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화학 이야기 - 화학자가 보는 일상의 화학 원리 내가 사랑한 과학 이야기 시리즈
사이토 가쓰히로 지음, 전화윤 옮김 / 청어람e(청어람미디어)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학창시절 교과목 중 그나마 재미있었던(바꿔말하자면 그나마 점수가 잘나온)과목 중 하나가 화학이었다. 물론 졸업하고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 남아있는 것은 주기율표, 수헤리베붕 탄질산불네....순으로 노래처럼 외웠던 게 전부다. (참고로 수헤리베붕 이라는 단편드라마도 있는 데 강추!) 교과목 선생님이 워낙 재미있게 설명해주셔서 아마 나 뿐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물리나 지구과학보다는 훨씬 더 즐겁게 공부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있는 부분이 주기율표 인 것은 내 탓이 아니다. 책 <내가 사랑한 화학 이야기>의 친절한 저자분이 다음과 같이 말해주셨다.

 

화학 교과서는 화학의 모든 분야를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어 실생활이나 기업 활동, 미래 사회에 필요한 기술과는 직접적인 관련 없이 나열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이 고등학교 시절 화학에 흥미를 잃은 가장 큰 원인이 아마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5쪽

 

처음 이 책을 화학 좀 공부하자는 맘으로 펼쳤다면 놀라지마시라. 펼치고 난 후 꼬박 3시간 동안 키득키득 거리며 보았다. 원래 내 계획은 메모도 막 하면서 머리도 쥐어짜가며 도저히 아무리 그래도 화학은 어려워요~ 하면서 적어도 2주 정도 붙들고 있겠다 였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화학책이 무슨 에세이처럼 재미있다. 그렇다고 원소기호나 공식없이 예시만 잔뜩 늘어놓은 것도 아닌데 재미있었다. 물론 예시가 너무 실생활에 밀접해서가 큰 이유이긴 하다. 재미있는 사례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잠시 뒤로 미루고 진지하게 접근하자면 책의 시작과 끝은 '70억 명을 살리는 힘, '하버-보슈법'이다. 책의 말미에 이 법칙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지만 폭탄을 제조하는 데 필요한 역할을 하는 질산을 만드는 데도 이용되기 때문에 극과 극의 대비를 절묘하게 보여준다. 마치 인생의 행불행이 종이 한장 차이라는 것처럼도 들리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얻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정보는 화학이 의료분야에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를 알게 된 부분이다.

 

신장이 나빠지면 다양한 장애가 나타납니다. 이때 치료법 중 하나가 인공투석입니다. 인공투석기는 투석막이라는 특수한 막으로 만든 얇은 관(다이얼라이저)을 투석액이 담긴 용기에 담그고 이 관으로 환자의 혈액을 여과하는 방식을 작동합니다. 140쪽

 

 재미있는 것은 치료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화학물질이 다른 산업용으로도 쓰이고 자외선 차단제 성분으로 쓰이기도 하면서 그야말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미세먼지보다 더 먼저 우리에게 괴로움을 주는 산성비와 관련된 내용도 도움이 되었다.

 

비는 어떤 시대든 어디에서 내리든 상관없이 원래 '산성비'입니다. 106쪽

 

산성비가 정확하게 왜 우리에게 나쁜 것일까? 란 질문과 답만 고민했던 게 이전이라면 모든 비가 산성이었다는 것은 부끄럽게도 이 책을 통해 알았다. ph7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으면 산성이 강한것인데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단계가 낮아질 때 신맛은 무려 100배의 차이를 가진다는 거였다. 이런 산성비의 주된 원인이 일본에서도 중국에서 봄과 겨울철에 불어오는 황산화물이 45%를 차지한다.

 

 

오늘 저녁 가족들이 "국이 참 맛있다!"라고 말한다면 "DNA의 뉴클레오타이드를 써서 그래"라며 요리용어 대신 화학용어로 유창하게 설명해 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요? 144쪽

 

위의 발췌문은 꼭 시도해보고 싶은 이야기라 가져왔다. 동결건조, 저온살균 등 식품 광고에서 자주 보았던 원리를 이 책을 통해서 잘 알 수 있어서도 좋았다. 간혹 재난영화나 모험영화를 보다보면 어려운 용어를 꺼내가면서 위험을 해결하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사람은 역시 배워야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들이 보여준 지식들이 엄청나게 어려운게 아니란 사실에 재차 부끄러워지긴 했지만 그래도 이 책을 통해 아주 기초적인 화학이론을 알게 된 기쁨을 넘진 못했다. 몇 번 더 읽고 그 다음 단계의 화학이야기를 공부하고 싶다. 아이가 있는 부모님들은 물론 이 책을 읽기 전의 나처럼 영화나 소설속 인물들의 화학적 해결방식을 이해하지 못했던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영화나 소설만큼 재밌으니 절대 두려워할 필요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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