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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 한 그릇
구리 료헤이 지음, 북타임 편집부 옮김 / 북타임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구리 료헤이의 단편집이다. 구리 료헤이라는 이름은 들어봤다. 하지만 그가 [우동 한 그릇]의 작가인줄은 꿈에도 알지 못했었다. 나한테 [우동 한 그릇]이라는 소설은 굉장히 인상 깊게 남아 있는 학창시절의 추억의 한 장이었다.
예전에 고등학교때 무슨 교육인가…해서 반에서 몇 명을 뽑아서 보내는 곳에 다녀온 적이 있다. 그곳에서 행군도 하고 벼라별 것들을 다 시켰었는데… 저녁이면 프린트된 몇몇 이야기들을 나누어주고 그 이야기에 대해서 토론해보는 시간이 있었다. 사실 별로 재미있어하던 시간은 아니었지만 몇번째 날이었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토록의 주제로 프린트되어 나누어줬던 소설이 바로 [우동 한 그릇] 이었다. 너무나도 감동스런 이야기라 찡한 마음에 몇몇 친구들과 함께 눈물 흘렸던 기억이 아직도 또렷하다. 그 소설이 프린트된 종이를 정말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물론 잊어버렸기에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던 이야기였었다.
그런데 우연치 않게 이 책의 제목을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확인을 해보니 그 책이 맞더랬다. 아, 나는 좋아한 이야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제사 작가가 누군지를 알게 된 무식쟁이였다. 아니면 게으름을 좋아하는 불량 독서가… 조금만 부지런했어도 더 일찍 알고 찾아서 읽을 수도 있었을 것을… 어찌되었든간에 나는 이 책을 찾아내었고 이 이야기를 다시 한번 읽게 되어서 굉장히 행복한 상태이다.
구리 료헤이의 대표작인 첫번째 이야기 [우동 한 그릇]은 그 당시 사람들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 혼자서 놀기를 더 좋아하던 나에게 사람들과의 관계를 다시금 생각해보면서 그 관계에서 기쁨을 찾을 수 있는 계기를 주었던 이야기로 섣달 그믐날 밤, 막 문을 닫으려고 하는 북해정이라는 우동집에 두아들과 함께 초라한 듯한 엄마가 들어와 우동 한 그릇을 시킨다. 사람 좋은 주인 부부는 우동 사리를 몰래 좀더 넣어주었고… 그런 인연으로 해마다 섣달 그믐날 밤이면 그 가족이 항상 북해정을 찾게 된다.
그런데 어느 해부터인가 그 가족들은 더 이상 북해정을 찾지 않았지만 주인 부부는 그들을 잊지 않고 섣달 그믐날이면 그들이 앉았던 자리를 “예약석”으로 항상 비워놓게 된다. 가슴 따뜻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아무렇지도 않을 표정 하나 말 하나 만으로도 다른 사람에게 희망을 주기도 하고 그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있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그런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를 필두로 교통사고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오동 아들을 잃었지만 묵묵히 정년이 되어 퇴임하는 그날까지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던 한 경찰 지서장의 이야기인 [켄보우의 행진곡이 들려온다], 일찍 부인을 잃고 홀로 딸을 키워온 아버지가 딸과 죽은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의 형태로 쓰여진 [부치지 않을 편지] 등 잔잔한 총 7편의 단편이 책속에 포함되어 있었다.
[우동 한 그릇]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였지만 다른 이야기들도 모두 따뜻함이 느껴지는 이야기들이었기 때문에 쉽게 읽을수 있는 책이였다. 물론 양도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학창시절에 크게 기억에 남았던 이 소설을 소장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가장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