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이 캘리그래피를 한다. 제법 멋지게 써서 가끔씩 나에게 선물을 해줬기 때문에 '와, 부러워라~' 하면서 보기만 했더랬다. 그런데 어느 날 수채 캘리그래피를 한번 해보고 싶다고 했더니 여동생이 무작정 시작하려고 하지말고 천천히 연습을 해야한다면서 온갖 도구들을 다 가져다 줬었다. 그 중에서는 붓펜과 서예붓, 먹물없이 쓰는 무한 서예판이 있었는데 캘리그라피를 처음 배울 때는 다른 사람의 서체들 중에서 좋아하는 서체를 익숙해질 때까지 많이 따라해서 익히는게 중요하다던 동생의 말처럼 책에서도 처음에는 글씨체 한 가지만을 배워 익히는 연습에 집중할 것을 권유하고 있었다.
우선 기본형 글씨체를 따라하는 부분 (나음, 모음 연숩)이 끝나면 단어와 문장이 나오고 쓰는데 유의해야할 점들을 요목조목 짚어주며 많이 쓰이는 단어나 문장들이 연습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서 참 좋았다. 조금 아쉬웠던 점은 글자라는게 생각보다 쉽게 써지는 것이 아니다 보니 아주 많이 써야 한다는 점이고 충분한 연습을 하기에는 책의 연습지는 각 기본형당 한 페이지 정도씩이라서 완벽히 익히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이 책 하나만으로 익힐 수 없으니 책의 기본형 글씨체를 샘플 삼아서 종이든 아니면 나처럼 먹물없이 쓰는 무한 서예판이든 열심히 많이 쓰는 것이 더 중요할 거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표율적으로 (그리고 아마도 바른 방향으로) 캘리그래피를 연습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있으므로 일종의 지침서로 삼기를 권유한다. 막연히 캘리그래피를 위해서 마음에 드는 문장을 따라쓰기만 했던 나한테는 괸장히 훌륭한 교습서가 되어준 책이었다. 물론 앞으로 더 많이 연습해야겠지만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