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나이가 좋다 - 꿈이 있어 아름다운 88세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
이기옥 지음 / 푸르메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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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147  
 
하느님은 우리의 욕망을 어디까지 용서해주실까?

일 년에 두 번 피는 꽃에게 나는 많은 질문을 던져본다.
 
     

리뷰를 적는 것 보다 타이틀을 정하는 데에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 '나는 내 나이가 좋다'도 그 중에 포함될 줄은 미처 몰랐다. 결국 그 어떤 타이틀에도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서명 그대로를 적어버렸다. 연세 드신 분들의 Bravo my life!로 정리되는 책을 이전에 읽었지만 그 때는 내년이면 예순이 되시는 엄마와 같은 또래분들의 이야기라 그저 즐겁고 신나고 엄마도 한번 이렇게 살아봐! 하며 나 혼자 신나고 했는데 여든 여덟이 되시는 어르신의 글앞에서는 섣불리 공감이 된 다거나 이 분처럼 늙고 싶다라는 말도 나오질 않는다. 아흔이 넘게 살다가신 친할머니와 저자 이기옥 할머님 보다는 아직 '젊으신' 외할머니도 계시지만  어째서인지 전혀 딴 세상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한 기분에 까닭모를 죄송함만 깊어졌다.
 
88세의 삶이란 것은 어떤 삶일까.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와 김애랑 작가의 '두근 두근 내인생'에서 평범하게 나이들지 않는 그 두사람의 어설픈 노년기와 불행한 삶의 한켠을 보긴했어도 진짜 나이듦에 대한 생각이 솔직히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아이들에게 줄 밥상을 손수 차리고 멋들어지진 않아도 입을 수 있는 옷을 내손으로 만드는 것은 지금도 쉽지 않은 일을 하시면서 행복을 느끼며 감사함을 느낀다는 이기옥 작가님의 글은 그야말로 따뜻하고 한글자 한글자 모두 감사하다고 고백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나이들어 가족들의 손이 그립다고, 몸이 이곳저곳 아프다고 적으면서도 한사코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도 만들고 불행하게도 만드는 것은 어느 누구도 아닌 자신의 마음가짐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오랜 깨달음은 그렇기에 송구하게도 맘에 와닿는다. 몸이 아팠던 시절 은연중에 그런 생각을 가진 적이 있었다. 나이들어 관절염이 생기고 다쳐서 아픈게 아니라 정말 기력이 약해져 거동이 힘들어질 때 아마 이런 상태가 되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그때는 지금의 작가의 말처럼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도 힘겨움을 느낄 수 밖에 없고 생의 '마지막'을 위한 준비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되기에 아프다고 포기하면 그때 해야할 일을 몇 십년이 앞당겨 하게 되는 것 밖에 안되겠구나 싶었다.

 

병이 나는 것도 마음에 생채기가 생겨나는 것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중장년층에 에세이와는 무언가 다른 낮은 자세와 진정한 비움의 고백이 담긴 이 책을 나는 멀리두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침대 곁에 아주 가까운 그곳에 두고 마음의 못된 씨앗이 심어질 때면 꺼내봐야지. 내 노년의 삶이 이제와 노력한다고 저자의 모습같진 않게 되더라도 손 뿐 아니라 다른 모든 곳이 아이에 볼에 비추었을 때 흉악하게 보이지 않도록 열심히 나를 담금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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