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테레사
존 차 지음, 문형렬 옮김 / 문학세계사 / 201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실제 있었던 사건을 다른 사람이 아닌 가족의 시선으로 책을 쓴다는 것은 차마 상상해보고 싶지 않을만큼 괴로운 일이다. 서먹서먹하게 지내던 사이도 아니고 나이들고 서로 가정을 이룬 이후에도 편지로 서로의 안부를 주고 받거나 자신의 예술세계를 공유할 정도로 친한 오빠 동생 사이였다면 상실감이 너무도 컸을텐데 그렇게 동생을 떠나보내기에는 아픔보다 아쉬움이 컸었을 것이다. 1982년, 개념미술가로 촉망받던 테레사 차, 차학경 아티스트가 강간 후 살해된다. 교통사고나 질병으로 인한 사망도 아니고 흉악범에 의해 가족을 잃게 되면 원망도 컸을텐데 [안녕, 테레사]의 존 차는 동생 자신도 피살되는 그 순간까지 어떻게 죽어갔을지 궁금했을거라고 여기며 동생에게 그때 일들을 전달하는 어투로 글을 써내려 간다. 처음 시작은 테레사의 남편인 리처드가 저자에게 아내의 죽음을 알리면서 시작된다. 동생이 죽었다는 말에 저자는 쉽사리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어떻게해서든 동생이 있었던 뉴욕에 가야된다는 확신을 갖는다. 동생이 죽었던 그 날, 그리고 그 이후에 수년간 이어진 법정의 모습이 계속 번갈아가며 등장한다. 그 사이사이 테레사의 삶의 시작과 과정을 들려준다. 한국전쟁 중 테레사를 가진 어머니는 전쟁중에 제대로 먹지 못한 것이 늘 맘이 쓰였다고 말한다. 그 때에는 누구나 그랬다. 어떤 누구라도 아이에게 풍족하게 먹일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고 저자가 어머니를 달래주지만 그래도 좀 더 애써야 하지 않았냐며 안타까워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 과연 그 힘겨운 시간들을 어떻게 견디셨을까 싶을만큼 애닯다. 법정에서 검사가 범인을 지목하며 테레사가 죽어가는 일련의 과정을 이야기할 때도 부들부들 떨리는 손과 마음을 간신히 다잡으며 딸의 마지막을 다 알고 지켜주려고 했던 어머니와 오빠 존 차. 테레사가 태어났을 때 그녀의 아버지는 아이의 태를 땅에 묻었다. 그렇게 흙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옛말대로 따랐고, 마찬가지로 테레사가 죽고 난 뒤 그녀의 블라우스를 자신의 어머니가 묻힌 산소로 가서 태웠다. 흙으로 나와서 다시 흙으로 그렇게 바람처럼 떠나간 테레사. 그녀의 결혼식이 있었던 집에서 그녀의 장례식이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열리는 것이 먼 이국땅 전혀 관련없는 독자가 읽고 있어도 너무 쓰리고 아쉽고 괴로웠다. 살아있었다면 역자의 말대로 다양한 예술분야에서 주요한 활동을 했었을 테레사 차. 그녀가 죽기전까지 기획하고 진행중이었던 '손'시리즈의 완성된 전시를 만날 수 없는 것은 정말 아쉬웠지만 그야말로 그녀는 우리곁은 떠났어도 그녀가 가졌던 예술성과 예술에 대한 갈망은 이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도 오빠에 의해서, 또 이 책을 읽은 독자에 의해서 영원히 이어질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