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일의 겨울 사거리의 거북이 10
자비에 로랑 쁘띠 지음, 김동찬 옮김 / 청어람주니어 / 201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53일의 겨울’ – 독특한 제목과 독특한 이름의 주인공. 물론 그들의 나라에서는 독특한 이름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나에게는 굉장히 생소한 이름들이었기에 좀더 흥미가 갔다. 아직 너무 어려서 정말 소녀라고 부르는 것이 맞는 어린 여자아이와 그녀가 ‘미친 늙은이’라고 부르는 한 노인의 짧다면 짧을지도 모를 153일간의 동거. 그것이 이 책의 내용이다.

갈샨의 어머니인 다알라가 둘째를 낳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갈샨을 할아버지에게로 보내기로 결심하게 된다. 몸이 무척이나 약한 어머니를 이모가 돌보도록 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여러 번이나 유산을 경험한 뒤라서 그 결정을 나무랄 수도 없는 상황… 하지만 갈샨은 자신도 모르게 ‘미친 늙은이’라는 말을 뱉어내어 아버지 리함에게 얻어맞을뻔할 정도로 너무나도 싫은 상황이었던 것 같다. 그만큼이나 서로를 이해할 시간조차도 없이 단절된 생활을 해왔던 것이리라.

전통적인 삶을 고수하며 황야에서 살아가고 있는 갈샨의 할아버지 바이타르는 검독수리를 길들여 그의 눈으로 보고 또한 그와 함께 날 수 있는 노인이었다. 그러한 그에게 있어서 영어선생이었던 갈샨의 어머니와 갈샨은 눈에 차지 않는 존재들이다. 양을 돌볼줄도 모르고 말을 잘 탈줄도 모르는 ‘쓸모없는 존재들’ 인 것… 그러한 할아버지와 153일간이나 같이 살아야만 하는 갈샨은 눈앞이 막막하다. 하지만 그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바이타르 또한 그랬을 듯 싶다.

이 책은 현재와 전통의 단절과 세대의 단절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현재로 대표되는 주인공 갈샨은 아버지가 영어선생을 하는 어머니와 결혼해서 트럭 운전수로서 도시의 아파트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기에 전통적인 삶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하는 소녀이고 전통으로 대표되는 그녀의 할아버지 바이타르는 그 전통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서도 아주 특별한 인간에 속하는 사람이다. 그들의 만남에서 트러블이 생기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수순일 수밖에 없다.

그러한 상황에서 그 두 사람은 서로에게 원하지는 않았었지만 서로에게서 무언가를 얻게 된다. 그 무언가를 얻게 되는 그 과정을 이 책은 투명하고 간결한 수채화를 보는 듯한 느낌의 문장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많은 옛것들이 사라져가고 있는 요즈음… 갈샨이 그 황야에서 얻었던 것들을 바라보고 또다시 놓아버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하는 것들을 바라보며 가슴이 아픈 것은 나만은 아닐 것 같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편리함을 얻는 대신에 잃어버릴 수밖에 없었던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물론 그것 뿐만이 아니라 전통만을 고집하던 할아버지 바이타르가 온전하게 자신의 손녀 갈샨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도 볼 수 있다. 사거리의 거북이 시리즈 중에서 내가 두 번째로 좋아하게 된 책이다. 첫번째는 거북이 장가보내기… 이 두 책은 가끔씩 꺼내서 읽으면서 내용들 되새겨도 좋을 그런 책들로 나중에 우리 공주님이 꼭 읽어줬으면…하고 바라면서 소중하게 책장에 모셔놓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