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친구야 모두 친구야 - 정일근 시인의 우리 곁의 이야기 3 좋은 그림동화 19
정일근 지음, 정혜정 그림 / 가교(가교출판)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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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자 우선 부드럽고 예쁜 그림이 눈을 사로잡는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집 앞에 예쁜 꽃들이 가득 피어있는 꽃밭이 있는 그림을 보자 어린 시절 학교 친구들을 데려와서 많은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우리 꽃밭을 보여주며 같이 놀던 생각이 아련히 떠오르더라.
 
여기는 하나네 꽃밭이예요.
꽃을 유난히 예뻐하고 사랑하는
시인 아저씨 하나 아빠가
정성스럽게 가꾸는 꽃밭이에요.
- p.4
 
짤막하고 운율있는 글들이 참 읽기 쉽다. 그래서 그런지 꼭 동시집을 읽는 느낌이 든다.
작가분께서 시인이셔서 그런지 표현을 정말 예쁘게도 해놓으셨다.
 
개구쟁이라는 강아지 두나가 꽃밭 옆에 똥을 싸고 그걸 바라보는 꽃들을 참 재미있게 표현해놔서 혼자서 빙긋 웃었다. 정말 우리 집 강아지도 항상 꽃밭에 똥을 눠서 늘상 엄마에게 혼이 나곤 했는데…라는 생각에 정겹기까지 하다.
 
그런데…하필이면 그 똥 옆에서 노란 꽃이 피어날 게 뭐람…조금은 불쌍한 마음이 든다.
그 옆의 수다쟁이 꽃들이 참 인상적이다. 은방울 꽃과 애기 원추리 꽃은 어찌나 수다스럽던지…
정말 꽃들이 말을 할 수 있다면 꽃밭이 항상 재잘재잘거리는 소리에 매일매일이 참 소란스러울 듯하다. 그만큼 심심하지도 않겠지.
 
예쁜 노랑꽃을 보니 어라…이거 내가 아는 꽃이다.
우리 집 꽃밭에서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꽃…애기똥풀이네.
아직 자기 이름을 모르는 꽃이 자신의 이름을 물을 때 버럭 화를 내면서까지 가르쳐주지 않으려한 붓꽃이 이해가 갔다.
 
붓꽃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하나와 친구들이 꽃밭에 놀러오면서 노랑꽃은 자신의 이름 뿐만 아니라 이름이 유래된 이유도 알게 된다.
어린 아이의 잔혹함…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가 잠자리의 날개를 뜯어내듯이 하나와 친구들은 그렇게 말로…그리고 물리적인 힘으로 노랑꽃을 유린한다.
그런 노랑꽃을 보는 꽃밭의 꽃들도 얼어붙는다.
 
하나의 아빠가 달려오지 않았다면 그 가슴아픈 시간이 더 길어졌을 것이다.
아빠는 호통치고 혼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애기똥풀에 관해서 조목조목 설명해 주며 하나와 친구들에게 꽃들 또한 생명을 가진 친구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역시 아는 것이 힘이다. 어쩌면 저렇게 설명을 잘 해주는지…문득 나라면 어찌했을까…하는 생각에 조금 풀이 죽는다. 우리 공주님을 위해서라도 나부터 공부를 좀 해야할 듯 싶다.
 
하나와 친구들은 아빠의 말을 이해하고 꽃들이 모두 소중한 친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제 애기똥풀도 마음 아프지 않겠지.
작은 것 하나하나에도 마음을 쓴 아주 따뜻한 책이었다.
 
“우린 친구인데 정말 미안했어! 이젠 친구가 되어 사이좋게 지내!”
노랑꽃도 다정하게 대답해주었어요.
“우린 친구야 모두 친구야. 고마워. 내 친구가 되어줘서.”
하나와 친구들도 하나네 꽃밭 꽃 친구들도 환하게 웃네요.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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