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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경을 쓰는 시간
노자 지음, 장석주 옮김 / 니들북 / 2026년 8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얼마 전부터 필사하던 <괴테의 말>이 거의 끝나가서 새로운 필사책을 찾던 중이었다. 요즘 조금 힘든 일들도 있었고, <괴테의 말>을 써보니 좋은 문장을 천천히 따라 쓰면서 찾아오는 평온함이 꽤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비슷한 책을 찾다가 선택하게 된 것이 <도덕경을 쓰는 시간>이다.
물론 누드 제본으로 된 책이다. 필사책을 몇 권 써보니 이제는 누드 제본이 아니면 잘 고르지 않게 된다. 책이 활짝 펼쳐지지 않으면 필사하기가 생각보다 불편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고르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오랜 탐구 끝에 장석주 시인이 완역한 도덕경'이라는 설명이었다. 반면 '도덕경 81장 5,000자 전문 수록'이라는 말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한자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한자는 어렵기도 하고 별로 들여다보지 않는 편이라 더 그랬다.
그런데 막상 책을 받아보니 이 부분이 너무 아쉬웠다.
'편집자분은 이 책을 한자 필사책이라고 생각한 걸까……?'
싶을 정도로 한자 필사가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뭐, 이왕 이렇게 된 거 한자 공부도 하고 좋지 싶어 넘어가려고 했는데, 더 아쉬운 것은 내용이 긴 경우 번역된 한글 문장을 보면서 그대로 필사하기 어려운 형태로 편집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나는 장석주 시인이 번역한 <도덕경>의 문장을 천천히 읽고 한글로 필사해 보고 싶어서 이 책을 골랐는데 말이다. 적어도 한글 번역문을 편하게 보면서 필사할 수 있도록 구성해 주었으면 훨씬 좋았을 것 같다.
물론 번역된 문장 자체는 좋았다. 그냥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남는 문장이 많았고, 철학적인 내용이다 보니 줄을 그어가며 천천히 읽고 그 옆에 내 생각을 보태보는 시간도 즐거웠다. 장석주 시인이 오랫동안 노장사상을 공부해 왔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어렵고 낯선 <도덕경>의 문장들이 조금은 편안하게 읽혔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다만 <도덕경>이라는 책 자체가 가볍지는 않다. 문장은 짧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굉장히 압축되어 있다. 한 번 읽고 바로 이해하기보다는 몇 번을 다시 읽고, '이게 무슨 뜻일까?' 하고 곰곰이 생각하게 되는 문장이 많았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가볍게 필사할 책을 찾는다면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반대로 필사를 기계적으로 문장을 옮겨 적는 시간으로 생각하기보다, 천천히 쓰고 다시 읽으면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으로 만들고 싶은 분이라면 상당히 잘 맞을 만한 책이다. 한 장을 쓰는 데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그만큼 생각할 거리를 남겨준다.
결국 나에게 <도덕경을 쓰는 시간>은 필사책으로서는 조금 아쉽지만, 읽고 생각하는 책으로서는 마음에 들었던 책이었다.
특히 나처럼 장석주 시인의 한글 번역문을 천천히 필사하고 싶어서 이 책을 선택한다면, 한자 필사의 비중과 한글 필사 부분의 편집 방식은 미리 확인해 보고 구입하시기를 권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