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시선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시선집
이상 지음, 이재복 엮음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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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나치게 오만했음을 미리 밝혀둔다. 초판이다. 이상의 시는 현대어로 말끔하게 옷을 갈아입은 상태로 읽어도 난해한데 어쩌자고 초판에 욕심을 냈을까. 이상의 시는 누구나 한번쯤 탐내는 시다. 기형도의 시가 그러하듯, 윤동주의 시가 그러하듯 각기 이유는 달라도 한번쯤 꼭 눈으로 읽는게 아닌 마음으로 만져보고 싶은 시. 하지만 난 전혀 그렇게 읽지를 못했다. 한자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주석이 없었다면 결코 알 수 없는 표현들. '잊을 수 없소이다'를 '니즐수업소이다' 정도로만 적었어도 그나마 수월 했을텐데...하고 뒤늦게 어리석은 속내를 내보여도 처음 읽기 시작한 이후 일주일 가량은 주석에 의지 해 시를 읽는 것인지 연구를 하려고 잃는지 스스로도 분간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대략 한눈에 그 뜻을 알 수 있었던 몇몇 시는 나를 참 우울하게 만들었다. 이상이 이 세상에 머물다간 시절의 괴로움은 지금의 현대인들도 똑같이 가지고 있다. 무서운 아해를 무서워하던 아해가 어느순간 무서운 아해로 변해가는 모습은 얼마전 보았던 영화 my way의 정대가 안똔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상기시켰다. 그러다가 자신을 쏘는 무기앞에서 다시금 무서워하는 아해로 입장이 달라지는 것은 비단 전쟁에서 만은 아닐것이다.  이상의 시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인 거울이 담긴 시의 경우 거울을 바라보는 자신을 겁내하기도 하고 묵묵부답인 거울속의 자신을 답답해하기도 한다. 자신을 너무 잘 알아 괴로워할 적의 내모습, 내가 무엇때문에 괴로운지를 몰라 역시나 괴로워하는 나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런가 하면 누렁이가 물고 온 주먹을 쥔 채 잘린 팔은 '나'의 팔이다. 그런데 내가 느끼는 고통은 그 이전에 있었던 고통이 아니라 누렁이를 보고 느끼는 고통이다. 나의 아둔함을 내가 모르고 타인의 모습을 통해 비로소 깨닫는 것은 영화나 책등을 통해 때때로 반성하는 내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무엇보다 시 속에 등장하는 역사적 인물이나 작품들을 보며 이상도 잠을 잘 수 없었던 이유가 마음의 괴로움이 아니라 지식에 대한 갈급함을 해소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시집 뒤에는 저자의 대한 설명, 작품에 대한 설명등이 실려있다. 헌데 난 잘 모르겠다. 재학시절 그리고 이후 인문학 수업을 통해 들었던 말들, 입체파, 다다이즘, 포스트 모더니즘 등의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모르는게 아니라 이상의 시를 그렇게 면밀하게 분석하고 싶은 마음이 부족한 탓일거다. 난 그냥 내가 느끼는 대로 그의 시를 느꼈다. 한자, 낯설은 어체에 대한 어려움은 온데간데 없고 그가 쓴 시가 보이기 시작한 이후로는 아에 주석도 보질 않았다. 그래서 내멋대로 그의 시를 해석하고 느꼈을런지는 모른다. 하지만 학문적으로 파고들어 어렵기만 한 이상의 시보다, 지금의 내처지와 견주어 공감도 하고 위로도 받으면서 읽는 것, 그게 시를 읽는 또 다른 방법이 아닐까 싶다. 물론 전혀 이해하지 못한 난해는 커녕 난독에 가까운 시들이 대부분이라 이런 표현도 조금 건방져 보일 수 있음은 미리 양해를 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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