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처럼 나비처럼 2
야설록 지음 / 형설라이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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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서도 느꼈던 것처럼 나는 이 책을 사극이라기보다는 무협지처럼 느낀다. 물론 실제 역사에 기대어 쓰여진 이야기지만 허구가 너무 강했기에 은연중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더 편했는지도 모르겠다. 오랫동안 무협지를 써왔던 저자답게 문장은 유려하고 전개는 빠르고 내용은 재미가 있었다.

명성황후 민자영은 이 책에서 정말 너무나도 명석한 두뇌를 가진 여자로 표현되어 있다. 치밀한 계획하에 대원군의 권력을 야금야금 뜯어먹듯이 조금씩 부수어나가고 자신의 입지를 굳혀간다. 때로는 그 부드러운 말투와는 어울리지 않는 속뜻에 내가 오싹해질 정도의 지략가이기도 하다. 그녀의 지략에 의해 대원군의 아성은 소리없이 무너져갔다.

서로 화평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만약 민비의 아이가 대원군이 지어준 보약을 먹고 죽지만 않았던들… 하지만 그것은 이미 벌어진 일이며 주워담을 수 없은 엎질러진 물이겠지. 그렇게 그녀는 점점 더 독해져만 갔다. 자신을 입지를 굳히기 위해서…

그녀의 곁에 있는 무명은 그저 아무것도 바라는 것 없이 곁에 있으면서 그녀의 원을 들어주기만 한다. 겉으로만 보기에는 그러했다. 하지만 그도 사람인 것을… 왕과 왕비의 침소를 지키며 고통스러워하는 그가 너무나 안쓰러웠었다. 어째서 그렇게 살수밖에 없는 것이었는지… 하필 선택한 사람이 그녀였는지도…

결말은 누구나 다 예상하는대로이다. 대원군과 일본의 밀회로 인해 허무하게 무너져버리지만 그 여운은 길었다. 마지막까지 그녀를 위해 싸웠던 무명과 무명의 죽음 앞에서 눈물 흘리고 자신의 죽음 앞에서도 의연했던 명성황후 민자영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며 마음이 허허로워졌다. 물론 실제는 아니지만 작가의 말처럼 비운의 황후였던 그녀에게 아름다운 사랑 하나 있었으면…하는 바램에서 탄생하였다는 이 글은 그렇게 끝을 맺었다. 마지막 페이지에 적혀있는 함선의 시가 눈에 와서 박힌다. 다음 생에서는 부디 세 사람 모두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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