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 Soppy - 둘이라서 좋아
필리파 라이스 글.그림, 전행선 옮김 / 레드박스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빨강검정으로 가득 찬 소피.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어느 만화 축제에서 처음 만난 만화가이자 삽화가인 연인의 알콩달콩 일상을 담았다. 처음 만화를 봤을 때 빨강과 검정 두 컬러로 임팩트 있게 다가오지만 막상 한편 한편 보고나면 오히려 말도 거의 없고 연인들이 보통 함께 있을 때 보여주는 소소한 풍경이다. 풀밭에 누워 다정하게 서로를 바라보기도 하고 서점에 들려 각자 원하는 책을 보기 위해 떨어져서 찾는가 하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맛이 더 맛나다고 우기기도 한다. 애초에 출판을 염두하고 그렸던게 아니라 소셜에 올려 화제가 되어 출판까지 이어졌다.


글자가 많지 않아 오히려 더 여운이 남는 에피소드 한 개.


"자긴, 내가 좀비가 되면 총으로 쏠꺼야?"

"아니, 날 그냥 물게 할 거야."   52쪽


아마 연인끼리 좀비가 출몰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함께 봤다면 상대에게 저런 질문을 해 봤을 것이다. 만약 좀비가 되면 어쩔꺼냐고. 예전에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범죄가 좀비보다 더 잔인하고 무섭다보니 마냥 일어나지 않을 상상같지만은 않다. 난 저 질문에 무조건 쏴달라고 했다. 좀비가 되면 지금의 나는 결코 아니라고 본다. 모 좀비영화에서 점차 인간의 순수함을 되찾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긴 했지만 좀비는 좀비다. 채피에서 겉 모양은 중요하지 않고 내면의 '마음'혹은 '영혼'이 중요하다고 했지만 좀비랑은 차원이 좀 다르지 않을까. 물게 놔두다니... 생각할 수록 끔찍하다. 그저 예쁘고 단순한 듯 한 만화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함께 읽다보면 별별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상대를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를 준다.


에피소드 하나 더.

포옹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등장하는 데 가장 공감했던 에피소드는 바로 이거였다.

한 겨울이 아니더라도 날씨가 추워 손이 시릴 때, 혹은 외출해서 돌아와도 몸이 따듯해지지 않아 덜덜 거릴 때 따뜻하게 안아주면 세상에 어떤 열기구보다 더 빠르게 그리고 훨씬 따뜻해진다. 어릴 때는 엄마나 아빠가 그렇게 안아준 것 처럼 꼭 안아주면 그렇게 행복하고 따뜻할 수 없다. 이럴 때 아, 연애하길 잘했다 싶은 생각이 드는 건 분명하다.


그림을 보면 직업이 일러스트를 그리는 사람이라 한편 한편 완성도가 높아 그냥 소셜에서 보기만 하기에 너무 아깝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신기한건 토라져있을 때라던가 슬쩍 말을 걸고 싶을 때 표정까지 가느나란 입술과 그저 씨앗같은 두 눈의 위치에 따라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어 솔직히 이보다 더 글자가 보이지 않아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동거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통해 연인이 아닌 부부들이 봐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마조앤새디처럼 두드러지는 컬러덕분에 그림 자체 하나의 작품처럼 감상하거나 활용하고 싶어지는데 책 맨 뒷페이지에 본문에 수록된 그림 몇 점을 엽서로 첨부 해 원한다면 오려서 메모하거나 사랑하는 연인에게 메세지를 담아 책을 선물 할 수 있다. 무슨 무슨 데이나 생일에 사용할 수 있는 커플 쿠폰은 마사지쿠폰, 무엇이든 용서해주기 쿠폰 등이 실려있어 쿠폰은 살짝 오려내서 선물하면 나중에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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