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얼 CEREAL Vol.11 - 영국 감성 매거진 시리얼 CEREAL 11
시리얼 매거진 엮음, 이선혜 옮김, 박찬일 글, 선우형준 사진 / 시공사 / 201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번호는 요리사이자 전직 기자출신 작가 박찬일과 함께 콜라보가 이뤄졌다. 그 덕분에 다른 호와 비교했을 때 훨씬 더 많은 '맛'을 접할 수 있었고 '맛을 기억하는 4가지 방식'이란 컬럼덕분에 추억을 꺼내 맛을 그려볼 기회도 있었다.


"부엌에 칼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40 쪽


음식을 시작하면 재료를 보는 눈이 달라지는 것도 맞지만 예전에는 쳐다보지도 않던 각종 도구에 눈길이 가는 것이 이전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한다. 칼만 있으면 대략적으로 볶음밥, 된장찌개 정도의 조리는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지만 그 외에 부침개, 머랭치기등을 하려면 그에 걸맞는 도구가 있어주면 훨씬 손쉽게 조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찬일 작가는 다양한 도구를 접하게 된 계기가 이탈리아에 갔을 때 관련 도구를 새롭게 익히면서 부터였다고 말한다. 언어가 달라지면서 도구를 부르게 되는 말도 달라지는데 희안하게도 다르게 부르면 전혀 다른 도구가 되는 것처럼 느껴ㅣ기도 한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한국에 없는 것이 존재하는데 우리는 '체'라고 통일해서 부르는 도구를 서양에서는 '시누아'라는 도구가 동원된다고 한다. 생김새를 묘사하자면 고깔꼰처럼 생긴 모양인데 구멍이 숭숭 뚫여있어 체의 역할을 하는 조리도구로 중국인이 쓰고 있어 모자에서 따온 말이라고 한다.


앞쪽에 소개되었던 컬럼 중 리처드 아슬란이 기고한 '베네세 아트 사이트 나오시마'를 빼놓기는 정말 아쉽다. 나오시마 섬은 단행본으로 출간 될 만큼 이제 국내에도 아는 이가 많은 전형적인 '아트 사이트'다. 산업 폐수로 인해 버려진 섬에 예술작품을 들여오고 작가별로 작품을 모아놓은 갤러리를 형성한 그곳은 국내 작가의 갤러리도 입점해 있을 뿐 아니라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베네세 하우스, 국내에서도 여러번 전시를 했을 뿐 아니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앞 마당에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구사마 야요이의 작품도 볼 수 있는 곳이다. 이번기사에는 안도 다다오의 이야기를 중점해서 실렸기 때문에 건축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좋아할 것 같다.


맛있는 페이스트리는 좋은 추억을 불러낸다. 슈퍼마켓 지연댈에 힘없이 늘어져있는 샌드위치와는 다르다.151쪽


여행지로는 오스트리아 비엔나가 메인기사로 실려있다. 오스트리아 하면 떠오르는 것 중 '왈츠'를 빼놓을 수 없는데 괴테의 문학작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언급한 춤이 다름아닌 왈츠였다. 왈츠하면 풍성한 드레스를 입은 귀족 여성들이 먼저 떠올랐는데 의외로 귀족들의 사랑을 받기 까지 시간이 필요했다고 한다. 그 이유가 빠른 춤이 건강을 해칠 수 있으며 도덕적으로 음탕하다는 이유였다. 비엔나는 이와는 달리 '모차르트, 하이든, 베토벤을 통해 비엔나가 음악의 중심지라는 명성을 얻는 데 이바지 했다.(143쪽)'고 한다. 이후 오스트리아 왕정이 국민을 억압하면 할 수록 비엔나 사람들에게 왈츠가 도움이 되었고, 춤 자체에 대한 애정뿐 아니라 왈츠곡도 함께 사랑받을 수 있었다. 지난 호에서 비엔나 페이스트리에 대한 이야기가 잠시 언급되었는데 이번 호에도 빠지지 않고 일러스트와 함께 실려있다. 왈츠만큼이나 독창적이고 까다롭다는 수식어와 함께 실린 비엔나 페이스트리는 프렌치 페이스트리와 데니시 페이스트리의 모태가 되었다고 한다. 데니시는 덴마크의 유명한 빵으로 너무나 바빴던 덴마크가 부족한 일손을 메우려고 오스트리아 제빵사를 받아들이면서 시작되었고 이런 영향을 받았음을 프랑스와는 달리 인정했다고 한다. 비엔나 기사는 음악과 왈츠 그리고 비엔나 페이스트리가 계속 연이어져 흘러나오기 몸과 마음이 전부 허기가 진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시리얼은 얼핏 보기에는 사진만 멋진 잡지처럼 느껴지지만 호가 거듭할수록 컨텐츠의 풍부함과 깊이에 놀라게 된다. 한국계 편집자 덕분인지는 몰라도 국내 작가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의 시도좋지만 역시나 다른 잡지나 여행서에서는 만날 수 없는 기사내용의 두둑함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이번 호도 긴 시간 행복하게 잘 읽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