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의 두 사람 단지의 두 사람
후지노 치야 지음, 양지윤 옮김 / 빈페이지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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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의두사람 #후지노치야 #빈페이지 #50 #친구

<단지의 두 사람> 노에치와 낫짱은 유년시절부터 같은 단지에서 자란 절친이다. 어른이 되어 각자 서로 다른 곳으로 떠난적은 있지만 비슷한 시기에 다시 고향의 아파트 단지로 돌아왔다. 공부를 잘했던 노에치(본명 오타 노에)는 대학교 시간강사로 운전을 하기 때문에 멀미로 인해 먼 곳에 갈 수 없는 낫짱(사쿠라이 나쓰코)의 발이 되어주기도 한다. 낫짱은 엄마가 있는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엄마는 친척 간병을 하기 위해 현재 아파트에는 낫짱 혼자 지내고 있다. 혼자 지내는 낫짱의 집에 노에치는 거의 매일 퇴근을 집이 이곳으로 하기 때문에 저녁 역시 두 사람이 함께 할 때가 많다. 이렇게만 봐도 낫짱과 노에치의 삶은 누구보다 여유로워보인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의 나이는 50. 그저 같이 밥먹고 놀기만 하는 아이들이 아니라 당장 먹는 것부터 시작해 경제활동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사람이다. 그래서 노에치는 먼 곳까지 통학하며 시간강사일을 하고 있고, 이전보다 인기가 시들해져 일감이 많지 않은 낫짱은 중고 거래 어플을 이용해 물건을 팔아주고 중개수수료 몫을 챙기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낫짱의 수입과 지출이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물건이 잘 팔린 날에는 호화로운 식사를 하기도 하고, 때때로 퇴근길에 과일산도(샌드위치)를 사오는 노에치와 맛있어! 하며 먹는 장면을 보면 우리의 월급날의 시작과 끝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맛있는 음식을 사먹는 것, 나누는 것 외에도 ‘중고 물품‘을 바라보는 낫짱의 태도도 인상적이었다.

이 나라에서 단 한명이라도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된다니, 나쓰코는 종종 멋진 시스템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팔릴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물건일지라도 이 세상에 누군가 한 사람 정도는 흥미를 갖고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 사람만 있으면 된다.
그 사람에게만 닿으면 된다. 31쪽

한 사람만 있으면 된다. 물건 뿐 아니라 사람도 마찬가지다. 노에치에겐 낫짱이, 낫짱에겐 노에치가 그렇게 서로를 위해 발이 되어주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주는 손이 되어주는 것. 단지의 나이든 어르신들도 쉰이 넘은 두 사람을 여전히 아이처럼 바라보며 두 사람의 우정을 부러워한다. 개인적으로는 음식을 나눠먹는 것 보단 영화를 같이 볼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참 부러웠다.

커피를 끓인 뒤 그물 선반에서 DVD를 골라, 약간 영화관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오랜만에 왕가위 감독의 <해피투게더>를 봤다. 양조위와 장국영이 아르헨티나를 여행하는 권태기 게이 커플을 연기한 작품이었다.(...)
방 안에서라면 무책임하게 지껄이든 무슨 상관이랴. 82-3쪽

같은 영화를 매번 열심히 감탄하며 볼 수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이 존재한다는 게 정말 부럽다. 혼밥을 시작으로 혼자서 하는 것이 이제 편하고 좋아진 세상이지만 이런 친구는 확실히 한 명은 꼭 있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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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단지의 두 사람 단지의 두 사람
후지노 치야 지음, 양지윤 옮김 / 빈페이지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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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의두사람 #양지윤 #후지노치야 #빈페이지 #추천

단지의 두 사람의 두 번째 이야기.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고향의 아파트로 돌아와 거의 매일 함께 밥을 먹고, 같은 단지의 어르신들의 심부름을 돕고 때로는 함께 아는 지인들과 음식을 나누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또 한 사람. 노에치의 과거가 화려한 오빠 덕분에 중고 물품 거래로 용돈(혹은 그 이상)을 버는 낫짱의 일상도 은근한 재미가 있었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특히 아쓰(노에치 오빠)의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는데 그가 고향집에 두고 간 LP 음반 거래와 낫짱에게 해준 조언이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너 대신 아쓰 오빠한테 상담했어. 큰 프로젝트라 자신이 없다고 농담처럼 말했지. 그랬더니 오빠가 진지한 표정으로 묵묵히 들어줬어. 그렇게 말없이 계속 들어주다가 마지막에 딱 한마디 하더라. ‘지금 노력하지 않으면 언제 노력할 거냐!라고.˝

책을 읽다가 당황할 때가 종종 있지만 이렇게 재미있는 소설을 읽다가 뼈를 맞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최근 이런저런 일로 너무 바빠서 (근로자의 날을 제외하고 4, 5월 주중, 주말 모두 출근) 퇴근하면 집에와서 아이랑 잠시 노는 것 외에는 거의 움직임이 없었는데 저 문장을 보고 나서는 이렇게 자리잡고 앉아 서평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재미있는 책을 읽고 쓰지 않으면 ‘지금 쓰지 않으면 언제 쓸거냐!‘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중고거래 이후 수입과 지출 내역을 빠짐없이 적는 낫짱의 꾸준함도 어떤 자기개발서보다 나를 뿜뿜하게 만들어주었다.

친한 사람과 좋은 관계를 오래도록 유지하는 방법은 ‘주고 받기‘를 잘 지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에치와 낫짱의 관계 뿐 아니라 주변 이웃들과의 사이만 보더라도 어르신들이 두 사람에게 무언가를 부탁할 때는 꼭 그 고마움을 무언가로 나누어준다. 살다보면 고맙다는 말을 듣지 못해 서운할 때도 있지만 반대로 고맙다고 말해야 할 때를 놓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일까. 한동안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잘 하지 못했는데 <또 단지의 두 사람>을 읽고나니 물건도 관계도 잘 대할 줄 아는 사람들이 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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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할매는 왜 다시 산티아고에 갔을까 - 두 번째 까미노, 포르투갈 길을 걷다
이윤 지음 / 푸른향기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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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의 에세이 <까칠한 할매는 왜 다시 산티아고에 갔을까>

이 책은 작가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시 걷게 된 이유를 담담하게 풀어낸 이야기다. 처음 읽기 전에는 ‘왜 굳이 다시 갔을까’라는 궁금증이 앞섰는데, 책을 읽다 보면 그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면서도 깊다. 이미 할머니의 나이가 된 작가가, 돌아가신 엄마를 그리워하기 위해 다시 길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이 여정은 여행이라기보다 감정을 따라가는 시간에 가깝게 느껴진다.

저자의 길을 따라 이야기가 흐르기 때문에 특별히 꾸며진 사건이나 극적인 전개보다는, 길을 걸으며 겪는 일들과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래서 읽다 보면 무언가를 설명하려는 글이라기보다는, 누군가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는 느낌이 든다. 특히 두 번째 순례라는 점에서, 이전과 같은 길을 걷고 있음에도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순간들이 인상적으로 그려진다. 일상 속에서는 충분히 꺼내놓지 못했던 감정을, 길 위에서는 오히려 더 솔직하게 마주하게 된다. 걷는 동안 떠오르는 기억들, 문득문득 밀려오는 그리움이 반복되면서, 이 여정은 점점 누군가를 잊기 위한 시간이 아니라 온전히 그리워하기 위한 시간이 되어간다. 그 과정이 과장되지 않고 담담하게 그려지기 때문에 더 오래 남는다.

제목에 있는 ‘까칠한’이라는 표현처럼, 글의 태도 역시 솔직하다. 힘든 건 힘들다고 말하고, 불편한 상황에서도 억지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은 감동을 만들어내기보다는, 자연스럽게 감정이 따라오게 만든다. 특히 누군가를 떠나보낸 이후에도 남아 있는 감정이 어떻게 계속 이어지는지를 현실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공감이 된다.
결국 이 책은 ‘왜 다시 갔을까’라는 질문에 분명한 답을 가지고 있다. 엄마가 보고 싶어서, 그리고 그 마음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어서였다. 그 이유 하나로 다시 길을 걷는 선택이 가능하다는 점이 인상 깊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그리움을 견디는 한 방식에 대한 이야기로 읽힌다.

#푸른향기 #까칠한할매는왜다시산티아고에갔을까 #이윤 #순례길 #여행에세이 @prun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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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이웃
이수안 지음 / 문학수첩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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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이웃 


이수안 소설집 <저녁의 이웃>은 겉으로 드러나는 낮의 이야기가 아닌 숨기거나 숨길 수 밖에 없었던 혹은 숨긴 것은 상대였다고 믿고 싶은 이들의 속내가 담겨져 있었다. 언젠가 나도 그러한 흐릿하거나 불편한 마음을 가진 적이 있었던듯도 싶은 기분이 들어 <저녁의 이웃>을 한낮에 읽을 때조차 나른한 마음이 되곤 했다.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6년 동안에 걸쳐 쓰여졌다고 했다. 아홉 편 중 몇 편을 꺼내어 작가에게, 그리고 이 책을 궁금해 할 독자들을 위해 내 감정을 좀 더 털어놓자면 '모든 오해는 이해했다고 믿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이제 나는 너를 전혀 모르겠다. 52쪽' (모나로부터, 모나에게 편) 은 세상에 얼마나 많은 오해와 이해했다는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을까하는 답도 없는 물음으로 가득채운 작품이다. 무언가 새로운 시작이 존재하는 곳에서는 물 위에서, 그리고 그 아래에서 엄청난 경쟁과 그로인한 질투가 넘실거린다. 공통된 하나의 적을 향한 공격은 죄책감도 덜하고 무엇보다 '사실'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평가에 인색한 교수의 엄청난 칭찬을 받은 모나가 그 대상이 되는 것은 무리도 아니었다. 동조하지 않았지만 그들과는 다르다는 자만을 놓지 못한 채 그녀를 사랑한 부부가 있고, 마찬가지로 그 둘 서로도 알지 못하는 이유로 모나를 오해하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픈 모나의 숨은 상처가 드러나는 순간 활자 너머에 내게까지 슬픔이 확 밀려왔다. 그런가하면 <소셜 다이닝>은 미식과 트릭이라는 한 가지만으로도 충분히 유희가 가능한 소재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었다.


“돋보인다고 하지 않고 돋보여야 한다고 했어요. 그리고 자신을 숨겨야 한다고 했고. 그 이유는 뭘까요?”(…)

“나를 숨김으로써 드러내는 거예요. 내용물보다 포장지가 더 중요하거든요.” 100쪽


내용을 떠나서 개인적으로 채식주의자가 고기를 먹고 속이 불편할 수도 있다는 생각만 해왔지, 그 반대의 경우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만약 커플 중 채식주의자가 있다면 한쪽만 배려하고 손해라고 생각해왔던 내 편견을 인정하고 말았다. 특히 만약 처음 만난 누군가의 직업을 맞추거나 내 직업을 아슬아슬하게 감춰야 하는 게임에 참여할 것인가 묻는다면 '이미 너무 피곤하다'라고 느낄만큼 지쳐있음도 느꼈다. 소설은 내가 굳이 시도하지 않는 모험을 그저 '읽는 행위'만으로도 노출의 위험없이 초대하는 수단이 되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유진'이란 이름은 작가들에게 정말 사랑받는 이름이구나를 깨닫게 해준 <테라스가 있는 옥상 별채>도 기억에 남는다. 섣부른 오해로 하지말았어야 할 말을 던지고 났을 때 후련함보다 후회가 밀려왔던 경험이 한 번쯤 있을것이다. 연인을 찾아 긴 시간을 날아 한국에 왔어도 연락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치코가 받았던 억울한 오해보다, 그가 떠난 뒤 걸려온 전화에서 마지막 한 마디가 더 오래 남을 것 같다. 다정은 그렇게나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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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데아
이우 지음 / 몽상가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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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데아, 이우 장편소설 서평.

유년시절 이후 줄곧 모로코에서 살았던 준서는 자신의 뿌리이자, 진정한 한국인이 되고자 어머니 몰래 국내 대학에 지원해 합격증을 받는다.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의 교육열이 남달랐기에 다른 이들이 친구를 사귀고 또래와 함께 놀러다닐 때 준서는 과외사실까지 숨겨가며 어머니의 입맛대로 성장했다. 파리에서 대학을 다녔어도 여전히 이방인의 삶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기에 ‘서울 이데아’를 꿈꾸며 신촌의 한 대학 사학과 신입생으로 돌아온다. 서울에 거주하며 서울에 있는 대학을 다니며 그곳에서 친구를 사귀면 분명 자신도 ‘한국인’이 될 줄 알았지만 마치 사막의 신기루처럼 준서가 찾고자 하는 것은 쉽게 다가오지도, 잡히지도 않는다.

📌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를 발견한 모험가들은 모두 신기루를 선물로 맞이한 사람들이란다.
(…) 신기루를 선무로 맞이하느냐, 덫으로 맞이하느냐… 그건 우리의 몫이겠지.” 192쪽

이웃에 살며 준서에게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벗이자 멘토이며 테니스 스승이기도 한 생테스와 함께 했던 사막에서 그는 신기루가 덫인 것 보다는 두려움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불행하다고 말한다. 준서가 서울에서 힘겨운 일들을 마주할 때 마다 잠시 넘어지더라도 결코 주저앉지 않을 수 있도록 해준 말이었다. 그러다 입학식 대표로 주연을 알게 되면서 준서는 첫 눈에 그녀에게 반해 타학과 전공 수업을 청강하고 오직 그녀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학교 시위에도 참가한다. 한국에 온 이유도, 시위에 참여하고 밤을 새며 학교일을 하는 모든 이유가 오직 주연에게 있었던 준서에게 찾아올 결말은 대략 짐작이 되었다. 하지만 소설의 마지막장을 끝까지 읽고 싶었던 이유는 준서의 연애에 있지 않았다.

📌
가만 생각해 보면 내가 한국인으로 인정을 받는 건 나의 주체적인 액션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던 거야. 평범한 사람들처럼 있는 그대로 한국인일 수 없었던 거지.(…)
결국 난 이십 년 동안 계속해서 한국인이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살았던 거였어.” 432쪽

어딘가에 속해있어야 만 안정감을 느낄 수 있을거란 기대, 그 기대로 무리를 했던 과거와 그로인해 얻었던 상처들이 스쳐지나갔다. 동시에 현재의 나는 사막 한가운데서 신기루를 찾고자 하는 마음은 온데간데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가장 불행한 상태’인건 아닌가 자문해보기도 했다. 왜 이렇게 증명해야만 하는 것인지, 무의미하다 하면서도 늘 그렇게 증명하고자 애써왔다는 생각도 들었다.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삶을 살아간다는 것 자체에 행복을 느끼고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면 얼마나 좋을까. 소설을 읽으며 그런 자문과 답을 찾아보았던 것 같다.


#서울이데아 #이우 #몽상가들 #소설 #서평 @mongsang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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