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얼 CEREAL Vol.6 - 영국 감성 매거진 시리얼 CEREAL 6
시리얼 매거진 엮음, 이선혜 옮김 / 시공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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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REAL 시리얼 vol.6

 


 

​vol.6 기사는 다른 때 보다 에디터의 사심이 가득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벤쿠버. 아직 한 번도 가본적이 없기 때문에 비행기가 착륙할 때 부터 느낌이 다른 다는 그녀의 말을 공감할 수는 없지만 수년 간 이사를 반복하면서 장기간 머물곳이 많지 않은 세상에 벤쿠버를 손꼽는다는 말에 주의깊게 기사를 읽었다. 벤쿠버를 여행 할 기회야 분명 찾아오겠지만 그저 '여행지'로 방문하는 것과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고 방문할 때는 좀 더 색다를 것 같기 때문이다. 에디터가 강추한 벤쿠버는 어떤 낭만이 숨어 있을까? 그녀는 벤쿠버에 있는 각종 나무를 벤쿠버 '시민'이라고 드높였다.


벤쿠버는 인류가 대자연에게 빌린 땅이다. 전나무, 주목나무, 향나무, 단풍나무, 자작나무, 오리나무, 솔송나무, 가문비나무, 소나무 등은 벤쿠버를 지키며 가장 오랜 세월을 살아온 시민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의 이름이 도시 위 한가운데를 시처럼 흘러간다. 이 나무들은 이 지역에 어린 이야기와 복잡하게 얽힌 저마다의 역사와 전설을 지닌다.

벤쿠버 시민들의 사진으로 가득찬 화보는 텍스트가 빽빽하게 채워진 다른 페이지가 무색할 만큼 두 눈을 편안하게 이끌어주었다. 얼마전 보고 왔던 리틀포레스트의 장면장면도 떠올랐고 벤쿠버를 시작으로 전 세계가 찾는 유명한 나무가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여러 페이지에 걸쳐 다양한 수목들의 특징과 사진이 함께 실려있는데 나중에 벤쿠버에 가게 되면 그 나무들, 벤쿠버의 또다른 시민들의 얼굴을 각각 알아볼 수 있을지는 자신할 수 없지만 분명 그들이 뿜어내는 초록의 향연을 몰라보진 않을 것이다.

벤쿠버에서 눈여겨 볼 것은 중심가에 떡 하니 자리잡은 유리로 표면을 두른 건물들이다. 맑은 날 노을 빛의 옷을 입은 빌딩들을 관광객들은 주변에서 식사를 하며 만끽할 수 있다고 한다. 아이스크림 콘을 먹으며 바라보는 바라보는 황금빛 빌딩은 직접 눈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잡지에 실린 사진 중 눈에 들어온 것은 노을빛이 아닌 푸른 하늘에 둥실둥실 떠 있는 구름이 그대로 외벽이 된 듯한 모습이었다. 이런 모습은 간혹 서울 도심 한가운데 있어도 마주치곤 하는 데 그 때마다 빠짐없이 폰에 담곤했던 기억이 났다.


시리얼 매거진이 여타 잡지와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모든 기사가 '메인'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번 호 역시 싱가포르의 멋진 화보도 가득하지만 열심히 찾아 읽은 것은 벤쿠버와 이번에 소개할 '다육식물'이다. 다육이는 물이 적게 주어도 햇빛만 있으면 잘 자라주는 특성 때문에 사무실에서도 자주 기르는 몇 안되는 식물이다. 일과로 바빠도 쉽게 죽지 않기 때문에 혹시나 생명이 떠나갈까 두려운 나에게 다육이는 정말 고마운 존재였다. 시리얼은 다육식물이 가정에 꼭 있어야 할 식물이라는 부제까지 달아주었다.

다육식물은 물을 흡수하고 수분을 지킬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공기가 일으키는 증산작용으로부터 잎을 보호하려고 털로 온몸을 덮기까지 한다. 사실 다육식물에게는 한 가지 생각밖에 없다. 다육식물의 존재 이유는 물을 찾고, 얻고, 지키는 것이다.

실내가 건조하면 몸에 수분이 마르게 되고 그런 장소는 결코 인간에게 좋은 장소가 될 수 없다. 커다란 화분이 부담스러웠던 회사 사무실 뿐 아니라 가정에서 책상위에, 창틀위에 집이 결코 크지 않아도 다육식물 자체로 좋은 인테리어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시리얼에 실린 아래 사진은 보는 순간 내 책상을 이렇게 꾸며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맘에 들었다.


사실 시리얼 vol.6 가 보고 싶게 만든 기사는 다육식물도 벤쿠버도 아니었다. 바로 영국 웨일스 책의 도시 헤이 온 와이HAY-ON-WYE 기사를 보기 위해서였다.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여행자들도 영국 근교 여행을 떠날 때면 빼놓지 않고 들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곳은 무려 헤이 와이에 거주하는 주민 수보다 6,800배나 많은 책들이 있는 데 이렇게 된 계기가 '리처드 조지 윌리엄 피트 부스'라는 회계원에 의해서라고 한다. 회계원으로서 능력이 없었던 책을 관심을 갖기 시작하며 서점을 차리게 되었고 가난한 귀족 소유의 저택을 찾아다니며 책을 수집했다고 한다. 이부분은 꽤 낯익은 풍경인데 만화원작이자 방영중인 <밤을 걷는 선비>의 책사를 떠올리게 했다. 몰락한 양반가를 돌아다니며 귀한 고서를 싸게 사들여 판매하는 책사와 같은 방식이었다. 작은 마을이었던 헤이온와이가 스스로 왕이 된 부스 덕분에 지금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는게 정말 소설처럼 느껴졌다. 책의 마을다운 역사라고 할까.


 

'순례'에 관심이 있다면 헤이 온 와이의 왕이 여전히 책왕국에 살고 있다는 소식이 반가울 것이다. 왕국은 이제 영연방이 되었고, 군사처럼 성을 지키는 책들은 햇빛에 바래고 해졌지만 부스는 여전히 이 마을에 큰 그림자를 드리우듯 자리하고 있다. 헤이 온 와이에는 변함없이 부스의 꿈이 어려있는 것이다. 70쪽

시리얼 잡지는 다른 잡지와는 달리 소장가치가 높다. 광고가 없는 것은 물론 조금 아깝기는 하지만 풍경이나 소품사진이 정말 예뻐서 페이지를 뜯어 액자에 넣어 서재나 침실에 두어도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좋은 건 여행정보를 담고 있기는 하지만 지역의 변치않을 가치와 이미 오랜시간 사랑받아온 상점과 아이템을 기사로 담기 때문에 세월이 지나도 그 의미가 바래지 않는다. 아직 가본 곳 보다 가볼 곳이 많은 시리얼을 한 권 한 권 모으는 취미를 만들어주는 잡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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