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퀴엠 블루문클럽 Blue Moon Club
뤼크 피베 지음, 양진성 옮김 / 살림 / 2011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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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35 나는 모차르트의 음악을 연주하거나 그처럼 생생하게 살리려면 모든 영혼을 그것에 바치고 미쳐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레퀴엠 수수께끼는 저녁식사 후에 이후로 리뷰를 임시저장 해놓고 깜빡한게 벌써 2번째다. 커피숍에서 2~3시간씩 앉아있을 수 있게 된 지난 여름날 부터 몰아치듯 책을 읽은 탓인 것 같다. 어찌되었든 읽은지 한달이 지나 리뷰를 적는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무지 불쾌하게 읽었던 책의 경우는 어느정도 순화 단계를 거쳐 별1개 에서 심할 때는 별3개 수준으로 극상되기도 하고 엄청 재미나게 읽고서도 한달씩이나 지나고나면 감흥이 이내 사라져 별 4개정도에서 그치기 때문이다. 만약 이 책의 내용이 모차르트가 레퀴엠을 작곡하는 배경에 관한 스릴러에서 그쳤다면 극히 위험했을 것이다. 하지만 왠걸. 한달이 지났어도 아직 생생하다. 레퀴엠을 읽으면서 몸서리치게 떠나고 싶었던 추억들이 새록새록 되살아났다.

 

불현듯 은퇴를 선언하고 사라졌던 레미 봉스쿠르 피아니스트가 복귀하는 무대에서 갑자기 쓰러진 뒤 죽음을 맞이한다. 그를 열렬히 사랑하는 클래식 잡지기자 드니는 기사를 위해 현장에 있었던 사람으로 마치 제3자의 입장에서 지켜보는 시선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하지만 봉스쿠르의 매니저를 만나게 되면서 그 자리에 있게 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알게 된다. 봉스쿠르가 오래전 부터 자신을 주목해왔다는 사실을 알게된 드니는 플루리스트 로라와 함께 무작정 사건을 파헤치러 과감하게 봉스쿠르의 '부름'을 응한다. 내용의 배경이 된 베니스, 빈, 런던은 지난 겨울 다녀왔던 곳이라서 그런지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는 정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드니가 묘사하는 베니스와 런던은 나를 비롯한 누구라도 느껴봤을 법한 풍경이었다. 일정 시간이 되면 물이 차오르는 베니스에 사는 음악애호가의 집을 방문하는 장면은 나의 역마를 견디는 가장 고된 순간이었다.




   p.432  
 
베니스가 물 위를 떠다니는 과거의 조각이라면 런던은 정신없이 빠르게 달리는 노선이었고, 빈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한 곳에 존재하지 않는 도시였다.
 
     



단순히 모차르트를 비롯하여 유명한 음악가들의 원본 악보 수집에 열광하다 죽음을 당했다고 생각했던 것에 그치지 않고 역사적 사실여부가 궁금해질 만큼 진지하게 현재에서 과거로 이어지는 작가의 상상력과 그 상상력을 뒷받침하는 음악에 대한 배경지식에 감탄하게 되었다. 종교음악, 비밀조직, 유명한 작곡가, 값을 짐작할 수 조차 없는 진귀한 악보들.

 

등장하는 음악가만 해도 한두명이 아니다. 반갑게도 그안에 정명훈씨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에 괜스리 더 작품에 호감이 갔다. 왠지 뿌듯하기도 하고 이토록 유명한 음악가가 등장하는 소설에서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채워준 작가 뤼크 피베가 예뻐보이기 까지 했다. 책을 읽기전에 언뜻 보았던 저자의 약력을 책을 다 읽고다서 다시금 주목하게 되었다. 작곡과 연주를 하던 음악가에서 연극과 TV 프로그램 작가로 활동하다 2006년부터 스릴러 소설창작에 몰두하고 있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가 저술한 다른책도 꼭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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