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 시집 컬러 일러스트
김소월 지음 / 북카라반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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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도 기억이 난다. 고등학교 때 즈음이었던 것 같다. 워낙 예전이고 시골이었던지라 별로 놀거리도 없거니와 내가 나가 노는 걸 좋아하던 것도 아니라 가끔씩 용돈을 모아서 사는 책들이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그런데 그 시기에 재미있는 껌이 나왔었다. 아니 껌이 아니라 껌종이가 너무 예뻤었다. 아름다운 일러스트들을 배경으로 한편의 시가 적혀있는 껌종이. 이 시들을 모으려고 무던히도 많이 껌을 씹었더랬다. 그것들을 모아 책처럼 만들어 놓기도 했었는데...


여튼 그런 예쁜 시집이 갖고 싶었다. 아름답고 - 혹은 예쁜 - 일러스트들과 그보다 아름다운 시들이 있는 그런 시집을 기대했다. 김소원 시인은 내가 좋아하는 시인이기도 하여 기대는 정말 천정을 뚫을 것 같았다.


음, 그런데 책을 처음 받아봤을 때의 느낌은 - 살짝 가벼워 보인다...? - 였다.책 자체가 그렇다기보다 표지가 그랬다는 거다. 개인적으로 무광에 깔끔한 표지를 상상했다가 좀 가벼워보이는 표지에 멈칫했다. 그냥 개인취향이라는거다.


이 책은 약 100여편(정확히는 99편)의 김소원 시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그게 가장 잠점인 것 같다. 내부에 보통 다른 시집들보다 많은 일러스트들이 있는 것도 좋기는 했다. 하지만... 몇몇 일러스트들을 제외하고는 좀 잘 안어울리는 것들도 있고 일러스트가 왠지 성의 없어 보이는 것들도 있어서 좀 아쉽다. 내가 기대를 너무 크게 했었나보다 싶다.


시의 내용에 맞는 아름다운 일러스트들이 가득한 아름다운 시집. 기획의도는 정말 좋았는데 결과물이 조금은 아쉬운 책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책을 기분좋게 읽기에 충분히 좋을 정도라 이제 고등학생이 된 딸과 함께 읽고 있는 중이다. 요새 고등학교 애들은 시집을 읽는 아이들이 드문 것 같아 아쉬웠는데... 내가 좋아하는 시들을 아이와 함께 읽을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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