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와 제비꽃 그루아동문고 43
권극남 글, 김병철 사진 / 그루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동시집은 들어봤는데 사진 동시집은 처음 들어봤다.
무슨 내용일런지...어떻게 동시와 사진이 어우러져 있을런지 기대하며 첫장을 넘겼다.

책 머리의 글을 쓰신 분과 사진을 찍은 분의 글이 실려 있었다. 글을 보니 두분은 사제 지간이셨다.
글을 쓰신 분이 선생님...사진을 찍은 분이 제자분...

글을 쓰신 분께서는 생각이 많으셨던듯...자신의 글들이 몇편을 빼고는 맘에 들지 않는다며 벌써 세번째 동시집이건만 또다시 내일을 기약하신다.
사진을 찍은 분께서는 선생님에 대한 애정이 깊으셨나보다. 선생님의 부탁에 망설이면서도 다시 카메라를 잡고...사진을 찍는 그 동안을 딸아이와 함께 감상도 하며 행복했다면서 자신의 작품이 시를 살릴 수 있기를 바라며 선생님의 건강을 기원한다.

이런 글머리를 읽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더 많이 이 책을 보고 싶어졌다.

우선은 사진들이 내 눈길을 끈다.
작고 여린 풀꽃들에서부터 그 흔하디 흔한 강아지 풀...그리고 사랑스러운 아가들과 작은 동물들...구름들...
어쩌면 그리도 사진의 소재들이 풍부한지...
좋은 사진들이 많아서 눈이 호강이다.
그리고 이 사진들은 그냥 사진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있는 동시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하나가 된다.

 

글을 쓰신 분께서 선생님이셔서 그랬는지...글들에 유난히 엄마와 아이들에 대한 글이 많이 들어 있다.
꽃을 바라보며 두팔 벌려 활짝 웃고 있는 아기의 사진에는 "아기 웃음"이란 동시가 있는데...
말간 천사의 웃음이라고 표현한 아기의 웃음에 할머니의 주름도 펴지고 엄마, 아빠도 넋을 잃고...그 웃음이 온 방안에 가득하다는 내용이었다.
요새 내가 그러하다. 우리 공주님을 보면 먹지 않아도 배부르고 귀여운 웃음 하나면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행복해서 다른 일들을 모두 잊게 되곤 한다...그러다 보니 이런 글들에 고개를 끄덕이며 비싯 웃음이 나온다.

 

이렇게 엄마의 마음...그리고 아가를 바라보는 엄마에 대한 시들도 많은데...이 시들을 보면서 과연 내가 이래줬을까...?
라면서 고민에 잠기기도 했다.

해맑고 예쁘기만한 우리 아이들의 말투를 닮은 이 시들을 읽으며 혼자서 웃음짓고...눈물 짓기도하고...뿌듯한 마음에 가슴이 따뜻해지기도 했다.
글을 쓰신 작가 선생님의 말씀처럼 나또한 모든 시들이 다 마음에 든 것은 아니다.
당연히 더 마음가는 시들이 있었고 그다지 마음에 와닿지 않아 훌쩍~ 넘겨버리는 시들도 있었다.
하지만 동시라는 것을 그저 아이들이나 읽는 시...정도로 생각하던 내게 새로운 시각을 준 이 책에 또 한번 편견이 얼마나 부질 없는 것인지 깨닫게 된다.

우리 공주님과 함께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눌수 있는 그 날이 오면 다시한번 시들을 낭독하며 이 사진들을 천천히 감상하고 싶다.

"
싹싹 지우개로 지울 수만 있다면
마음 속에
숨겨둔 비밀 하나
꼭 지우고 싶어요.

’절뚝절뚝’

학교에
찾아온 엄마가
너무 창피해

막 울며
화장실로
숨어 버렸던,

철없던
5학년 때
그날 그일을

싹싹
지우개로
지우고 싶어요.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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