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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듦의 기술 - 단단하지만 홀가분하게 중년 이후를 준비한다
호사카 다카시 지음, 황혜숙 옮김 / 상상출판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요즘이 지금까지의 삶 중에 최고의 시간입니다."

위의 내용은 지은이의 말의 시작이며 미국 39대 대통령 지키 카터가 70세를 맞이해 했던 말이기도 하다. (책에 기재된 내용) 최근 유사한 내용을 TV에서도 그리고 가깝게는 가족과 지인들에게서도 듣는다. 다시 처음으로 혹은 20대로 돌아가라고 하라면 절대 못하겠다고. 배우 김희애씨는 모 예능프로 인터뷰에서 열심히 촬영을 했는 데 처음부터 다시 촬영하자고 하는것과 같다면서 젊은시절로 돌아가는 것이 정말 싫다고 했다. 뒤돌아보면 후회되는 일이 없진 않지만 나역시 20대, 그리고 이제 새해가 되었으니 30대로 돌아가라고 하면 사양할 것 같다. 이렇게 말할 수 있다는 것에 당연하게 감사한다. 만약 크게 다쳤거나 엄청난 것을 상실한 상태라면 어떻게해서라도 돌아가고 싶었을테니까. 그렇다면 지금처럼 혹은 지금보다 조금 나은 상태로 나이들 수 있다면 그또한 감사한 일 아니겠는가. 호사카 다카시의 책 <나이듦의 기술>. 책의 주요 독자층은 50세 이상을 중점으로 하지만 나이드는데 남녀노소가 어디있겠는가. 무엇보다 우리 부모님 세대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책에서는 인생 후반을 활력 있고 즐겁게 보내기 위해 발상을 전환하는 방식이나 생활 습관을 들이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고자 했다. 이것은 노후를 앞둔 주연이나 이미 노년기에 접어든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당장이라도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라고 생각한다. - 저자의 말 중에서-

1장 매일이 즐거워지는 마음가짐, 2장 인생의 버팀목이 되는 취미와 공부, 3장 부담 없이 산뜻한 인간관계, 4장 마음을 흩뜨리지 않는 삶의 방식, 5장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건강 관리, 6장 바로 지금부터 행복해지는 방법 그리고 부록으로 엔딩노트까지가 책의 구성이다. 각 기술은 사례와 유명인사들의 명언과 구체적인 방법이 제시되어 저자 개인만의 의견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기술임에 공감이 되었다. 그 중 개인적으로 더 강조하고 싶은 기술들을 골라내어 남겨본다.
정기적인 일정이 생기면 활기가 생긴다 (2장)
도전 자체만으로 활력을 주는 자격증 취득 (2장)
노후에도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 (2장)
자원봉사의 기쁨을 느껴보자 (2장)
동네 이웃들과 인사 이상의 대화를 나누자 (3장)
리드미컬한 운동은 우울증에 효과적이다 (5장)
대학에 입학 하던 해에 부모님께서는 고향으로 내려가서 농장을 시작하셨다. 아버지의 입장에서 보자면 바라던 귀촌이자, 나고 자란 동네이며 친지들과 지인들이 많으니 큰 문제가 없었지만 이제까지 도심생활만 하던 엄마에게는 적응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처음 몇 해는 엄마가 많이 힘들어 하셨다. 그러다가 교회봉사를 시작하고 동네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운동프로그램, 적십자 봉사 참여와 운전면허와 상담관련 자격증 취득을 하면서 엄마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우리와 아빠에게 의지했던 많은 시간들을 오롯이 이웃과 사회를 위해, 그리고 자신을 가꾸는데 투자하시게 된 거다. 저자의 말처럼 엄마에게 활기가 느껴지고 우리와 있으면 이전보다 훨씬 풍부하고 재미있는 경험들을 들려주시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엄마 자신이 행복해지니 가족 모두가 이전보다 더 좋은 기운을 나눌 수 있게 된 것이다.
부모가 자식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하면 자기도 모르게 시시콜콜 참견도 하고 싶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자식의 생활 방식이나 손주들의 교육 방침에는 '노터치'가 좋다. 아무리 '사랑해서' '더 잘됐으면 해서'라고 해도 성장한 자식 입장에서는 조언은커녕 잔소리로 들린다. -144쪽-
나이가 들수록 대부분의 부모들이 자식에게 의존하게 된다. 이때 경제적으로 지원해주는 것은 부모로서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하며 결코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나역시 경제적으로 지원해주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또한 다른의미의 의존이라는 것을 책을 통해 알았다. 위의 기술도 그렇고 자녀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그야말로 나이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에게 '의지'하거나 관심이 아닌 '참견'을 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서두에서도 말했지만 비단 노년기 뿐 아니라 모든 세대에게 해당되는 부분이라고 느껴질 때가 많았다. 특히 아직 미혼이거나 결별 혹은 친구가 많지 않아 혼자인 사람이 많은 사람들, 외롭다고 불평하거나 슬퍼하는 이들이라면 다음의 본문을 읽고 스스로 평가해볼 수 있다.
마침 비슷한 시기에 배우자와 헤어져 혼자가 된 지인이 두 사람있다. 한 사람은 "매일 외로워요. 혼자 있으면 불안감도 커져요." 라며 입만 열면 한숨이다. 다른 한 사람은 "혼자라서 자유로울 때도 있어요. 어제도 저녁에 영화 보러 갔다니까요."라며 늘 밝게 웃는 얼굴로 이야기한다. -190쪽-
물론 말은 저리하면서도 속으로는 외롭다고 울부짖을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외롭지 않기 위해 영화를 보러가려는 시도를 하고 스스로 어떤 삶이 더 좋은지 알고 있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저렇게 대화를 할 때 서로 앞서 읽은 3장 '부담 없이 산뜻한 인간관계'를 가질 수 있고 6장 바로 지금부터 행복해지는 방법과도 연관되어 있다. 타인을 기쁘게 하는 것, 감사의 달인이 되는 것등이 그렇다.

다른 사람과 내 마음을 위한 좋은 습관을 가지고 바른 자세를 갖는 등의 건강관리에 신경쓰는 것과 함께 저자는 '엔딩노트'작성을 권한다. 엔딩노트의 내용은 인적사항 및 재산정도를 구체적으로 적을 뿐 아니라 좋았거나 슬펐던 기억등을 정리하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또 삶의 엔딩이 찾아왔을 때 유가족에게 남기고 싶은 내용을 적게 되어있다. 이전에 등장했던 유언적어보기 등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부록페이지에 직접 기록해볼 수 있으니 책을 다 읽은 후 리뷰대신 적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본문에 적은 것처럼 엄마를 거의 매 순간 떠올렸다. 귀농 후 힘들어하던 엄마에게 아흔에도 왕성하게 집필활동을 하는 작가들의 작품과 에세이들을 여러권 선물했었던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에게는 큰 부담이 되었을 것도 같다. 그리고 조금은 서운하셨을 것도 같다. 그렇지만 엄마는 멋지게 이 책에 나온 기술들을 읽지도 않고 실천하셨던 것 같다. 물론 많은 시련과정을 거쳤어야 했다는 것이 가슴아플 뿐이다. 부모님의 시행착오 과정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책<나이듦의 기술>은 자녀가 먼저 읽고 부모님께 선물해드리는 것을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