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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의 말 낭독 x 필사책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임재성 편저, 정서우 낭독 / 유노북스 / 2026년 6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얼마 전 책 읽기를 싫어하는 작은 아이에게 <어린 왕자> 필사책을 건네주고 방학 동안 조금씩 필사를 하도록 했다. 처음에는 하기 싫다고 투덜거리고 짜증도 냈지만, 지금은 열심히는 아니더라도 하루하루 꾸준히 써 내려가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에게만 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나도 같이 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나를 위한 필사책을 찾다가 선택한 책이 바로 <괴테의 말 - 낭독×필사책>이다.
필사책을 고를 때 내가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역시 제본 방식이다. 일반 제본은 책을 끝까지 펼쳐 놓고 쓰기가 생각보다 불편하다. 그래서 나는 개인적으로 누드 제본이 아닌 필사책은 잘 고르지 않는 편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책등이 드러나 조금 투박해 보일 수도 있지만, 활짝 펼쳐지는 구조 덕분에 오래 필사해도 손목에 부담이 적어 훨씬 편하다.
이 책은 편역자가 오랜 시간 괴테의 작품을 읽으며 마음에 남았던 문장 100편을 직접 골라 엮었다고 한다. 그래서 흔히 볼 수 있는 명언집처럼 문장을 무작위로 나열한 느낌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을 따라 읽을 수 있다.
책은 "흔들리는 삶을 마주하라", "방황하는 만큼 깊어진다", "낯선 곳에서 깨어난다", "사랑할수록 익어 간다", "끝없이 자신을 향해 가라" - 이렇게 다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의 마지막에는 편역자의 짧은 에세이도 함께 실려 있는데, 단순히 필사만 하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시간을 만들어 준다는 점이 좋았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모든 문장에 QR코드가 있다는 점이다. QR코드를 찍으면 전문 낭독 음성을 들을 수 있는 유튜브 영상으로 연결된다. 나는 혼자 조용히 읽는 편을 더 좋아해서 자주 이용하지는 않았지만, 귀로 들으며 감상하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꽤 매력적인 구성일 것 같다.
괴테는 단순한 문학가가 아니라 시인이자 소설가, 극작가였으며 정치가이자 과학자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 담긴 문장들은 단순한 위로나 격려를 넘어 삶과 성장, 사랑, 실패, 자기 성찰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한 문장을 쓰고 나면 자연스럽게 한 번 더 읽게 되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문장들이었다.
필사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단순히 손을 움직이며 글씨를 쓰는 즐거움을 위한 필사도 있고, 작품을 천천히 음미하기 위한 필사도 있다.
이 책은 분명 후자에 가깝다.
기계적으로 문장을 따라 쓰기보다는, 한 문장 한 문장을 곱씹으며 잠시 멈춰 서고 싶은 사람에게 잘 어울리는 필사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