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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트 - 인간의 행동 속에 숨겨진 법칙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 지음, 강병남.김명남 옮김 / 동아시아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NUMBERS 라고 하는 미국 드라마를 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이 책을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FBI 수사관인 돈 엡스를 형을 둔 천재 수학자 찰리는 통계학을 근거로 하여 수학으로 점죄자들의 행동패턴을 분석해서 그들이 어떤 행동으로 나올지를 예측해서 형을 돕는 그런 내용을 다룬 드라마이다. 왠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 라고 생각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드라마를 직접 보면 단순한 허구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벌써 시즌 6까지 나왔으니 그 인기도 알만하다.
나 또한 남편이 즐겨보는 그 드라마를 옆에서 잠시 보았다가 아예 팬이 되어서 계속 보게 되었다. 하지만 드라마라고 하는 특성상 워낙에 극적인 상황이나 비약도 많았기에 그 말들을 전부 다 믿지는 않았었다. 머리 한 구석으로 “아, 이건 그냥 TV 드라마일 뿐이니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냥 즐겼을 뿐이었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읽게 된 이 [버스트] 라고 하는 책은 그 동안에는 그냥 아무 생각없이 신기하게만 생각하면서 보기만 했던 NUMBERS의 찰리가 매회 마다 끊임없이 분석하고 있는 인간의 행동양식에 대한 분석에 대해서 진지하게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결국 나에게 주말 온종일을 이 책을 읽는데 고스란히 투자해 버리고 말게끔 만들더라.
저자인 A.L.바바라시는 네트워크를 과학의 대상으로 보면서 어떻게 생겨나며, 어떤 모양으로 생겨있고, 어떻게 진화하는가를 다룬 [링크] 라고 하는 책으로도 명성이 자자한 사람이었는데 이번의 이 [버스트] 라고 하는 책에서는 인간 행동 양식의 법칙들을 과거의 역사적 사실에서부터 최근 현대 사회의 사실들까지 아우르며 폭넓은 분야들을 포함하여 설명하고 있었다.
그는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쓴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의 “역사는 되풀이되지 않으며 변주될 뿐이다” 라고 말을 인용하여 그 변주라고 하는 것이 예측 가능한 선상에 있음을 명시하고 인간의 행동들이 예측 가능한 부분에서부터 예측이 불가능한 부분까지도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을 책에서 말하고 있다.
그 동안 자연과학의 범위에서 이루어지던 과학적인 탐구를 그는 인간의 행동이라는 영역에 접목하여 이해하고, 묘사하고, 정량화하고, 예측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 결과물에 대한 보고서가 바로 이 책 [버스트] 이다.
하지만 그 동안 과학이 마법과도 같은 과학적 탐구를 계속해서 대단한 기술의 진보를 누렸던 것은 연구할 수 있는 데이터가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이 인간 행동 연구에 필요한 자료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얻을 수 있었을까…? 그것은 누구나가 다 알고 있는 보안 카메라나 휴대전화, GPS등의 전자기기들이 폭발적으로 보급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인한다.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위치정보나 그 외의 정보들이 어딘지 모를 곳에 저장되고 있고 그 데이터들이 바로 인간 행동 연구를 할 수 있는 자료들이 되어 주는 것이다. 저자는 그런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하여 인간의 행동을 분석하고 예측한다.
인간 행동의 규칙적 패턴들을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은 과거의 역사적 사건들 또한 책속으로 끌어들였으며 그 역사적 사건들을 설명하는 곳에서는 18세기의 영국 시인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가 문학에서 환상성을 사용하는 것을 옹호하며 말했던 “독자는 불신을 보류할 필요가 있다”는 말을 인용하여 그 이야기들이 자신의 상상력을 가미하여 이야기를 엮어냈음을 알려주면서도 상상력은 혁신의 핵심이 되는 요소라는 것을 잊지 말고, “사건이 정말 이런 식으로 펼쳐졌을까…?” 하는 의심을 잠시 보류해두기를 권하고 있다.
유려한 문장들로 인해 읽기 또한 쉬웠던 이 책은 저자의 연구진이 개발한 인간 행동 예측 알고리즘을 수백만명의 사람들에게 실험해 본 결과 단 한 사람의 예외였다고 하는 하산 엘라히와 죄르지 세케이라고 하는 16세기 무렵 교황의 십자군을 이끌었던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서 인간 행동 예측에 대한 진행 과정들을 이끌어내고 있다.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조금 헷갈리기도 했지만 마지막 부분까지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아, 나 또한 예측 가능한 인간의 행동을 해온 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왠지 씁쓸해지더라. 자신의 행동이 누군가에게 예측 가능하다고 한다면 그 사실을 그저 신기하고 기분 좋게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만큼이나 여러 산업 분야에서 쓸 수 있는 굉장히 유용한 분야이기도 하리라. 책에서 나왔던 휴대 전화 사용에 대한 연구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래도 개인적인 관점으로는 조금 씁쓸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이러한 나의 생각과는 별도로 이 책이 흥미진진한 책이었음은 변함없는 사실이라는 것을 알려두는 바이다.
** 버스트(burst)란? 복잡계 내에는 의외로 단순한 법칙이 숨어 있다. 주식 가격의 연쇄 폭등과 폭락, 글로벌 경제 현상, 어느 날 갑자기 터지는 누리꾼들의 댓글 잔치, 그로 말미암아 각광을 받은 루저, 거리로 물밀듯 쏟아져 나온 촛불 시위 군중들 등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의 이면에 오롯이 숨어 있는 법칙. 신의 손에 의해 벌어지는 듯 요동치는 현상, 그것이 바로 버스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