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퍼시픽 실험 - 중국과 미국은 어떻게 협력하고 경쟁하는가
매트 시한 지음, 박영준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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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 퍼시픽 실험

중국과 미국은 어떻게 협력하고 경쟁하는가




트랜스퍼시픽 실험이란 오늘날 두 초강대국 사이에서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 민간 차원의 외교적 교류를 말한다. 19쪽



저자 매트 시한은 아일랜드계 미국인으로 고조부가 아일랜드에서 미국으로 이민와 정착한 가정에서 자랐다. 대학 입학전까지만 하더라도 그에게 중국은 학교에서 잠시 잠깐 배웠던 몇 가지 키워드로만 인식되었다가 대학시절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잠시잠깐 방문했을 때 그들의 소박함과 날것에 가까운 삶속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대학 졸업 후 본격적으로 베이징으로 건너가 어학과 경력을 쌓기는 했지만 이 책< 트랜스 퍼시픽 실험>이 탄생하게 된 배경은 새옹지마, 이 사자성어로 말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책 첫 페이지에는 다음의 구절이 적혀있었다.



변방에 사는 노인이 말을 잃어버렸다.

그것이 축복이 아닌지 어떻게 알까? - 중국 격언-



발목부상으로 고향집에 반강제적으로 머무는 동안 그의 주변에는 경제적으로 부유한 중국인들이 주택을 구입하러 자주 방문하는 것을 보았다. 1800년대의 중국인들이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미국을 방문했다면 현재의 중국인들은 오염되지 않은 환경에서 풍부한 교육적 기반이 갖춰진 교육환경을 위해, 또 쌓아온 부를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온다. 과거 캘리포니아 시민들은 힘없고 가난한 그들을 포옹력을 가지고 받아들였지만 더이상 그들은 도움이 필요한 존재가 아니다. 캠퍼스에서 중국인들이 차지하는 영향력도 상당하다. 재학중 중국인의 비율이 삼분의일, 대학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 받아들인 그들이 이제는 인사를 초청하는데 영향력을 발휘해 중국 정치에 방해가 될 것 같은 달라이라마와 같은 인사를 거부하기에 이르렀다. 중국을 흥미롭게 바라보았던 저자는 이들의 이야기를 가까이 들여다보며 무겁지 않고 에세이처럼 재미있게 들려준다. 미국이 중국인들의 유입을 받아들이면서 중국에도 민주주의의 영향이 미칠거라 기대했지만 그들은 거대자본을 투자하고 기술을 습득하면서도 미국의 문화와 체제를 거부하는 서유럽학자들의 예상을 깨뜨렸다. 구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전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거대기업들도 중국의 눈치를 보고 있음을 다음의 사실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런데 2014년 그날, 21세기 초반의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명이 수천 시간을 투자해 중국어를 익혔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진행자가 저커버그에게 왜 중국어를 공부했느냐고 묻자 그는 더둠거리며 이렇게 대답했다. -중략-

저커버그는 중국어를 배운 두 번재 이유가 '중국이 위대한 나라이기 때문'이며, 세 번째는 중국어가 대단히 어려운 언어이므로 자신의 도전적인 성향과 잘 맞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158쪽


저커버그의 아내는 중국인으로 그가 중국어를 배우는 첫 번째 이유다. 만약 저커버그가 한국 여성과 결혼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영어실력이 유창한 그녀 조차 한국어를 제대로 알고 있으리란 확률이 희박하다고 본다. 저자의 말처럼 실리콘밸리는 자유로운 영혼들이 어떤 제약이나 제재없이 연구하고 개발하기 때문에 지금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 그곳에 근무하는 중국인들은 그런 환경속에서 놀라운 성과를 내면서 결국 고국으로 돌아가 후배 개발자나 예비 유학생들을 위한 인프라 형성에 열을 쏟는다. 나만 잘사는 것이 아니라 중국, 그들은 개별적으로 행동하는 듯 보이지만 결국 거대한 중국을 이루는데 스스로 제 역할과 책임을 알고 움직이는 듯했다.



우리에게 중국이란 무엇일까? 즉 한국인이에게 중국은 어떤 의미를 지닌 나라일까? -중략-

우리 입장에서는 중구고가 밀접한 접촉이 발생하는 현실 앞에서 너무 과도하게 호불호를 내세우며 반응할 일도,그렇다고 이를 애써 외면할 일도 아닐 것이다. 아프로도 어떤 형태로든 중국과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더불어 살아가며 대한민국의 발전과 세계평화를 도모해야 하는 것이 우리 앞에 놓인 기정사실이자 목표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위의 역자의 말처럼 책을 읽는 동안 미국에 퍼져나가는 중국인들의 세력을 보며, 싫고 좋고의 문제를 떠나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바라봐야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두에 밝힌 것처럼 책 자체는 재미있고 흥미롭게 잘 읽히지만 결코 가볍지도 흥미위주만은 아닌 책이었다. 무엇보다 초반의 잠시였지만 저자가 트랜스 퍼시픽 실험을 조사하기까지의 과정이 결코 쉽지 않은데 도전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여러이유로 쉽게 좌절하고 포기하는 이들에게 희망적인 실례가 될 것 같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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