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테이블 - 그와 함께 밥을 먹었다
조경아 지음 / 미호 / 2011년 10월
품절


누군가와 함께 나눈 '밥'의 기록, 더 테이블


차나 술이 아닌 밥을 먹어야 '교감' 혹은 관계가 형성되었다고 믿는다는 저자의 뜻은 서른해를 넘게 살아온 나 역시 깊이 공감하는 바였다. 지난 시절 때때로 쉬운만남과 잦은 결별 사이에서 오가던 때를 주의깊게 분석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분류를 나뉘어보자면 그 '밥'을 같이 해느냐 안했느냐의 여부로 나누어도 크게 무방할 정도로 신기하게 밥을 먹는다는 것은 상대를 잠시일지라도 내 삶의 일부로 인정했다는 의미가 되었던 것이다. 하기사. 난 세상에서 정말 하기 싫은 일중에 하나가 싫은 사람과 밥먹는 것이니까.



책을 읽기 전에는 얼마나 많은 P양과 A군이 등장할지 자못기대가 되기도 했다. 에디터들의 에세이들은 하나같이 모 연예인, 그것도 엄청 유명한 연예인 혹은 까다롭기로 소문한 포토그래퍼 C군등의 등장에 당췌 이것은 실제 에디터가 경험한 일들인지 아니면 모 일간지의 분량채우기 전략을 자신의 에세이에서도 발동시킨것인지 알 수가 없었던거다. 하지만 저자 조경아는 독자가 민망할 만큼, 이 사람 이렇게 다 공개해도 되는걸까 싶을만큼 연예인, 식당, 매거진과 관련된 혹은 개인적인 호불호로 방문하게된 식당들의 이름을 거의 대부분 실명으로 기재했다. 물론 칭찬일색으로 장식된 이지아의 경우는 시기가 시긴만큼 그녀의 잦은 실명거론이 감사하기 까지 할테고 어쩌면 저자가 그렇게나 이뻐하고 있음을 증명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할지도 모른다. 그런가하면 결혼식 피로연으로 인해 여전히 방문하지 않는다는 그 레스토랑(저자도 밝힌 곳을 나는 오히려 주저하게 된다.)은 꼭 가서 맛을 보아야 하는것인지 아님 오히려 내가 더 서운해서 피해야할 것인지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셀럽들의 이야기나 해외취재시 맛보았던 음식들의 추억도 좋았지만 저자가 하는 가족의 얘기가 참 소박하면서도 마치 밥을 같이 먹으며 듣게된 이야기 같아 좋았다. 엄마만두, 아빠만두의 아기자기함은 나를 비롯 언니도 친구들에게 우리가족들만이 알 수 있는 독특한 단어를 꺼내어 화제 삼기를 즐기기에 크게 공감했다. 같은 여성들은 뭐라하더라도 이성과의 대화에서 이토록 잘(?)먹히는 화젯거리는 드물다. 하지만 암투병으로 고생할 때 엄마를 데려가고 싶은 식당과 메뉴를 점찍어두는 저자의 모습에서는 마음이 뭉클해졌다. 특히 이 수많은 테이블 이야기의 순서에서 김치가 맨 마지막에 오게 된것이 단순히 우리나라의 김치에 대한 자부심과 저자 스스로가 김치를 무척이나 좋아했다는 점도 있겠지만 '엄마가 돌아가시면 더 이상 맛볼 수 없게 되어 엄마의 김치를 얼렸다는'지인의 말을 전해들었을 때 한참을 울었다는 저자의 기록을 읽을 때는 여지없이 마음이 무너져내렸다.



가쉽거리일색이었어도, P군과 A양이 난무했더라도 에디터 특유의 필력이 발휘하는 맛깔라는 글솜씨 때문에라도 이 책을 타인에게 권한다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것이다. 이따금 '폭염'을 사용했던 허세스러운 아이때의 성격이 글에 베어나오긴 해도 그조차 귀엽게 보일 수 있었던 것은 저자 나름의 솔직함과 진짜 차린 것은 없지만 '맛있게 먹어주러'온 독자의 책임을 다하고 싶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신기한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맛기행을 떠나야겠다는 다짐보다 누군가와 함께 했던 그 수많은 테이블들을 가급적 상세하게 물론 그때의 감정에 충실하게 남겨두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 매년 연말에 올 한해는 누구와 어떤 밥을 맛있게, 혹은 맛없게 먹었는지만 기록해도 충분히 그 한해를 어떻게 살았는지 돌아볼 수 있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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