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영화의 열광적 황금기 - 어느 영화 소년의 80년대 중국영화 회고론 아시아 총서 14
류원빙 지음, 홍지영 옮김 / 산지니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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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소개를 통해 이 책을 접했을 때 부제 '어느 영화 소년의 80년대 중국영화 회고론'를 보고 어린 시절 재미있게 보았던 홍콩영화 배우와 작품 감상평이 실렸겠구나 싶어 신났었다. 막상 책을 펼쳐두고 저자와 역자 그리고 추천서를 읽으면서 가벼운 책이 아님을 직감했다.

영화 작품을 영화관 안에서의 일시적인 소비로 바라보는 것을 넘어서 정치, 사회와 폭넓은 결합성을 지닌 것으로 보고자 하는 구상이다. -서장 35쪽-

중국에서 태어났지만 학문으로 영화를 접하고 교직에 이른 곳이 일본인 만큼 이 책은 일본어로 출판되었다. 학부시절 만남이 있었던건지 확실치는 않지만 역자 또한 한국인이지만 일본에서 중국어를 배우고 공부했다고 할 만큼 원저자와 역자는 묘한 공통점을 가졌을 뿐 아니라 전체적인 내용과 구성도 알차지만 국내 독자가 편하게 읽고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각주를 곳곳에 달아놓은 것은 꼭 칭찬하고 싶었다. 본문으로 돌아가 이 책은 영화를 통해 본 중국 현대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문에도 나와있듯 문화대혁명이 끝나고 톈안먼(천안문)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중국 영화의 황금기였다. 비슷한 시기의 일본도, 한국도 어느정도 한계와 문제점을 가지긴 했으나 분명 이전 시대와 비교했을 때 자유로운 시대였다. 저자는 80년대 전후의 중국 영화의 배경과 당시 상황 그리고 우리나라 독자 뿐 아니라 중국의 인민들조차 쉽게 접할 수 없었던 검열 등의 이야기를 총 6기로 나뉘어 분석해놓았다. 저자와 추천인이 백미라 했던 4장, 여배우 류샤오칭과 조안 첸을 중심으로 서평을 적는다. 류샤오칭의 연기를 접한 작품은 아쉽게도 영화는 아니고 드라마 '측천무후'였다. 왕위를 위해 자식마저 버렸던 독하고 무서운 여왕 측천무후. 류샤오칭 자체가 그녀의 삶과 비슷하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았다. 51년생으로 환갑을 넘은 나이지만 재기 당시 전신성형을 한 것처럼 주름하나 안보였던 그녀의 데뷔는 보통의 중국 여배우와 다르지 않았다. 강인한 여성상을 대변하기 위해 피부를 태우고 등장했을 만큼 선전물에 가까운 영화에 출연했고 지금처럼 언론을 좌지우지 하는 모습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후 문화혁명이 종료되고 사유재산이 허가되자 엄청난 부를 쌓았고 결국 탈세혐의로 투옥되기 까지 한다. 류샤오칭의 인생은 중국 경제상황을 그대로 반영한 듯한 모습을 가졌다. 반면 조안 첸은 서구 사회를 동경했던 당시 인민들의 모습을 닮았다. 도미한 후 중국에서의 풍족했던 생활과는 달리 돈이 있어야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자본주의의 실상을 뼈저리게 느끼고 헐리웃이 원하는 여성상으로 재탄생 하는 그녀의 모습을 통해 중국인들에게 혹평을 받았지만 마지막 황제로 수상소감을 통해 유창한 영어실력을 뽐내자 호평으로 바뀌는 등 외부에서 활동하는 여배우의 이미지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80년대의 중국 사회가 위의 언급한 두 여배우의 모습 그대로였다. 영화잡지가 활성화 될 초기에는 표지에 그저 얼굴만 실렸던 것이 영화에서조차 더이상 검열이 무색해질 정도로 노출이 심해지고 서구문화가 유입되면서 얼굴에서 바디로, 수영복까지 등장하게 되었다. 이후 톈안먼 사태로 잠시 주춤하게 되면서 만개했던 두 여배우는 진로를 달리하게 된다. 현재 류샤오칭은 중국 드라마와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배우가 되었고, 조안 첸은 중국의 역사드라마보다는 헐리우드에서 제작한 영화나 중국 사회의 모순과 객관적 입장에서 중국을 바라보는 독립적인 여성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류샤오칭 편에서 궁리와 비교하는 내용이 등장하는데 그녀가 국제적인 이미지를 갖추고 있다고 표현한 것은 제대로 본 것이었다. 현재 그녀 또한 조안 첸 처럼 중국인들에게 비난을 받더라도 과감하게 일본 게이샤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 배우로서의 입지를 탄탄하게 갖춰가면서 최근에는 다시 장이머우의 중국 역사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 출연하고 있다.

책의 내용이 결코 쉽지는 않지만 영화를 통해 바라보았다는 점에서 이해가 쉽고 흥미를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영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 뿐 아니라 중국에 관심이 많은 사람 모두 큰 도움이 될 만한 책이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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