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1kg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사거리의 거북이 6
로젤린느 모렐 지음, 김동찬 옮김, 장은경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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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원하겠는가...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것을...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이별이 찾아 온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만 좋을까.

책의 전반부는 따뜻하고 행복한 분위기가 가득하다. 주인공인 알리스의 엄마는 아름답고 현명하며 꼼꼼한 성격으로 집안을 평화롭고 행복한 분위기로 만드는 사람이다. 알리스의 아빠는 연구원으로 가족을 사랑하는 좋은 가장…알리스는 착한 딸이다.

그런데 어느 날 그들을 덥친 엄마의 병…행복했던 집은 불안한 공기로 채워졌고 나날이 허허로워져가는 엄마는 마지막까지도 알리스와 남편에게 무언가를 남겨주려고 애쓴다.

엄마가 나를 불러서 깊고 텅빈 동굴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돌아올 때, 오렌지 사 오는 것 잊지 마, 알리스!"
시장 보는 일이, 아주 사소한 일들이 여전히 엄마에게 중요한 일이나 된다는 듯이.
자신의 육신에서 고통스럽게 뽑아 올린 그 목소리, 결국 가쁜 숨결에 묻혀 버린 미약한 목소리에는 내게 내리는 단호한 명령이 들어 있었다.
"알리스, 오렌지 사 오는 것 잊지마!"
이 말은 내게 이런 뜻이었다.
"살아라, 내 딸아, 살아야 한다."
p. 44

행복했어요! 행복했어요! 사실이었다. 이 말은 오랬동안 나를 따라다니며 가장 혹독했던 날에도 나를 파멸에서 지켜주었다.
p.55 - 주인공의 엄마가 죽음에 이르러 마지막으로 아빠에게 한말이 "행복했어요!"였다.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있던 엄마…작은 일상 하나하나가 살아가기 위한 힘이 된다는 사실을 알리스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듯 저런 말들을 했고 알리스는 정확하게 그 의미를 이해 했다. 하지만 알다시피 머리로 이해를 한다고 해도 가슴은 그러하지 못할때가 많다.

알리스도 그렇고…아빠도 그렇고…점점 집은 불편한 곳으로 변해갔고, 엄마가 없는 빈자리는 너무나도 크게 느껴지게 된다. 항상 곁에서 알뜰히 챙겨주던 엄마가 없으니 아빠는 대부분의 일들을 알리스에게 떠맡겨 버린다. 하지만 아직 어린 알리스는 당연히 힘에 겨워하고 자신의 생활도 해야 하기에 조금씩 아빠와의 사이마저 삐걱대기 시작한다.

갑자기 찾아온 엄마의 죽음으로 인해 변해버린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와 아빠에 대한 이야기…결국 새로운 사람을 찾아 아빠는 결혼하고 알리스는 그녀에게 마음의 한켠을 내어준다. 그들이 엄마를 잊은 것은 아니다. 여전히 사랑하고 있고 새로운 사람은 새로운 사람일 뿐 엄마를 대신하지는 않는다. 다만 죽기 전까지 엄마가 알려주려 했던…”살아야한다”라는 명제를 이해한 것일 뿐이다.

이 글을 옮긴 분은 친구 한 분이 아내와 아이를 두고 사고로 세상을 떠난 사건을 떠올리며 그 아내분이 마지막 생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를 희망하고 있었다. 그렇게 이 책은 사랑하는 누군가를 떠나보낸 사람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하지만 읽는 나는 왠지 씁쓸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큰 사건이 되도록이면 결코 그 누구에게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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