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에 다리가 하나여도 웃을 수 있다면 - 왜 이리 되는 일이 없나 싶은 당신에게 오스카 와일드의 말 40
박사 지음 / 허밍버드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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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시작은 '개의치 않다'라는 말에서 출발한다. 저자의 말처럼 세상이 워낙 개의한 것 뿐이라서 개의치 않다라는 말이 필요했을 것이다. 동시에 나는 그럼 요즘 무엇에 그렇게 개의하면서 살고 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책 <치킨에 다리가 하나여도 웃을 수 있다면>은 작가 오스카와일드의 어록에 대한 공개적인 뒷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하긴. 그가 죽고 난 후에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대한 부연이며 감상이니 뒷말이 맞다. 그리고 이 리뷰는 어쩌면 오스카 와일드를 저자 박사가 뒷말 한 것에 대한 뒷말이 되는 셈이다.


삶은 이상하다. 삶은 그토록 몰아붙이면서도 나아갈 길을 마련해놓는다. 극소수를 제외한 이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이해한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속담을 이해한다.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고 보니 정말 극소수를 제외하면 죽기 전까지 죽지는 않는다는 모 신부님의 말처럼 죽으란 법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겠다'싶은 순간 대부분이 사실 실질적인 것보다 감정적인 부분이 많아서 인지도 모른다. 감사해야 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그 감정이란 것 때문에 상처받는 나란 인간은 세상을 향해 조롱을 퍼붓는 오스카 와일드와의 만남이 더 친근하고 절실하게 다가왔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한평생 이어질 로맨스의 시작이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한, 애인이든 친구든 모든 관계는 부드럽게 오래간다. 느닷없이 교통사고처럼 닥치는 충돌, 사포처럼 신경을 쉴 새 없이 긁어대는 잔소리도 사라진다.



고백하자면 나는 내 자신을 아직까지도 완벽하게 사랑하지 못하고 있다. 작가는 오스카 와일드를 알기 전부터 자기자신을 사랑했고, 자존감이 높다는 점이 비슷하다고 하기에 엄청 부러웠다. 이 두사람의 말이 맞다. 자기자신도 사랑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타인의 사랑을 기대할 것이며, 그것이 늘 의문이면 당연히 언젠가 나를 떠날 것이라는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그것은 단 한 순간도 완벽하게 '사랑'하지도 받지도 못한다는 의미가 된다. 그래서인지 관계의 지속은 가능해도 마지막인사까지 완벽하게 행복했던 적은 드물었다. 설사 아프게 헤어지더라도 내가 나를 사랑한다면 회복도 빠르다. 평생 사랑하며 살고 싶다면 자신부터 사랑하라는 저자의 말에 한숨부터 나왔다. 역시나 상대방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말은 나를 사랑하기만 하면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행복한 사람은 착하다. 그러나 그 역이 늘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어린시절 누가봐도 난 착한아이었다. 남의 것을 탐낼줄도 몰랐고, 타인을 괴롭혀서 기쁨을 느껴본적도 그런 사람들조차 미워할 줄도 몰랐다. 그런나에게 세상이 알려준 답은 '착하면 바보다'였다. 늘 양보하고 배려하는 내가 얼마나 바보같은지 여러차례 느껴가며 어느 순간 나는 착하지도, 그렇다고 현명하게 나쁘지도 못한 상태로 성장해버렸다. 사회에서 '착하다'라고 하는 사람들의 의미는 내가 생각해온 착함과는 거리가 있었다. 저자의 말처럼 행복해야, 마음의 여유가 특별히 나쁜 사람이 아니면 착하게 살 수 있다. 진작에 그 사실을 깨달았더라면, 설사 세상이 내게 착한 것이 바보와 같은 거라는 것을 알려주었어도 그만큼 여유가 있으니 괜찮다고 다독여주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억지로 착한척하려고 힘들게 나를 다그쳤다가 그 노력이 비난으로 되돌아오더라도 견딜 수 있었을것이다. 오히려 오스카 와일드처럼 세상을 향해 여유있는 나 자신을 오히려 한껏 자랑하며 더 착한 모습을 보였을지도 모른다. 어찌되었든 착한 사람이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닌 세상이 안타까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착한 척하는 사람이 행복하지 않을 순 있지만 그야말로 착한 사람은 반드시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실 이 책의 저자 '박사'의 책을 처음 읽은 것이 아닌데 이번만큼 공감하면서 읽었던 적은 '처음'이었다. 오스카 와일드가 이토록 멋진 말들을 많이 했는줄 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것도 물론이다. 산다는 것이 쉬운일이 아닌 줄은 이제 알고도 넘칠 정도지만 반드시 어렵고 힘들게 살아야만 하는 것도 아니란 것을 알았다. 오스카 와일드 처럼 완벽하게 자신을 사랑하고, 천재적으로 살아갈 자신은 없다. 하지만 좀 수월하게 견뎌낼 수 있는 방법은 알게 된 것 같다. 치킨다리가 하나여도 웃을 수 있다는 것은 그냥 받아들이라는 의미가 아니었다. 억지스레 그런척 하라는 의미도 아니어서 좋았다. 치킨다리가 하난데 어떻게 웃을 수 있는지 궁금한 사람들, 왜 웃어야 하는지 반문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읽어보길 바란다. 이에 대한 해답은 물론 인생을 보다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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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셀프 트래블 - 2019-2020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한혜원.김미정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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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취재 과정에서 도쿄가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도시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 프롤로그-


 


도쿄. 저자가 프롤로그에 적었던 것처러머 소위말해 가성비 좋은 여행지가 다름 아닌 도쿄다. 맛있는 디저트와 라멘처럼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음식덕분에 고생할 일도 적고 무엇보다 아기자기한 소품부터 국내에 들어와있는 무인양품이나 유니클로등의 브랜드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등 다양한 이점이 많기 때문이다. 그것이 이점이자 동시에 단점이되어 도쿄여행은 뻔하다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 나 또한 언니 덕분에 10여년 전부터 도쿄는 제주도보다 더 익숙한, 그 만큼 매력이 덜한 장소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바로 이 책 <도쿄 셀프트래블>덕분에 나 조차 잊고 있었던, 혹은 처음 접하게 된 도쿄의 매력을 만나게 되었다.



 


일본은 사실 어딜 가나 실패확률이 적다고 생각했었다. 언니가 골라서 데려가주었다는 사실을 간과했던 것이다. 어느정도 익숙해진 후 혼자서 여기저기 다녀본 결과 특별하게 더 '맛있는', 혹은 '멋있는'카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실패확률이 적은 프렌차이즈를 가기 쉬운데 그렇게 가게 된 곳이 내게는 도토루다. 확실히 마트에서 마시는 것과는 차이가 있고 매장도 많기 때문에 굳이 찾아다니면서 고생할 필요가 없다. 맛집을 꼭 가보고 싶은 분들은 대부분 블로거들의 말을 믿고 가는데 국내 맛집과 달리 광고성 리뷰가 없기 때문에 믿음이 가기도 하지만 가이드북, 그것도 최신판을 계속 업데이트 해서 봐야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여행지는 우리가 늘 방문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신 정보를 확인하지 않으면 가서 허탕칠 수가 있다. 블로거들의 이야기를 믿고 가는 것도 좋지만 만약 해당 매장에 사람이 너무 많거나 혹은 영업중이 아닐 경우 우리에겐 차선책이 필요하다. 그자리에서 검색할 필요가 없다. 최신판 가이드 북으로 차선책을 미리 정해두고 가면 좋다. 가령 해당 지역별 맛집이 소개되어 있기 때문에 굳이 그 매장을 가지 않더라도 소개된 다른 곳을 가보면 된다. 허탕치는 것도 여행의 매력이지만 계획을 세우고 떠난 여행이라면 가급적 루트를 일탈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런가하면 책에서 소개된 추천구매품의 경우는 이미 국내에 다 들어와있어서 큰 의미가 있지는 않다. 물론 이건 상대적인 부분이라 도쿄에 처음 가거나 하는 분들, 드럭스토어가 주 목적인 분들에게는 좋은 팁이다.




긴자. 종종 지인들에게 우스갯소리로 '작은자'는 어디냐고 묻기도 했던 곳인데 처음 도쿄에 방문했을 때는 명품 브랜드의 부티크가 쫙 깔린 장소를 거닐면서 들뜨기도 하고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만큼 거리 양 옆으로 펼쳐진 매장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행복한 곳이기도 하다. 그 유명한 다이칸야마의 츠타야를 갈 때도 지나치는 곳이기 때문에 하루 종일 이곳에서만 시간을 보낼 수도 있을정도다.  도쿄여행이 처음이 아니거나, 시간적 여유가 있거나 무엇보다 맥주 에비스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에비스 맥주기념관을 꼭 추천하고 싶다. 우선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난 후 시음의 기회가 주어지는 데 그 과정이 지루하지 않으니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위치와 운영시간 및 휴무일등 꼭 필요한 내용들이 에 기재되어있다. 그 옆에 있는 에비스 가든 플레스에는 거의 대부분 플리마켓 등의 행사가 있기 때문에 겸사겸사 들려보는 것도 좋다.


 

드라마와 영화등에서 자주 보게 되는 우에노 공원은 벚꽃 길로 유명하지만 사실 어느 때가도 좋다. 근처에 우에노 동물원뿐 아니라 도쿄도 미술관, 국립과학박물관 그리고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다들 추천하는 '국립서양미술관'이 바로 근처에 있기 때문이다. 긴자와 다이칸야마의 하루가 셀럽느낌이라면 우에노 지역에서는 여유있는 문화인의 하루를 즐겨볼 수 있다. 우에노의 자세한 정보도 역시나 책에 잘 나와있으니 꼭 확인하고 방문하길 바란다.



이번에는 디즈니랜드 그리고 디즈니시에 대한 정보에 대해 언급해보자면, 사실 10여년동안 도쿄를 방문했으면서 디즈니랜드 및 시를 가보질 못했다. 미리 티켓을 구매하고 방문하면되는데 어째서인지 가고 싶다는 생각을 못해본것이다. 사실 디즈니랜드의 굿즈를 사기 위해 도쿄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에 비하면 역시나 내게 있어 도쿄는 여전히 가봐야 할 곳이 많은 매력적인 여행지다.



서두에 밝힌 것처럼 가이드북을 보고 있으면 다녀왔던 곳의 대한 추억 덕분에 즐겁기도 하고, 아직 가지 못한 수많은 장소 덕분에 설레기도 한다. 이번에는 저자의 말처럼 내가 알지못하는 도쿄의 매력을 찾기 위해 어느 때보다 꼼꼼하게 책을 보았고, 그만큼 역시나 도쿄는 가보고 싶은 여행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가도 늘 동화속으로 데려다주는 듯한 지유가오카, 츠타야와는 또 다른 매력의 준쿠도 서점 등 도쿄는 언제나 매력적이다. 셀프트래블 도쿄와 함께 2019년, 한 번 더 도쿄의 매력에 빠지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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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에게 아침달 시집 9
김소연 지음 / 아침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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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났던 날에 너는 매일매일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우리가 어떤 용기를 내어 서로 손을 잡았는지 손을 꼭 잡고 혹한의 공원에 앉아 밤을 지샜는지. 나는 다소곳이 그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가 우리가 우리를 우리를 되뇌고 되뇌며 그때의 표정이 되어서. 


- 다른 이야기 中-


김소연 작가의 시, 산문을 좋아한다. 단어 하나하나가 다 예뻐서 좋아한다. 어려운 말을 자기들의 말로 표현하지 않고 나와 같은 이들도 알아들을 수 있게 해주어서 좋았다. 리뷰의 시작을 시집 <i에게>에 수록된 '다른 이야기'에서 가져왔다. 저 문장을 보는 순간 황정은 작가의 <백의 그림자>속 은교와 무재가 떠올랐다. 폭력적인 세계에서 전혀 그렇지 않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누군가의 사랑보다, 삶보다 더 울림이 컸던 그 두사람의 공원 데이트 장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 이야기가 첫 줄 부터 맘에 와닿았고, 리뷰를 적게 되면 반드시 저 문단을 옮겨오자고 마음 먹었던 것이다. 그 두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더라도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는 이들이라면, 자신에게 이야기하는 상대방의 표정변화에 마음이 설레었던 적이 있었더라면 저 페이지가, 유달리 특별할 것 없는 저 글이 오래도록 마음을 붙잡았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글은 어느 한 구석 쓸쓸함이 느껴져서 더 좋았다. 마냥 달콤하지만은 않은, 어느샌가 우리를 일상으로 이끌어내어주는 참 친절한 시인이구나 싶었으니까.



나쁜 음악을 이제는 듣지 않아

나쁜 생각들을 완성하는 데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지

부추를 먹는 동안엔 부추를 경배할 뿐


- 경배 中 -


글을 읽다가 음식이나 식재료를 만나게 되면 침이 고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엄마의 마음과 삶의 애환을 김밥으로 표현했던 누군가의 작품을 읽을 때 조차 가슴쓰림보다 윤기나는 참기름 발린 김밥이 생각나 침 부터 고였다. 위의 작품도 마찬가지다. 시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어리숙한 나는 부추전만 떠올라 괴로웠다. 마음이 괴로워야하는데 뱃속만 괴로웠다. 뱃속을 달래가며 그 다음 문단, 또 다음 문단으로 넘어서는 순간 입에 넣지도 않은 부추전이, 그리하여 뱃속에 들어갈리 만무한 부추전이 속을 아리게 했다. 배앓이 었다. 맛있는 것을 함께 먹었던 '그'가, 혹은 '그녀'가 나에게서 멀어져갈 때의 그 아림이 전해졌다. 누군가를 만나고, 또 그에게 정성을 쏟는 것은 음식과 같다. 정성스레 키웠던 부추가, 그 부추를 또 맛나게 부추전으로 구워냈던 그 정성이 무의미가 되었을 때, '젓가락을 들어 올려 전을 다 먹을 뿐'(같은 작품)이었다.


얼굴은 어째서 사람의 바깥이 되어버렸을까


- 바깥 中 -


첫 줄 부터 말문이 막힌다. 사고의 흐름이 정지해버렸다. 바깥이란 작품명을 보자마자 김애란의 <바깥은 여름>이 생각난다. 그 작품속의 바깥은 타인과 자신의 삶이 마치 마치 안과 밖처럼 분리되어 있는 존재였다. 하지만 김소연 시인의 <바깥>의 바깥은 내면이었다. 자기방어같은 거라고 느껴졌다. 이도저도 모르겠다 싶어서 다시금 첫 줄로 돌아와 물었다. 나의 바깥은, 나의 얼굴은 어떤 표정으로 바깥의 역할을 해주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내가 보여주고자 하는 바깥, 내가 보호받고자 하는 바깥은 제대로 그 역할을 해주고는 있는지 의뭉스러웠다.


김소연 작가의 [i에게]는 그 어느 작품집보다 더 많이 다른 작가의 작품들을 떠올리게 했다. 이전까지의 시집이 오롯이 내 안의 나를 들여다보고, 나의 과거를 떠올리며 아파하기도 하고, 쿡쿡 소리내어 웃기도 했다면 이 작품집은 달랐다. 읽었던 책들이, 리뷰도 적지 않고 그저 기억저편의 묻어두었던 작품들을 끄집어 내었다. 직접적으로 나의 과거와 감정을 꺼낸 것이 아니라 아프지 않았다. 마치 아이를 살살 달래가며 이야기를 끄집어 내는 듯한 기분이었다. 한마디로 친절했다. 나의 감정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은 다 커버린 성인이어도 때론 불쾌하기까지 하다. 김소연 시인은 그렇지 않았다. 이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그래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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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듦의 기술 - 단단하지만 홀가분하게 중년 이후를 준비한다
호사카 다카시 지음, 황혜숙 옮김 / 상상출판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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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이 지금까지의 삶 중에 최고의 시간입니다."





위의 내용은 지은이의 말의 시작이며 미국 39대 대통령 지키 카터가 70세를 맞이해 했던 말이기도 하다. (책에 기재된 내용) 최근 유사한 내용을 TV에서도 그리고 가깝게는 가족과 지인들에게서도 듣는다. 다시 처음으로 혹은 20대로 돌아가라고 하라면 절대 못하겠다고. 배우 김희애씨는 모 예능프로 인터뷰에서 열심히 촬영을 했는 데 처음부터 다시 촬영하자고 하는것과 같다면서 젊은시절로 돌아가는 것이 정말 싫다고 했다. 뒤돌아보면 후회되는 일이 없진 않지만 나역시 20대, 그리고 이제 새해가 되었으니 30대로 돌아가라고 하면 사양할 것 같다. 이렇게 말할 수 있다는 것에 당연하게 감사한다. 만약 크게 다쳤거나 엄청난 것을 상실한 상태라면 어떻게해서라도 돌아가고 싶었을테니까. 그렇다면 지금처럼 혹은 지금보다 조금 나은 상태로 나이들 수 있다면 그또한 감사한 일 아니겠는가. 호사카 다카시의 책 <나이듦의 기술>. 책의 주요 독자층은 50세 이상을 중점으로 하지만 나이드는데 남녀노소가 어디있겠는가. 무엇보다 우리 부모님 세대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책에서는 인생 후반을 활력 있고 즐겁게 보내기 위해 발상을 전환하는 방식이나 생활 습관을 들이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고자 했다. 이것은 노후를 앞둔 주연이나 이미 노년기에 접어든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당장이라도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라고 생각한다. - 저자의 말 중에서-





1장 매일이 즐거워지는 마음가짐, 2장 인생의 버팀목이 되는 취미와 공부, 3장 부담 없이 산뜻한 인간관계, 4장 마음을 흩뜨리지 않는 삶의 방식, 5장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건강 관리, 6장 바로 지금부터 행복해지는 방법 그리고 부록으로 엔딩노트까지가 책의 구성이다. 각 기술은 사례와 유명인사들의 명언과 구체적인 방법이 제시되어 저자 개인만의 의견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기술임에 공감이 되었다. 그 중 개인적으로 더 강조하고 싶은 기술들을 골라내어 남겨본다.



  • 정기적인 일정이 생기면 활기가 생긴다  (2장)
  • 도전 자체만으로 활력을 주는 자격증 취득 (2장)
  • 노후에도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 (2장)
  • 자원봉사의 기쁨을 느껴보자 (2장)
  • 동네 이웃들과 인사 이상의 대화를 나누자 (3장)
  • 리드미컬한 운동은 우울증에 효과적이다 (5장)


대학에 입학 하던 해에 부모님께서는 고향으로 내려가서 농장을 시작하셨다. 아버지의 입장에서 보자면 바라던 귀촌이자, 나고 자란 동네이며 친지들과 지인들이 많으니 큰 문제가 없었지만 이제까지 도심생활만 하던 엄마에게는 적응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처음 몇 해는 엄마가 많이 힘들어 하셨다. 그러다가 교회봉사를 시작하고 동네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운동프로그램, 적십자 봉사 참여와 운전면허와 상담관련 자격증 취득을 하면서 엄마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우리와 아빠에게 의지했던 많은 시간들을 오롯이 이웃과 사회를 위해, 그리고 자신을 가꾸는데 투자하시게 된 거다. 저자의 말처럼 엄마에게 활기가 느껴지고 우리와 있으면 이전보다 훨씬 풍부하고 재미있는 경험들을 들려주시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엄마 자신이 행복해지니 가족 모두가 이전보다 더 좋은 기운을 나눌 수 있게 된 것이다.



부모가 자식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하면 자기도 모르게 시시콜콜 참견도 하고 싶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자식의 생활 방식이나 손주들의 교육 방침에는 '노터치'가 좋다. 아무리 '사랑해서' '더 잘됐으면 해서'라고 해도 성장한 자식 입장에서는 조언은커녕 잔소리로 들린다. -144쪽-



나이가 들수록 대부분의 부모들이 자식에게 의존하게 된다. 이때 경제적으로 지원해주는 것은 부모로서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하며 결코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나역시 경제적으로 지원해주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또한 다른의미의 의존이라는 것을 책을 통해 알았다. 위의 기술도 그렇고 자녀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그야말로 나이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에게 '의지'하거나 관심이 아닌 '참견'을 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서두에서도 말했지만 비단 노년기 뿐 아니라 모든 세대에게 해당되는 부분이라고 느껴질 때가 많았다. 특히 아직 미혼이거나 결별 혹은 친구가 많지 않아 혼자인 사람이 많은 사람들, 외롭다고 불평하거나 슬퍼하는 이들이라면 다음의 본문을 읽고 스스로 평가해볼 수 있다.


마침 비슷한 시기에 배우자와 헤어져 혼자가 된 지인이 두 사람있다. 한 사람은 "매일 외로워요. 혼자 있으면 불안감도 커져요." 라며 입만 열면 한숨이다. 다른 한 사람은 "혼자라서 자유로울 때도 있어요. 어제도 저녁에 영화 보러 갔다니까요."라며 늘 밝게 웃는 얼굴로 이야기한다. -190쪽-


물론 말은 저리하면서도 속으로는 외롭다고 울부짖을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외롭지 않기 위해 영화를 보러가려는 시도를 하고 스스로 어떤 삶이 더 좋은지 알고 있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저렇게 대화를 할 때 서로 앞서 읽은 3장 '부담 없이 산뜻한 인간관계'를 가질 수 있고 6장 바로 지금부터 행복해지는 방법과도 연관되어 있다. 타인을 기쁘게 하는 것, 감사의 달인이 되는 것등이 그렇다.





다른 사람과 내 마음을 위한 좋은 습관을 가지고 바른 자세를 갖는 등의 건강관리에 신경쓰는 것과 함께 저자는 '엔딩노트'작성을 권한다. 엔딩노트의 내용은 인적사항 및 재산정도를 구체적으로 적을 뿐 아니라 좋았거나 슬펐던 기억등을 정리하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또 삶의 엔딩이 찾아왔을 때 유가족에게 남기고 싶은 내용을 적게 되어있다. 이전에 등장했던 유언적어보기 등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부록페이지에 직접 기록해볼 수 있으니 책을 다 읽은 후 리뷰대신 적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본문에 적은 것처럼 엄마를 거의 매 순간 떠올렸다. 귀농 후 힘들어하던 엄마에게 아흔에도 왕성하게 집필활동을 하는 작가들의 작품과 에세이들을 여러권 선물했었던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에게는 큰 부담이 되었을 것도 같다. 그리고 조금은 서운하셨을 것도 같다. 그렇지만 엄마는 멋지게 이 책에 나온 기술들을 읽지도 않고 실천하셨던 것 같다. 물론 많은 시련과정을 거쳤어야 했다는 것이 가슴아플 뿐이다. 부모님의 시행착오 과정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책<나이듦의 기술>은 자녀가 먼저 읽고 부모님께 선물해드리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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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엔드 - 과학과 종교가 재앙에 대해 말하는 것들
필 토레스 지음, 제효영 옮김 / 현암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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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과연 이 세상에 종말이 올 것인가.

몇몇의 예언자들에 의해 실제 종말이 올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가졌던 시대가 있었다. 종교적으로는 예수님의 재림이 해당되고 과학적으로 보자면 온난화 등의 자연재해가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양쪽의 종말 모두 갑작스레 어느 날 뚝 하고 끊기는 종말은 아니다. 책 <디엔드>의 저자 필 토레스가 이 책을 집필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면 실존적 위기에 관한 연구가 현재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쓴 이유도 궁극적인 가치가 이보다 더 큰 주제는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 중략- 즉 수십억 인구가 자아실현과 번영 측면에서 지금보다 훨씬 더 값진 삶을 살 것인가도 재앙을 막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33쪽


이 책의 부제가 과학과 종교가 재앙에 대해 말하는 것인 만큼 두 측면에서 재앙을 어떻게 막아야 할 것인지, 막을수가 있긴 한 것인지 좀 더 살펴보자. 우선 지구, 즉 우리가 지각하고 역사화된 현재는 빅뱅이라는 붕괴에 의해서 생겨난 것이다. 다시말하자면 그런 충돌 혹은 붕괴가 다시 일어날 확률에 대해 따져봐야 할 것이고 그런 지구과학적 부분이 예측 및 방어가 가능하다면 어떨까? 2014년 닉 보스트롬이 2014년에 발표한 베스트셀러 <초지능>이라는 책을 읽어보거나 들어본 적이 있는가. 단순히 SF공상과학 소설이 아니라(실제 공상과학 소설이 현실로 진행되고 있는 사례가 너무 많아서 그렇다고 해도 위험스럽지만)초지능은 두가지 형태로 나뉘는데 첫 번재 '정량적 초지능'을 개발했을 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량적 초지능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중략- 기억(정보의 보유량)과 시간(정보 처리 속도)이라는 인지적 한계를 극복하도록 함으로써 총체적 지식과 한 개인의 지식 사이에 벌어진 틈을 메울 수 있다. 주어진 시간에 통째로 획득한 모든 지식이 '아는 것'이 될 때까지 지식을 계속 획득할 수 있다. 111쪽


위의 내용을 접했을 때 사실 약간의 소름이 돋았다. 단순 암기가 아닌 '아는 것'이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획득할 수 있다니 이것은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지능 그 이상을 뜻한다.만약 이런 초지능을 가질 수 있다면 과학적인 측면에서 껴안는 재앙들은 아마도 긍정적으로 바라봐도 될 것 같다. 물론 안타깝게도 이런 좋다못해 위험하기 까지한 기술을 테러리스트와 같은 단체가 먼저 개발 혹은 습득한다면 차라리 개발하지 않는 측면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또 한가지의 문제는 이렇게 개발중인 초지능이 '인간의 목표'와 방향성이 같게 개발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는 해당 능력을 가진 CPU가 어떤 식으로 행동을 할 지 예측조차 할 수 없다는 위험적인 요소도 존재한다. 더군다나 영화속에서 자주 보아왔던 캡슐화 된 형태 혹은 시뮬레이션 안에서만 생존하게 되는 미래는 어떠한가. 저자의 말처럼 이런 존재론적 재앙은 '이행성으로 인한 죽음'이라 칭할 수 있고 가상세계가 여러 겹 쌓일 수록 과연 그 세계를 만든 우리가 안전해질 확률은 그만큼 줄어든다고 볼 수 있다. 세속적인 측면에서의 재앙이 이런식으로 다가온다면 종교적인 측면에서 보면 어떨까. 예수의 재림, 그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과연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살아남는 자는 누구인가. 종말이 찾아오고 재림이 다가오면 모든 것은 소멸된다는 것이 세대주의다. 미국의 권력층이 이런 세대주의에 옹호하고 있고 무엇보다 그들의 말대로라면 지옥에 가지 않기 위해서라도 기독교로 개종해야 한다. 문제는 지옥에 가지 않기 위해 개종해야 한다는 점이 아니라 유대인들, 이슬람 및 IS와 같은 종교를 가지고 단체를 형성한 사람들의 현실은 미래에 있을 지옥을 간과하며 현재 자신들의 목표(핵개발)를 성취하는 것이 문제다. 대형 교회 목사이자 열성적인 종말론자인 해기 목사의 경우는 하느님께서 유대인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돌프 히틀러를 내려보냈다는 주장까지 했다. 생전에 예수의 재림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무슬림의 인구 중 극단주의자의 숫자는 미국에서 현재 복무중인 구인의 수보다 2,620만 배나 많다고 한다. 과연 우리의 죽음은 세속적인 재앙에 의한 것일까? 종말론이 아닌 종말론을 만들려는 사람들 때문일까?



우리 바로 전까지 살았던 인류는 인도네시아에서 약 1만 2,000년 전에 사라진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다. 위태로운 상황이 인류를 따라다닌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 처럼 위태로웠던 적도 없다. 우리 아이들이 '좋은 삶'을 살아볼 기회를 누리게 하려면, 혹은 그저 세상을 살아보게라도 하려면 믿음보다는 증거를, 계시보다는 관찰을, 종교보다는 과학에 더 주목해야 한다. 346쪽



저자는 마지막 14장 사전 대응과 예방편에서 앞서 언급한 부분들 중 위험요소와 가장 위급한 것,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몇 가지 해결책을 제시한다. 하지만 저자가 만능도 아니고 신이 아니듯 저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이를 행했을 때'라는 가정이 따라붙는다. 즉 운의 요소를 무시할 수 없다라는 것이다. 애초에 그럼 이 책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말해주려고 쓴 책이라고 아쉬움과 불만이 나올 지도 모르겠다. 서두에 밝힌 것처럼 우리에게 종말이 세속적인 이유에서만은 아니라는 것과 해결책이 반드시 있음을 알려주려는 것이다. 즉, 종말이 올 지도 모른다가 아니라 저자의 입장에서는 이미 종말이 와있다고 말하고 주의해야 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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