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 한국인 - 글씨에서 찾은 한국인의 DNA
구본진 지음 / 김영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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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에서 찾은 한국인의 DNA. 필라그래피 정도는 아니더라도 남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바른 글씨체를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확하게 이유를 댈 순 없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글씨가 곧 그 사람이라는 것을. 그 사람이 읽는 책이 반드시 그 사람일순 없어도 분명 글씨가 그사람을, 그 민족을 그리고 그 나라를 짐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 민족의 글씨체가 아이와 같다고 말한다. 철없고 제멋대로라는 의미가 아니라 천진하고 순진무구하며 발전가능성이 무한대라는 긍정적인 의미다. 반면 우리 민족과 나라에 영향을 크게 끼친 중국의 글씨체는 어떨까. 중국은 한나라의 왕이 수차례 바뀌고 전란이 빈번했던 만큼 백성들의 삶이 고난했다. 그래서 개성이 강한 문체보다는 '천편일률'적인 글씨체로 발달했다. 책의 대부분은 고대사를 중심으로 펼쳐져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실제 고대사를 추적하고 연구할 때 한권의 책과 한 사람의 역사를 뒤적이지 말고 가능한한 많은 문헌과 증언을 참고해야 가능하다고 정약용은 말했다. 그런 오랜 연구가 이 책에 담겨져있어 난해한 것은 사실이나 흥미로운 부분을 중심으로 읽어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1부에 비해 2부에는 민족별, 시대별 그리고 유명인사의 글씨체를 소개하며 그들의 성품과 필모그래피를 역추적 하며 흥미를 유발한다.​

고대 한민족의 글씨체의 전형적인 특징으로서 품성이 착하고 부드러우며 성격이 급하고 활력이 넘치며 자유분방했음을 알 수 있다. 297쪽

조선시대는 이전 어느 사회보다 양반들의 목소리가 높았던 때였다. 이때의 글씨체 또한 이전과는 달랐다. 앞서 중국의 정세가 어지러웠던 초나라때와 마찬가지로 바르고 곧았다. 석봉 한호의 <천자문>이 선조의 마음을 사로잡았을 만큼 엄하고 방정했다. 이런 기조에 반발한 윤후가 사형을 당한 사례를 책에서는 언급했다. 이런 시기에 '한글'창제는 놀랍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한자 한문의 지식 기반과 이를 뒷받침하는 근원적 사상을 송두리째 바꾸고 한민족의 정체성을 살리는 단초를 심어둔 것이었다. 306쪽

한국어가 아닌 한글자체가 세계 명망있는 언어학자로부터 칭송받는 데는 다른 이유가 더 있다. 그것은 오랜시간 순치된 것이 아니라 창제 자체에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적합한 문자를 '발명'했다는 데 있다. 뿐만아니라 한자와는 전혀 다른 디자인을 사용했다는 것도 한몫했다.

한글 창제와 관련된 부분외에도 눈길을 끌었던 것은 나라잃은 슬픔을 글에 담아낸 위인들의 일화였다.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의 글씨체는 무려 5억원을 넘는 데 우리나라에서 이례적인 가치를 지닌다고 한다.

안중근의 글씨는 갖추어야 할 것을 모두 갖추고 매우 높은 경지에 이르렀다. 송곳 같은 예리함, 강한 기세, 서릿발 같은 이상, 범접하기 어려운 높은 경지가 느껴진다. 323쪽

총 3부의 내용 중 제대로 이해한 것은 많지 않았다. 사전지식이 부족한 까닭이라 읽으면서도 반성하는 마음이 컸다. 뿐만아니라 구하기도 쉽지 않은 고대사의 사료와 연구를 이끌어온 저자의 노고에 고마움을 느꼈다. 책에는 언급하지 못한 많은 내용들이 담겨져있다. 글자와 글씨체에 관한 자세하고 방대한 내용을 놓치지말고 꼭 직접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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