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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담 수집가
오타 다다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모든 것은 기담을 위해”…이 책의 7장의 소제목이다. 그리고 나를 스포일러라고 누군가 말할지도 모를 이 책의 결론이기도 하다. 하지만 단언하건데 이 책의 결말인 7장을 읽기 전까지는 이 문장의 의미를 짐작하지 못하리라.
“기담 수집가 에비스 하지메”라는 명함을 가지고 있는 그와…그의 곁에 항상 있는 히사카…그들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기담을 수집하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어째서 많은 대가를 약속해가면서 기담을 수집하고 있는지…그저 돈 많은 부자의 오락거리 인건가…? 하지만 내용의 전개를 볼 때 그것도 아니었다.
왜 갈피를 못잡겠느냐하면…하지메는 괜찮다. 정말 내가 듣기에도 오싹하고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겠어…? 라면서 반문할만한 내용들을 하지메는 멋진 기담이라면서 호응해주고 믿어준다. 나라면 못 믿겠다~! 라고 말해주고 싶을 만큼 덥썩 믿어버리는 하지메가 정말 기담 수집가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하지만 역시…빛에는 그림자가 있는 법…이라고 얘기를 해야하련지. 그의 곁에 있는 히사카는 예리하게 그 기담들을 파헤친다. 그 기담들이 사람의 무의식 속에 자리잡은 두려움 혹은 범죄를 은폐하기 위한 속임수들 이라는 사실을 히사카는 말한 사람이 상처를 입든 말든…날카롭게 헤집어 버린다.
그 기담들 보다도 히사카가 파악하는 기담의 진실이 더 충격적이다!
기담을 이야기하는 그들은 모두 무언가를 바라면서 에비스에게 왔다. 무엇을…? 그것은 때로는 자신의 이야기를 믿어줄 사람을, 때로는 자신의 이야기의 잔혹한 진실을 이야기해줄 사람을, 혹은 정말로 그가 약속한 대가를 바란 경우도 있었는데…에비스와의 만남은 그들에게 참을 수 없는 안도감과 후련함…혹은 절망감을 안긴다.
나는 그에게 무언가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니지만 기담을 이야기하는 글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같이 안도하고 후련해했으며 때로는 그 절망감에 가슴 아프기도 했다. 사실 그저그런 도시괴담…정도로 끝날 수도 있었을 이 책은 마지막장의 “모든 것은 기담을 위해”로 인해서 다른 도시괴담들과는 약간의 차별성을 두는데 성공한 듯 싶다.
기담 수집가 에비스 하지메와 히사카를 만난다면 내가 격었던 그 기묘한 이야기도 날카로운 현실로 둔갑해 버릴 듯 하다. 자신의 기담이 날카로운 현실에 헤집어지기를 원치 않고 추억으로 남기를 원하시는 분들은 그들을 만난다 하더라도 절대 그 이야기를 풀어내지 마시길 충고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