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조림의 탄생 - 알고도 먹고, 모르고도 먹는 저장음식
게리 앨런 지음, 문수민 옮김 / 재승출판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여름하면 맥주 혹은 빙수, 겨울하면 핫초코 혹은 호빵처럼 적어도 내게 음식은 밀접하면서도 '낭만'적인 존재에 가깝다. 눈앞에서 제조과정을 볼 수 있는 것도 있지만 그럴수 없는 식재료 혹은 음식들도 많다. <통조림의 탄생>을 읽다보면 알게되는 정보가 정말 많은 데 당연히 통조림의 탄생과정을 알 수 있고, 음식의 저장방식에 관한 역사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과연 '보존'을 위한 저장방식이 자연조리보다 풍미뿐 아니라 인체에 큰 해가 없는지 등 다양한 저장식품에 관한 이야기를 재미나게 들려준다. 이 책을 읽는 방법은 다양한데 처음 1,2장은 식품관련 및 생명과학 사전을 검색해가며 읽었다. 대사, 용해 등 이미 친숙한 용어인데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하고 싶었고,클로스트리디움균이나 보툴리눔독소와 같은 전문용어의 원어가 궁금해서 찾아보았기 때문이다. 주석을 달았다면 이 책이 다소 부담스럽고 무거워질게 뻔한데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에서 멀어질 수 있어 현재상태의 편집본으로 출간되었으리 짐작된다. 어쩌면 이렇게 하나하나 찾아가며 읽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나와 같은 독자들은 수고롭다기 보다는 책을 읽는데 공부하는 것 같은 일석이조의 뿌듯함도 느껴져 좋다랄까.


3장부터는 본격적으로 통조림과 관련된 사건들이 등장하면서 제대로 몰입하기 시작했다. 프랭클린 탐험대의 주요 실패 원인이 통조림에 의한 납중독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사건이 있은 뒤 무려 130여년이 지난 1980년 사체 부검을 통해서였다. 책에서는 해당 사건이 납중독에 의한 것이라는 정도로만 말해주기 때문에 앞서 1,2장을 읽던 방식으로 찾아가며 읽다보면 훨씬 더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식품에 들어있는 성분에 따라 유제품의 저장방식과 단백질과 같은 육류 저장방식이 다르다는 것은 상식이지만 저장방법을 고안해 낸 사람들도 어떻게 다르고, 어떤 영향으로 보존할 수 있었던 건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한다. 개발을 했으나 정확한 원인 분석을 할 수 없었던 사람들은 대학 연구진에게 도움을 요청, 오랜기간 함께 활동했다는 내용을 보면서 최근 테크니컬 아트 작품의 경우 예술계 사람들과 이공계 학자들의 접목과 활발한 교류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인즈 케찹, 파스퇴르 등 우리에게 친근한 가공브랜드도 등장해서 지루할 틈이 없는 부분이다. 4장부터는 본격적으로 식품별 보존방법의 발전과정이 등장하는 데 이때부터는 아예 별도의 검색이나 탐구과정없이 책에만 집중했다. 요즘 마트를 가보면 육가공육의 상품명이 원산지 그대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베이컨이나 살라미 처럼 어느정도 익숙한 제품도 있지만 구안치알레, 슐터스페크 등은 책을 통해서 자세하게 제조 및 저장방식을 알 수 있어 좋았다.


앞서 2,3장에서 저장방식을 설명할 때 과거의 방식과 현재의 보존방식이 함께 등장하긴 하지만 4장에와서 본격적으로 해당 제품들이 대거 등장한다. 스킵해서 읽지 않기를 권하는 까닭이 바로 이때문인데 말린 옥수수 통조림 '호미니'의 경우 화학성분을 이용하는 데 우리가 생각하는 인공화학물이 몸에 나쁘다고만 생각하는 편견을 버리지 않고 4장을 읽는다면 결국 먹으면 안되는 물품리스트만 늘어나게 된다. 간편하게 먹을 수 있어서 뿐 아니라 한번에 처리할 수 있는 시간과 비용을 고려했을 때 통조림화 되는 것이 훨씬 이롭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심지어 커피처럼 물만 부으면 원상태로 돌아와 풍미가 사라지지도 않는다. 또한 녹두 분말의 경우 신선한 상태에서 먹기 보다는 묵, 국수 등 다른 음식을 만들기 위한 재료로 쓰이고 특히 팥의 경우 아시아에서는 과자류등에 널리 쓰여 저자의 표현처럼 서구의 초콜릿만큼이나 친숙하다. 보존식품하면 사실 치즈를 빼놓을 수가 없고, 치즈하면 푸름곰팡이에 관한 내용을 빠뜨릴 수가 없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곤충을 이용해서 만든 치즈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단어를 언급하는 것조차 망설여지는 치즈파리의 유충과 구더기를 이용한 치즈도 있는 데 저자의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꿈틀거리는  생물체 정도는 눈감아줄 만큼 매혹적인 맛을 만들어낸다.174쪽'라고 한다. 구더기가 섞인 치즈를 친절하게도 나열해주는 데 아마 치즈를 좋아한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라면 안타깝지만 분명 한가지는 먹어보았을 것이다. 특히 여행중에 치즈를 찾았던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럴 확률이 높다.


3장까지가 검색해서 읽는 방식을 권한다면 4장부터는 메모하면서 읽는 방식을 권하고 싶다. 구매하고 싶은 통조림 리스트를 작성하라고 권하는 것도 있지만 앞서 등장했던 브랜드와 개발자들의 제품들이 계속 등장하기 때문에 읽었던 내용을 잊지 않고 계속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어서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에는 통조림 브랜드의 발전사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두껍지도 않은 책에 정말 유용한 내용, 재미있는 사건과 일화들을 어렵지 않은 문체로 담아낸 책이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어려워서 사전을 찾았다기 보다는 좀 더 알고 싶은 마음에 사전을 찾았던 만큼 번역을 참 잘한 책이라는 생각도 든다. 내가 지금 먹고 있는 통조림이 나쁜것만도 좋은 것만도 아닌데 그 이유를 알고 먹는 것과 통조림에 숨겨진 과학이론을 찾아보는 것, 긴 겨울 밤 시도하기에 제법 잘 어울리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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