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 신전의 그림자
미하엘 파인코퍼 지음, 배수아 옮김 / 영림카디널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새삼 생각하는 것이지만 실제로 해결되지 못한 흉악한 사건들은 많은 문학 작품들의 모티브가 될 수 있구나… 라는 걸 느끼게 해준 책이다. 이 책은 연극이나 뮤지컬로도 많이 만들어진 1800년대 말 영국에서 벌여졌던 엽기적인 연쇄살인사건의 살인자 잭더리퍼와 고대 이집트의 신인 토트를 모티브로 한 추리소설이다.

다만 그 살인사건이 모종의 다른 거대한 음모의 표면적인 사건일 뿐이며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주인공으로 여성 고고학자인 새라 킨케이드를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 특이하다. 당시 사회의 풍조대로라면 여성은 어떤 직업을 가졌더라고 해도 터부시 당하는 시기였을 터인데도 불구하고 새라 킨케이드라는 여성은 명석한 두뇌와 자신의 전공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소유한 거침없는 현대적인 여자로 나온다.

하지만 살인사건에 어째서 고고학자가 필요한가…? 라는 소박한 의문(주인공인 새라 또한 생각했던…)이 생긴다. 겉으로 포장되어진 이유를 보자면 영국의 여왕이 원하기 때문에… 라고 하는 허울좋은 이유(물론 영국인들에게야 가장 중요한 이유겠지만)와 모든 살인사건의 장소에서 동일하게 고대 이집트의 상형문자 ‘이비스(고대 이집트의 신성한 새인 따오기)’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이 문자는 고대 이집트의 토트신을 가르키는 문자라고 하는데 덕분에 그 살인자는 ‘이집트의 유령’ 이라고 불리며 그와 관련된 단체인 ‘이집트 연맹’의 인물이 의심을 받게 된다. 한마디로 일련의 사건들이 고고학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런던으로 불려간 새라는 자신이 도구로써 이용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원래 3권의 책으로 이루어져 있었던 책을 한권으로 출판을 한 모양이다. 책을 보면 1권 런던, 2권 이집트, 3권 토트의 그림자로 이루어져 있어서 책의 두께가 상당히 두껍다. 각 권의 부제를 보면 배경이 되는 장소들을 알 수 있듯이 주 무대가 이집트이다. 어, 그러고보니 마지막권의 제목에서 이 책의 제목을 따왔구나. 이제사 그 사실을 깨닫는 나도 좀 많이 둔하구나 싶다.

승리한 다음에는 얼마나 많은 목숨이 희생되었는지 그런걸 묻지 않는 법이니까. 지나간 역사에서도 나타나 있듯이 최후에 누가 승리하는가, 단지 그것만이 중요한 점이오. 역사를 기록하는 건 항상 승자들이야. 예외는 한번도 없었어.
p. 199~200

위의 문장 하나만으로도 대변되는 권력자들의 구역질 나는 행태와 그 사건 당시의 영국의 시대적 상황까지도 엿볼 수 있는 재미를 주는 책이었지만, 추리소설의 묘미라고도 할 수 있는 막판 반전이 생각보다 약해서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3권씩이나 되는 장편의 소설은 자칫하면 지루해지거나 흥미를 잃기가 쉬울텐데도 불구하고 작가의 유려한 문장력으로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게 책의 내용에 몰입할 수 있었다.

일종의 음모론에서 시작된 이 책은 코난 도일의 홈즈 시리즈와 아가사 크리스티의 책들 이후로 흥미를 잃었던 나에게 추리소설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켜 줬다. 사실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영화 <인디애나존스>나 <미이라1, 2>와 비슷한 패턴을 보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내 마음에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작가의 다른 소설들이 있다면 찾아서 더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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