드는 것도 없고 마음에 와닿는 것도 별로 없던 상황에서 철학으로 인생을 논하는 생각보다 독특한 형태를 취하고 있는 이 책이 내 눈길을 끈다. 보통의 자기 계발서들이 주장하는 현재를 도태되지 않고 남들보다 뛰어나게 살아가기 위한 생존론 쪽에 치우쳐져 있었다면 생각보다 깊이있는 철학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 책은 인간의 삶에 대한 정신적인 질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철학은 내가 보기에도 좀 힘들다. 철학자들 나름대로의 이유와 주장이 있겠지만 전문 철학서를 읽다보면 정말 머리아프게 힘든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그런 철학을 쉽게 풀어내고 있다. 어떻게 쉽게 풀어내는가 하면 그 자신 또한 현재의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의 직장인으로서 그저 일상을 영위해 나가기만 해도 부딪히게 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토대로 하여 관련된 철학을 근거로 논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의 가장 고질적이고 악질적인 질병 가운데 하나인 인간 소외에 관해서는 산업혁명 이후의 고도산업사회와 대중소비사회에 이르러 인간이 생산요소로 간주되며 인간의 정신이 점점 더 소외되어 가고 있는 점을 인간의 이성적 사유활동을 강조한 아리스토텔레스에서 그 해결점을 찾으려 한다. “이처럼 인간 소외란 ‘인간이 주체적인 정신적 실체라는 자신의 본질로부터 멀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인간이 생산요소로서 대상화되고 수단화되는 산업사회에서 인간은 그 정신적 실체로서의 본질을 부정 당한다. 이것이 현대사회가 갖고 있는 모순의 핵심이다. 위대한 객관적 정신을 본질로 갖고 있는 인간이 그 주체성과 존엄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무기물이나 유기물과 같은 하나의 사물로서 취급됨으로써 정신적 질식 상태에 빠지는 것이 바로 인간소외인 것이다. 인간을 물질로 취급하는 대상화사회를 극복하지 못하는 한 인간은 주체적인 정신적 실체라는 자신의 존재를 회복할 수 없다. 인간은 대상화사회를 극복해야 한다.” p.34~35 물론 쉽게 풀어놨다고 하나 철학이라고 하는 분야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지루해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인생이나 주변의 사회적 현상들을 철학으로 풀어낸 이런 책… 한번쯤은 읽는다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충실한 주석들을 각 페이지에 두고 있기 때문에 어렵고 모르는 단어에 대한 두려움은 치워도 될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어보니 천천히 아리스토텔레스나 하이데거에 관한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생각보다 어렵지만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