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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남자 차이의 구축 ㅣ 과학과 사회 8
프랑수아즈 에리티에 외 11명 지음, 배영란 옮김 / 알마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사실 여자와 남자의 차이에 대해서 말해보라고 하면 생물학적인 차이점을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것이리라. 하지만 그 차이는 생물학적인 차이일 뿐 그러한 차이를 가지고 남녀의 차별이 이루어지고 그 차별에 대한 정당성으로 내세워진다면 그것만큼 어이없는 일도 없을 것 같다.
이 책에서는 그러한 남녀의 차이에 대한 그 동안 주장되어 왔던 내용들과 여러 의견들에 대해서 폭넓게 이야기 해주고 있다. 나는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런 무자비하기까지 한 남녀 차별에 대한 이론을 주장했던 인간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보고 처음 알았다. 아이를 낳은 생산성에 대해서조차 그런 폭언에 가까운 주장을 했었다는 사실에 좀 충격도 받았었다.
지금은 많은 분야에서 남녀 차별이 누그러지기는 했지만 여전하게 그 잔재는 남아있다. 추천사를 쓰신 김규항 선생님의 글을 읽어보니 소위 말하는 인간의 평등에 대해 논의해야 할 종교인들 조차 여자는 한 달에 한번 피를 보는 존재인데 어찌 신성한 자리를 넘보냐는 둥… 쓰잘떼기 없는 주장도 마다하지 않고 있으니 참 허망하기까지 하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마음에 들었던 것은 여러 가지 사실들을 알게 된 것도 있지만 그렇게 습득하게 된 사실들로 인해 얼토당토 하지 않은 주장을 할지도 모를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여러 가지 사실들과 이론을 들어 맞설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사람이 말을 하지 않고 잠자코 있으면 바보로 알더라. 그런 이들에게 확실하게 자기 주장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책이었다. 어째서 추천사에 김규항 선생님께서 ‘남성 우위의 사회에 균열을 만드는, 쓸모있는 도구 하나를 얻다’ 라는 말씀을 하셨는지 그제서야 알겠더라.
작은 균열은 때로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물론 누군가는 역차별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겠지만 이 책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는 이야기를 하지는 않고 있기에 남녀를 따질 것 없이 한번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생각보다 쉬워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