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타라 - 상
후지타니 오사무 지음, 이은주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3월
품절


후지타니 오사무의 배를 타라.

읽기전에 가졌던 기대보다 더 큰 설레임을 가져다준 이 작품은 내게 있어열일곱 상실의 시대를 만났을 때 느꼈던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상기시켜주었다. 이전에도 말했듯이 감동 혹은 충격이 큰 작품일 수록 나의 리뷰는 읽고 한참 뒤에 적히거나아에 적을 수 조차 없었다. 이 작품도 예외가 아니며 심지어 후자쪽에 속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내키지 않는 리뷰를 남기는 건 '약속'을 지키기 위함이다. 그것도 아주 늦어버린...



이야기의 화자는 나이든 '나' 쓰시마다.

타인을 납득시킬 이유는 없지만 자신에게 있어 꺼내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 예고시절의 이야기가 작품의 주된 내용이다.음악을 사랑한다기보다는 부모를 제외한 양쪽 조부모와 친척들로부터 자연스럽게 클래식을 접하게 된 나는초등학생 시절부터 어려운 전집을 시작으로 중학생때는 이미 철학자의 이론서를 의미를 이해하지도 못하면서읽는 소위 '허세'스러운 아이다. 나의 경우는 고입 직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이책을 읽으면서 여러번 머뭇거리게 된 까닭, 내게 있어 열일곱 상실의 시대를 상기시킨 것은주인공과의 동일화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는 과정이 되풀이 되었기 때문이다.고입 예비과제로 내준 작품들이 아큐정전과 같은 고전이었다.중학생에서 고등학생으로 조금은 어른과 가까운 형상이 된 그시절의 학생들이 예비과제를 얼마나 수행했을지는 모르지만 책을 좋아하고 새로 이사간 동네에 도서관이생겼다는 이유로 난 리스트에 적힌 고전도서를 전부 읽을 수 있었다. 쓰시마가 읽었던 책의 대부분을 나도 읽었던 셈이다. 다만 쓰시마보다는 짧게는 3년 길게는 6년뒤에 읽긴 했어도 결국 그가 가졌던 허세스러움을 나도 가졌었기에작품자체에 몰입했다기 보다 나는 쓰시마가 가진 그 허세에 몰입되어버렸던거다. 동기들과의 대화, 이성친구와 스승에 대한 묘한 승부욕의 대한 묘사는 저자가 이 시기를 모두넘겨본 나이라는 점에서 맘껏 공감할 수 있었다. 배를 타라 메인 테마곡까지 나의 BGM화 되면서 클래식을 전공하지 않은그런 환경속에서 살아본 적 없는 내가 마치 비틀지코드를 연상시키듯추억의 한자리를 차지했던 고교시절 윤리쌤마저 떠올리게 했다. 이 책의 리뷰는 약속이 있었다고는 해도 이런 이유로 적고 싶지 않았다. 리뷰가 아니라 회상록 이나 고백서즘이 되리란 것을 짐작했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은 한 줄도 적고 싶지 않다. 조금도 내보이고 싶지 않다. 라고 생각하지만 타이틀 '배를타라'에 대한 짤막한 언급은 하지 않을 수 없다. 어짜피 이야기의 플롯은 단순하다. 청소년시절의 방황과 사랑과 갈등, 인생이라는 바다에서 맞게되는 풍랑과 그 시련을 제대로 견뎌내지 못한 나이든 남자의 고백일 뿐이다. 동기생들보다 더 많은 지식과 그것도 잡학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했던 이라면, 작품의 이해와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떠나 문자자체에 대한 해독으로 난해한 서적을 들춰봤던 이들, 클래식이란 단어가 지루하기보다는 그리움의 대상인 사람들이라면 분명 이책이 맘에 들거라 생각된다. 이 책의 대한 여운이 어느정도 사라질 때즘이면 비로소 제대로된 리뷰를 남길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상실의 시대 리뷰를 지금까지 적을 수 없었던 걸 생각하면 그때가 언제일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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