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도 되는 영어 공부법 - 저자만 되는 완벽한(?) 학습법은 가라
우공이산외국어연구소 지음 / 우공이산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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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공부관련 서적을 몇 권 읽으면서 깨달은것이 있다면, 일단 해야한다는 것이다.

공신도 말했다. 공부를 못하는 것은 머리가 나빠서도, 교재가 없어서도, 좋은 멘토를 못난나서도 아닌 공부를 안해서라고.

하지만, 공부를 꾸준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어떨까? 정말 긴 시간이었다. 초,중,고를 졸업하고 20년 가까운 시간을 독학부터 시작해서 책만 읽으면 된다는 독학영어학습법을 참 수없이 구매하고 읽고 실행에 옮기기도 했다. 하지만 매번 실패했다. 나만의 문제였을까?




우공이산연구소의 <독자도 되는 영어공부법>은 말한다. 저자만 되는 영어공부법, 문제가 있지 않냐고!


피아노를 샀습니다.

그런데 소리가 안납니다. 어쩌시겠습니까? 방에 자리나 차지하게 두시겠습니까? 지금껏 영어방법론들이 그랬습니다. 41쪽




사실 헌책방에 가서 여전히 오래전에 유행했던 영어학습법 교재를 볼 때면 다시한번 시도해볼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골방에 틀어박혀 불꺼놓고 오로지 듣기만 해볼까, 유명인사의 연설문 듣기를 해볼까? 싶은거다. 지난 달에는 2년만에 영어팝송 교재를 다시 구매하기도 했다. 꾸준함이 부족한건 부정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도 좀 더 명확하게 사례를 통해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공이산연구소의 <독자도 되는 영어공부법>책을 보면 끊임없이, 그야말로 줄기차게 실제 영어탈피 방법으로 공부한 사람들의 인터뷰가 등장한다. 한국에서만 공부한 사람들, 캐나다까지 가서도 영어탈피법으로 공부한 사람들의 인터뷰가 담겨있다. 사실 가장 좋은 방법이 현지에서 영어가 생활이 되는 방법이긴 하다.




정확히 말씀을 드리는 게 좋겠습니다.

영어 빨리 배우는 방법은 현지에서 영어탈피를 병행하는 것입니다. 71쪽


실제 영어탈피로 공부하신 분의 말에 의하면 무턱대고 오면 딱 그정도의 수준에서 시작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니 한국에서 미리미리 공부하고 오면 그만큼 나은 환경에서 시작할 수 있다고. 가기 전에도 가서도 꾸준하게 영어탈피로 공부할 수 있었던 환경이 참으로 탐나지만 그렇다고 한국에서 독학으로 불가능했던 것은 아니란 것을 역시나 실제 사례를 통해 알려준다. 중요한 것은 반드시 여엉회화, 즉 원어민과 대화를 해보는 것인데 이때 무턱대고 외국인에게 가서 말을 걸지말라고 말하는 저자에게 박수! 사실 이책을 읽다보면 몇 차례 '사이다'를 마신듯한 경험이 올 때가 있었다. 수십년 전 외국인이 그저 신기하게만 보이고, 그들도 역시나 우리가 신기하게만 여겨졌을 당시에야 어설픈 영어로 몇 마디 걸어보는 것이 서로에게 즐거운 헤프닝이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원하는 만큼의 대화와 효과를 보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것이 맞다. 원어민과 어떻게 대화할 수 있는지는 책에 나오니 참고하면 된다. 그리고 분별력없이 무조건 어려운 단어로 수험생을 괴롭히는 각종 시험들에게도 쓴소리 해주시는 저자. 고맙다. 진짜 영어 실력이 궁금한거라면 검정방식을 바꿔주시길.


제목을 어떻게 지을지 고민했습니다. 고심 끝에 '독자 되는 영어공부법'이렇게 지었습니다.

'도'에 방점이 있습니다. '도'는 '결과로써 증명된'의 의미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산증인입니다. 120쪽



<독자도 되는 영어공부법>이 제시한 단어학습법은 여러개의 뜻이 있는 하나의 단어를 외울 때 각각 다른 단어로 인식해서 외우라는 부분이었다. 이때 반드시 문장과 함께 외우는 것인데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저자의 말처럼 영어와 한글이 닮아있다고 느껴진다. 그동안 하나의 단어가 너무 많은 뜻이 담겨있는데 그것을 그저 단어로만 받아들여 외우려니 혼동되고 헷갈리기만 했다. 아예 전부 다 다른 단어, 즉 '타다'라는 의미를 각각 상황에 맞게 다른 단어로 인식해서 외우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공부는 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 책 역시 '공부중독'이라는 단어를 서두에 적어놓았다. 중독이 되어야한다. 단, 좋은 도구를 가지고 빠져들어야한다. 그럴경우 1800 이하의 단어를 아는 기초학습자도 2년도 지나지 않아 그야말로 자신이 원하는만큼의 영어능력자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산증인이 나도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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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일상은 안녕한가요 - 그저 좋아서 떠났던 여행의 모든 순간
안혜연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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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보낸 시간이 언제나 즐겁기만 했었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마냥 편안했었다고 얘기하는 건 더욱 어렵겠지만,

돌이켜보면 함박웃음이 절로 터져 나옵니다. 그 시간이 행복했었기 때문이겠지요?

 

참 행복했답니다. 길 위에서.

 

- [당신의 일상은 안녕한가요] 프롤로그 중에서-

 

 

 

 

 길 위에서 참 행복했었다는 저자의 말에 힘들었던 여행까지 모조리 다 꺼내본다. 힘들다고 행복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 다시금 혼자 떠나는 여행이 싫기만 한 것은 아닌 걸 보면, 나 역시 참 행복했었던 것 같다. 그 길 위에서. 저자의 여행서적 중 두 권을 읽었다. 언제봐도 결이 참 좋은 글을 쓴다.  책 <당신의 일상은 안녕한가요>역시 편하게 다가온다. 엄청난 과장도, 자신에게만 일어나는 일인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도 않는다. 그저 들려준다. 이런일도 있을 수 있고, 저런일도 있을 수 있다고. 글만보면 나보다 인생을 적어도 서너해는 더 산 것 같았는데 역시나 지혜는 생물학적 나이와 상관없는 것 같다.

 

 

 

 

 


 

 


 


혼자 여행하는 이유? 단지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다.

-중략-

엄마가 된 친구들에게는 선뜻 손 내밀 수가 없고, 회사에 몸이 묶인 이들은 휴가 내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렇다고 시간만 넉넉한 백수나 프리랜서를 꼬드기자니 공연스레 금전적인 부담을 떠안기는 것 같아 꺼리게 된다. 돈과 시간이 있다 한들 여행의 취향이 맞지 않으면 말짱도루묵. 25쪽

 

처음에는 혼자 떠나는 여행이 내키지 않았다. 여행중에 만나는 커플들, 친구들과 함께 온 사람들을 볼 때면 왠지 서럽기도 했는 데 저자 덕분에 괜찮다. 그래, 내가 하고 싶었던 게 저거였다. 섣불리 혼자가 싫어 억지스레 맞춰주며 떠난다면 애초에 떠나려던 목적과는 멀어져버린다. 그야말로 말짱 도루묵.

 

 


혼자 여행하면 나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다.

 -중략-

내 감정과 몸만 잘 추스르면 되니까 간단해서 좋다.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겪어보고 발견하면서 나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 25쪽

 

사실 막상 떠난 후에, 비행기에 오른 뒤부터는 오로지 걱정이란게 예약해둔 숙소를 잘 찾아갈 수 있을까 정도였던 것 같다. 챙겨오지 못한 것은 무엇인지, 지나친 걱정으로 짐을 늘린 것은 아닌가 하는 그런 소소한 것들도 일단 비행기에만 오르면, 혹은 기차나 고속버스에 오르는 순간 사소한 걱정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챙겨야 할 것은 무엇일까. 저자는 여권과 항공권 그리고 약간의 돈 뿐이라는 현실적인 모범답안을 들려준다. 그래서인지 여행중에, 그리고 돌아오면서 드는 생각은 '무조건 다 버리자. 이 여행가방에 들어가는 것만 놔두고 다 버리자.' 였다. 심지어 책과 낡은 일기장 마저 다 디지털로 변환해서 다 버려도 될 것 같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는다. 미련맞아서가 아니라 진짜 다버리고 나면 어느 한곳에 결코 1년이상 머무를 수 없을 것 같다. 장소 뿐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안에서도 그렇게 하지 못할 것 만 같다. 그야말로 다 없어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아버릴테니까. 꼭 필요한 세 가지외에 해외를 여행할 때 필요한 것이 간단한 외국어다. 유창하게 무언가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기본적인 매너 중 하나일 수 있는 고맙다는 인사와 기본인사.

 

 

 

 

 

준비는 설렁설렁, 얼렁뚱땅 넘어가곤 하지만 나름 비장의 무기가 있다. 어느 나라를 가든 인사말과 고맙다는 표현 정도는 현지어로 반드시 외운다. 47-8쪽

 

 

낯산여행지에서 시장을 찾는 저자와는 달리 나는 여행지에서 가장 먼저 찾는 곳은 서점 그리고 마트다. 마트의 규모는 그다지 신경스지 않는다. 크면 좋긴 할테지만  규모가 작은 마트여도 상관없다. 그냥 그곳 사람들이 주로 사마시는 우유, 음료, 과자 등을 보는 것이 좋다. 그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공산품이 여행자인 내게는 모두가 신비롭고 간직하고픈 추억이 되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처럼 시장이 그들의 날것을 보여준다면 마트는 날 것이 가지지 못하는 소박함이 묻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 시장에 가면 찾는 곳은 저자랑 같다. 바로 ‘치즈가게.’

 

 

 


 

 

 

 

 


에멘탈, 고다 ,캉탈, 카망베르, 브리, 콩테 치즈는 무난하게 먹을 수 있었다.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한번은 괜한 도전 정신을 발휘해 꼬리꼬리한 향의 치즈를 집어 들었다가 고약한 냄새에 질려 입도 못 댄 채 버렸다. 냄새의 주인공은 에푸아스와 푸른 곰팡이가 가득한 블뢰 도베르뉴. 61쪽

 저자처럼 나역시 브리나 카망베르, 고다치즈 정도는 무난하게 때로는 정말 즐겨가며 먹는다. 하지만 푸른 곰팡이가 가득한 치즈는 아직까지 두렵다. 그래도 역시나 치즈가게는 빼놓을 수 없는 장소다. 코끝을 강하게 자극시키는 것 부터 악취가 입안에 들어오는 순간 향으로 바뀌는 듯한 드라마틱한 경험은 포기할 수가 없다.

 

 


혹독하게 더웠는데, 조금은 힘들었던 기억인데 이상하지? 호이안이 자꾸 생각난다. 낯선 공기가 맴돌던 이른 아침의 잔잔했던 시간이, 아침에만 볼 수 있던 소소한 풍경이. 그런 아침이 참 좋았다.88쪽

 

 

 더블린을 여행할 때 였다. 저자처럼 나홀로 떠난 더블린은 서럽고 추웠다. 그런데도 유럽의 아침을 떠올릴 때면 그 좋았던 파리나 런던이 아닌 더블린이 생각난다. 숙소를 찾지못해 헤매던 때에도 우체국보다 더 큰 우체통 덕분에 멀리서도 보이던 우체국 하나로 버텼던 여행이었다. 그런데도 그 아침이 좋았다. 저자의 말처럼 이른 아침이라 잔잔했던, 바삐 가던 사람밖에 없어서 붙잡을 수 밖에 없던 나를 조급해 하면서도 끝까지 목적지에 데려다주던 마른체구의 여성도 잊히지 않는다.

 

 

 

 

 

<버스타고 제주여행>집필 당시 다녀왔다는 제주도의 귀가 접힌 귀여운 개. 이 개 사진이 난 너무좋다. 원본이 가지고 싶다. 개를 직접 본들 이제는 나이들어 그당시의 귀여움은 만날 수 없을테니 그 귀여웠던 시절의 그 개의 사진을 갖고 싶다. 제주 삼달리.

 


 

 

 


 


삼달리는 그런 곳이다. 마을을 타박타박 걷고 있으면 단지 산다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걸 몸이 안다. 햇빛도 있고 자유도 있고 꽃도 있어야지. 그래야 사람 사는 거지. 97쪽

 

 

 

저자의 하노이 여행 중 쌩쌩 달리는 오토바이를 피하느라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는 데 나는 파리에서 그랬다. 도무지 교통신호를 지키는 보행자가 없다. 어딜가도 그냥 눈치껏 건넌다. 그러다보니 신호를 보고 건너기 보다 사람을 보고 건널 때가 더 많았다.

 

 

 

 

 

한날은 엄마와 아침 산책 삼아 베네치아 골목길을 걷다가 리알토 시장에서 새우에 눈독을 들였다. 빈손으로 발길을 돌리자니 오동통하게 살오른 새우가 눈에 아른아른 밟혀 충동구매하고 말았다. 151쪽

 

 

 

 


이탈리아에서 먹은 집밥의 기억은 따듯했다. 평소에는 세 사람이 마주 앉아 밥 한 술 뜨기도 녹록치 않았던 바쁜 일상. 꼬박 30일, 삼시 세끼를 함께하며 우리 가족은 확실히 더 돈독해졌다. 때로는 배불리 먹는 음식이 뱃속뿐 아니라 허기진 마음까지 채워준다. 153쪽

 


 

 


 

나도 엄마와 이렇게 살아보는 여행을 해보고 싶다. 작년 엄마와 단둘이 떠났던 오키나와 여행은 그야말로 엄마를 부엌에서 해방해준다는 모토아래 매 끼니를 호텔 조식, 레스토랑만 찾아다녔다. 저자처럼 라면을 싸들고 가거나 새우를 사들고 와서 직접 해먹는 에어비앤비 여행도 떠나고 싶어졌다.

 

 

 

 


모든 여행자는 여행지의 환경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 문화를 존중할 책임을 가진다. 내가 스쳐가는 이 땅이 누군가의 삶의 터전이라는 사실을 망각하면 안 된다. 184쪽

 베네치아의 작은 섬 부라노와 관련된 일화에서는 얼마전 전주 한옥마을 주민들의 불편을 다룬 기사를 떠올리게 했다. 저자의 말처럼 누군가에게는 삶의 터전인 그곳에 대한 존중하는 마음과 배려를 잊으면 안될 것 같다. 여행자의 마음을 이야기할 때 해당 빼놓지 않고 이런 내용을 일깨우는 저자의 마음씀이 참 이쁘게 느껴졌다.

 

 

 

 


‘내가 바라는 나’와 ‘진정한 나’사이의 간극이 너무 컸다. 그 틈이 너무 벌어져서 한동안 힘에 겨웠다. 이제 인정해야겠다 .이게 나라는 걸. 기준이 남이면 나의 행복은 산산이 조각나 흩어진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토닥토닥 안아주고 믿어주고 사랑해야지. 241쪽

 

 

 

 

 


자신감을 갖기로 했다.

 

내가 잘하는 일에. 잘하고 싶은 일들에. 247쪽

 

 

 

 타이밍, 엄마, 헤어진 인연, 그리고 현재 하고 있는 일들에 관한 내용을 읽을 때는 저자가 풀어놓은 자리에 마냥마냥 내이야기도 늘어놓았다. 책리뷰에 담기에는 지극히 사적이라 적을 수 없지만 저자 덕분에 내가 가지고 있던 나에대해, 그리고 가족에 대해 그리고 인연들에 대해 간만에 스스로에게 솔직한 나를 만날 수 있었다. 저자의 말처럼 혼자 떠난 여행이 나 자신을 만나게 해주듯 책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독서 또한 여행이라고 하는가부다. 나를 이 멋진 여행에 초대해주진 저자에게 박수를, 그리고 우리 모두 각자의 길에서 계속 해나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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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다이어리 북 - 인생이 명랑해지는 야옹이 라이프!
이용한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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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행복은 결코 미래에서 우리를 기다리지 않아.
거리의 현자인 고양이는 말하지. 오늘의 캔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

 

귀여운 아기고양이부터 쉽게 마주하게 되는 길고양이까지 보고 있으면 행복해지는 다이어리 Cat Diary Book.

고양이사진과 함께 고양이를 볼 때면 궁금해졌던 내용들까지 문답형식으로 담겨져 있다는 점이 맘에 든다. 얼마전 모 커뮤니티에 길고양이 덕분에 편의점 매상이 올랐다는 재미반으로 올린 글을 보았다. 길고양이가 편의점 주변을 어슬렁 거리자 편의점을 드나드는 손님들이 그 귀여운 모습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고양이가 좋아할만한 소세지, 캔음식등을 추가로 구매한다는 것이다.


캣다이어리북에도 길고양이에게 어떻게 밥을 주면 되는지, 또 이때 주면 안되는 음식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물론 이 책이자 다이어리는 다이어리의 기능도 당연 갖추고 있다. 월별 캘린더 부터 주간 위클리, 거기에 프리노트까지 더해서 맛집 탐방이나 귀여운 고양이를 만났을 때 바로바로 그리거나 낙서하듯 편안하게 그날의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다.

하지만 역시, 고양이다이어리 답게 보기만 해도 기분좋아지는 냥이사진이 가득해야한다. 인상쓴 냥이부터 풀뜯어먹는 냥이까지, 이곳에서 전부 보여줄 순 없지만 길을 걷다가 사진에 담고 싶었으나 야속하게도 그리고 도도하게도 결코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아 간직할 수 없었던 냥이들의 사진들을 맘껏 즐길 수 있다.

고양이 다이어리 북 초판 한정으로 냥 스티커와 함께 2019아깽이 달력도 함께 들어있다. 월별로 다른 고양이들의 사진들이 계절감 뿜뿜 내며 담겨있기 때문에 자주 펼쳐보게 될 스터디플래너 혹은 액자형태로 책상위나 침대맡에 놓아두어도 좋을 것 같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 뿐 아니라 평소에 미소가 없는 혹은 웃을일이 그다지 없다는 심각한 직딩들에게 요런 선물어떨까. 어느새 10월의 마지막주를 지나 다음 주 주말이면 11월이다. 다이어리, 플래너를 장만해야 할 타임. 회사다이어리가 전부인 직딩들에게, 스터디플래너를 빽빽하게 채워야만 하는 학생이라도 고양이 다이어리 북 하나쯤은 추가로 장만하거나 선물받아도 좋을 것 같다. 왜냐면, 우리는 지금 행복해야 하니까. 우리가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것도 맞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소소한 행복까지 놓치지 말자. 오늘의 캔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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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 그림자 - 2010년 제43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민음 경장편 4
황정은 지음 / 민음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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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소설을 한 단어로 정리하면 이렇다.

고.맙.다.



작품해설 중 신형철(문학평론가)...





나의 소감도 한 줄로 요약하자면 '고맙다'.



오른쪽 새끼발가락 쪽에서 가늘고 가늘게 늘어난 그림자가 덤불을 넘어 어디론가 뻗어 있었다.

그림자로구나.

그때 알았다.


*


그림자 같은 건 따라가지 마세요. 10쪽




그림자가 일어선다라는 것은 어떤 의밀까. 자살충동을 불러일으키거나 삶의 의욕을 상실한 상태에 마주하게 되는 '자아'이려나.

사실 이소설은 내게 있어 오래된 전자상가 음향기기 수리점에서 일하는 은교와 무재의 사랑이야기를 이야기하기에도 벅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현실을 현실이라고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뇌리와 가슴에 콕콕 박히게 적었다는 평론가의 한줄 소감과 일치하기에 더더욱 고마운 소설이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평론가의 말처럼 이 소설이 용산전자상가를 무대로 했던 안했던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SNS속의 화려한 삶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우리가 '슬럼'이란 단어로 일축시켜버리고 외면하는 다른 쪽의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리뷰를 너무 오랜만에 적으려다보니 말이 길어진다. (곧 나아지겠지.)

그런 이야기들은 다른 사람들이 충분히, 많이 배우고, 많이 읽은 분들께 넘기고 나는 그저 은교와 무재의 사랑이야기만 적고 싶다.



나는 쇄골이 반듯한 사람이 좋습니다.

그렇군요.

좋아합니다.

쇄골을요?

은교 씨를요.

......나는 쇄골이 하나도 반듯하지 않은데요.

반듯하지 않아도 좋으니까 좋은 거지요. 39쪽



그다지 두껍지도 않은 책을 오래도록 부여잡고, 지하철에서, 카페에서, 잠자리에서도 읽었던 것은 이들의 연애가, 무심한듯 툭툭 던지는 무재의 고백이 오래도록 나를 붙잡았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랑이 참 고팠다. 경제적으로는 가난해서 만날 때 마다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비싼 레스토랑을 가지못하고 검은 봉지속 샌드위치를 나눠먹어도 마냥 서로를 바라보며 웃을 수 있는 연애가 고팠다. 박민규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경요의 [노을]이 떠올랐다. 사랑, 그거하나면 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되고 싶었다. 어쩌면 이것은 내가 과거에 포기했던 사랑에 대한 아쉬움과 이제사 마치 연기하듯 하려는 오만일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은교와 무재의 사랑이 참 좋고 부러웠다.



출근하는 길에 보고 샀다는 그것을 받아 들고, 또 보자며 돌아서서 가는 무재 씨를 한동안 바라보았다. 손바닥에 화분을 얹은 채로 수리실로 돌아갔다. 어느 틈에 그 자리로 돌아갔는지 유곤 씨가 입구에 앉아서 감나히 나를 보고 있다가 말했다.


아픕니까.

아니요.

얼굴이 빨갛습니다.  55쪽


누군가의 얼굴을 붉히는 방법은 다양하다. 요즘처럼 날씨마저 우리의 얼굴을 울그락불그락 하는 세상에는 더더욱 잦은 일이다. 하지만 오롯이 '호감'과 '설레임'과 '떨림'으로 얼굴이 달아올랐던 적이 언제였을까 싶었다. 소리가 나면 고개를 끄덕이는 플라스틱 떡잎 장난감을 받아들고 들어오는 은교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유곤처럼 나도 그녀에게 얼굴이 빨갛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내 속마음은 순수한 유곤과는 다를 것이다. 아마도 속으로는, '당신,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 알기나 하는거에요?'라고 질투를 느꼈을테니말이다.


전화번호를 물어보고서는 며칠이 지나도 걸려오지 않는다면 이미 그로부터 잊힌 사람이 된거라고, 그저 예의상 물었을거라고 쉬이 관계를 끊어내는 이들에게 무재와 은교의 연애방식은 꽤나 지루하고 답답할 것이다. 언제 무얼 하자고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으면 이미 틀린 약속이라고 믿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은교와 무재의 연애는 시종일관 무계획이다. 어찌보면 어느 날은 은교가, 또 다른 날엔 무재가 느닷없이 상대방의 일상을 비집고 들어와버린다. 미안한 기색도 없고, 불편한 기색도 없다. 이 사람이 지금 나와 연애중인 것이 맞는지 자문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인 나도 어느샌가 그들의 방식이 크게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저렇게 살면서 무슨 연애냐는 우려와 걱정도 그즘에서는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연애. 그래. 그것은 돈이랑 무관하다. 삼포, 사포를 이야기하자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이는 그 감정, '사랑'은 역시나 '돈' 혹은 '현실'이란 것들로 결코 방해받을 순 없을 것 같다.


신호를 대기하느라고 무재 씨가 브레이크를 밟고 있을 때에는 차가 부들부들 떨었다.

떠네요!

떠는데요!

하며 둘이서 깔깔 웃었다. 153쪽


평론가는 말한다. 저 두 사람의 끝이 처음과 비교했을 때 다분히 희망적이라고. 과연 그럴까? 역시나 현실에 두 발을 꾸욱 내딛고 선 내게는 그 두 사람의 미래는 결코 희망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둘 중 누구하나 꼿꼿하게 서버린 그림자에 눌려 세상과 이별할 것이라고 확신하지도 않는다. 그냥 저 두 사람의 사랑이 예쁘게 보였다. 대물림 되어버린 빚이 결국 본인 세대에서도 끝나지 못할 줄 알면서도 마음이 가는 사랑, 이 사람이 얼마나 배웠고, 얼마가 가졌는지 한 순간도 궁금하지 않는 사랑, 3만원 짜리 중고차를 타고 언제 퍼질지도 모르는 굉음을 내며 달리는 차안에서도 그 누구보다 행복한 여행을 즐기는 사랑, 그래, 그 사랑이 부럽고 예쁘다. 백의 그림자속의 그림자가 일어서든 말든 알게뭐람, 난 이런 사랑을 한다면 그놈의 그림자 따위 수백 번 나를 찾아와 나를 짓누르고 내 앞을 가로막아도 살아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때마다 따라가지 말라고 붙드는 무재가, 공허한 속과 마음을 따뜻한 국물로 채워주는 은교가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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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과 순례자 - 가문비나무의 노래 두 번째 이야기 가문비나무의 노래
마틴 슐레스케 지음, 유영미 옮김 / 니케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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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은 배움과 훈련에 필수적으로 따르는 현상임을 이해해야 합니다.

좌절은 아프지만 복이되어 우리가 가는 길에 동행합니다. 77쪽



지난 여름, 꽤 아팠다. 몸도 마음도 그리고 영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많이 힘든 시간을 보냈다. 책과 영화 그리고 사람마저도 내 마음의 어느 한 부분을 건드려주지 못했다. 간신히 기도만 붙들고 버텨냈던 시간이다. 물론 이 책을 읽을 무렵은 조금 나아진 상태였다. 하지만 어찌보면 그 순간이 가장 위태로울지도 모른다. 자칫하면 아예 어둠으로 넘어갈 수도 있기때문이다. 그때 이 책을 만났다.  어느 날에는 무작정 책만 가지고 카페에 갔다가 무엇이든 적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서 밖에 비가 오는데도 비를 맞으며 근처 상점으로 뛰어가 메모지와 펜을 사가지고 와서 한 페이지를 빼곡하게 감상으로 채우기도 했다. 그래서 리뷰가 많이 늦었다.


아무래도 종교와 관련된 부분이 전면에서 등장하지만 그렇다고 신앙, 가톨릭 혹은 개신교인이 아니라서 불편하거나 어긋나는 부분은 없을 것 같다. 서두에 발췌한 문장만 봐도 그렇다. 고생 끝 행복, NO PAIN NO GAIN 이란 말은 종교와 상관없이 어릴 때, 학창시절에 여러차례 접하게 되는 말들이기 때문이다. 그런줄 알면서도 왜 정작 당신은 좌절했냐고 묻는다면 내가 잘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이야기해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같은 내용을 조금씩 바꾼 수백권의 자기개발서가 출간되는데도 매번 다른 감동과, 다른 리뷰로 베스트셀러에 올라가는 까닭도 같은 이유지 않을까. 현명한 사람들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듣겠지만 나처럼 어리석은 사람들은 입에 꼭 맞게 말해주지 않으면 잘 와닿지 않는다. 마틴 슐레스케가 내게 꼭 맞는 방식으로 말해준 사람인 셈이다.


우리가 무뎌졌다는 것은 소명대로 사는 일이 녹록지 않았음을 보여 줍니다. 무뎌지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닙니다.

무뎌진 마음을 벼리려 하지 않는 태도가 나쁩니다. 아직 괜찮다고 혼잣말을 한 뒤, 슬픔이 밀려 왔던 까닭을 이제 알겠습니다. 20쪽


무뎌져 있었던 것이다. 고통에, 나는 괜찮다는 자만에 무뎌져버린 것이다. 그래서 상처가 곪아서 표면으로 드러날 때까지 모르다가 터져버린 것이다. 이럴 때 저자는 멈춰야 한다고 말한다. 멈춰야지만 그 연장의 날을 연마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아주 빠르게 연마할 수 있을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때도 있는데 마치 맘에 드는 책 한권을 만났다고 해서, 한 편의 인생영화를 보았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을 수도 있는것을 착각하며 살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잠시 멈춘 상태에 머물러 기도해도 잘 되지 않을때가 있다. 끊임없이 좌절하면 나중이라는 희망보다 당장의 절망이 더 크게 다가올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자꾸만 실패를 거듭한다면 어떻게 낙심을 견딜 수 있겠습니까?

낙심으로 주춤하지 않으려면, 우리가 구하는 은혜가 '실패의 은혜'임을 알아야 합니다. 99쪽


'실패의 은혜'. 실패의 경험을 알지 못하면 교만에 빠지기 싶다는 것을 안다. 과거, 무언가 일이 잘되고 있을때의 나를 보아도 그렇다. 그럴때는 감사합니다를 연신 외치면서도 진실된 감사보다 앞으로 또 어떤 행운이 나를 찾아올지에 급급하고, 저 혼자 잘나서 잘된거라는 착각을 하곤 했다. 실패했을 때, 크게 아파서 당장 한 걸음도 내 힘으로 내딛을 수 없을때 비로소 숨쉬는 것 마저 축복과 자비였음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좌절하고 있는 나, 아파하고 있는 나, 실패한 것은 없지만 분명 성공이라고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다름아닌 '실패의 은혜'를 받고 있는 것이었구나 생각하니 그제서야 조금 숨통이 트였다.


우리가 "하느님, 우리에게 어떤 은사를 주시려고 합니까?"라고 물으면

하느님은 "너에게 과제를 주어도 되겠느냐?"하고 되물을 것입니다. 131쪽


숨통이 트인뒤에야 내가 괴로워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버지께서 주시는 '과제'를 회피하려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은사는 받고 싶은데, 고통스런 과정은 생략하고 싶은 오만과 불순종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왜냐면 그처럼 고통없이도 많은 것을 주시는 분이셨으니 이번에도 그렇게 해달라고 떼쓰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만원짜리 장난감을 사준 엄마에게 그 다음에는 3만원짜리, 그 다음에는 10만원짜리를 사주겠지 하며 울부짖는 아이처럼 그렇게 말이다. 그렇게 한꺼풀 한꺼풀 고통을 벗겨내다보니 점점 더 아버지의 사랑과 은총이 가깝게 느껴졌다. 물론 이미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잊고 있었던 것이긴 하지만.


우리가 묻지 않으면 하느님이 무슨 말씀을 하겠습니까? 하느님은 둔한 가슴에 대고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다니엘서>는 "네가 마음으로 깨닫기를 간절히 원할 때 하느님이 너의 기도를 들으신다."라고 했습니다. 179쪽


아픈 와중에도 기도를 놓지 않았다고 했지만 정작 하느님께 지금 이 상황을 왜 주셨는지, 이 고통의 끝이 무엇인지는 묻지를 않았다. 듣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아버지가 안주시는것이 아니라 내가 과제를 수행하기 싫어서 은사마저 포기하고 있음을 깨닫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물어야했다. 그리고 받아들여야했다. 아버지께서 내게 주시려는 은사는 내가 거부한다고 안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아버지께서는 최후의 방법, 고삐를 끄시고, 엉치뼈를 내리치시기 전까지 나를 끊임없이 기다려주고 계셨음을 알았다. 때로는 그것이 기도를 통해, 이때의 나처럼 묻지 않고 아파할 때는 우연찮게 손에 든 한 권의 책을 통해, 마틴 슐레스케라는 내 입에 꼭 맞는 작가를 통해 깨닫게 해주신다. 여름날의 나처럼 아파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마틴 슐레스케의 <바이올린과 순례자>는 저자의 전작<가문비나무의 노래> 두번째 이야기다. 평소라면 분명 첫 번째 작품을 찾아 읽고 싶어졌을텐데 아직 이 책의 감동과 여운이, 작가가 들려준 조언이 체화되지 않아서인지 그럴 엄두가 나진 않는다. 분명 몇 달을 내내 책을 바라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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