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밥 공주 창비아동문고 249
이은정 지음, 정문주 그림 / 창비 / 2009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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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의 제목만 봤을 때는 이런 내용일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제목의 저 “소나기밥”이라는 말의 의미가 무엇일까…에 대해서만 나름대로 생각해 봤을 따름이다. 책을 읽어보니 주인공인 여자 아이의 이름이 ‘공주’다. 안공주…‘소나기밥’이 무엇인지도 바로 나온다.

소나기밥. 얼마 전 담임 선생님이 밥을 많이 그리고 엄청 빨리 먹는 공주를 보며 한 말이다. 그 뒤로 아이들은 수북한 공주 식판을 보면 소나기밥이라고 놀렸다. - p.11

물론 그저 많이 그리고 빨리 먹는걸 놀린다면야…그 뒤의 숨겨진 상황만 아니라면 그저 그러려니 넘길만한 내용이었지만 왜 공주가 그렇게 먹었는지 이유를 알게 되니 너무 속이 상하더라.

‘먹을 수 있을 때 먹어두자.’ – p.12
‘걱정 마세요 선생님. 전 한번도 체한 적이 없어요. 그게 어떤 느낌인지도 몰라요. 오히려 소화가너무 빨리 될까봐 걱정인걸요’ – p.14


알코올중독인 아버지는 재활원에 가고 벌써 훨씬 전에 엄마는 집을 나가고…항상 먹을 것이 부족하니 급식에서만이라도 먹을 수 있는 만큼 먹어둬야 하는 그 심정을…공주는 그런 상황에서도 열심히 살려고 애쓴다. 너무 기특하고 너무 장하지만 너무나도 안쓰러워서 눈물이 난다.

하지만 배고픈 데에 장사 없다는 말이 있듯이…그 어린 것이 배가 얼마나 고팠으면 장바구니를 훔쳤을까. 아무리 배가 고파서 그랬다지만 아직 어린 아이라고 해도 선악의 개념은 있다 보니 계속 죄책감에 시달리다 못해 생전 처음으로 체하기까지 하는 공주가 안타깝다.

결국 팽 여사(공주가 훔친 장바구니의 주인이다.)에게 고백하고 마는데, 이 팽여사님이 아주 멋지다. 공주의 상황을 알아차리고도 동정하거나 쓸데 없는 말을 하는 대신 확실하게 빚을 청산하고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면서 은근슬쩍 도움을 주는 그 멋지신 행동들!
팽 여사님 정말 멋지세요! 하고 외쳐드리고 싶었다.

팽 여사는 공주가 무척 측은했다. 하지만 공주에게 내색하지 않았다. 혼낼 사람이 없으니 아이가 도둑질을 쉽게 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다.
- p.142


사실 이런 아이들을 상처 입히는 것은 바로 어설픈 동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팽 여사님의 저런 유효적절하고 적법한 행동들이 아주 기분 좋았다. 공주의 힘든 상황이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잘못됐던 일들을 바로잡고 다시금 힘차게 살아갈 희망을 얻었으니 이만큼 좋은 것도 없는 것 같다.

여타의 다른 책들에서처럼 어른들이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지는 않았고 “이러저러해서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라는 결말은 아니었지만 나는 오히려 이러한 현실적인 내용과 결말이 아주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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