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 - 광화문글판 30년 기념집, 개정증보판
광화문글판 문안선정위원회 엮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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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하면 떠오르는 여러가지 중 교보생명 본사 외벽에 걸린 광화문 글판이 있다. 책<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에서 소개한 바로는 나태주시인의 풀꽃 일부 문구가 가장 인기있었다고 하던데 안타깝게도 시인도 나도 실제 걸린 모습을 현장에서 보진 못했다. 하지만 풀꽃은 평소에 좋아하던 시였기에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오랜시간 교편을 잡으며 아이들과 함께 풀꽃 그리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나온 말을 시로 옮겼다는 시인의 말처럼 누구나의 삶속에 그렇게 시와 시어들이 오가는지도 모른다. 1부에서는 현판에 작품이 소개된 시인들과의 인터뷰 혹은 대체글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현재의 안부를 묻는 내용에 대다수가 '코로나 19'를 언급하거나 유사한 내용으로 활동의 위축을 알려 안타까웠다. 활동이 줄어들면 그만큼 책을 더 많이 읽고 습작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어설픈 기대도 있지만 길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소재가 되는 시인들에게는 다른이들보다 사람은 물론 자연과의 단절이 큰 아픔으로 다가온 것 같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일부-


광화문 글판에는 시인들의 작품외에도 유명가수의 노랫말이 담기기도 했다. 소위 대세 중에 대세인 BTS의 RUN의 노랫말은 물론 해외 유명 문학가들의 글들도 글판에 소개되었다. 한 번도 쉽지 않은데 두차례 이상 작품이 글판에 소개된 작가들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멈춰 서서>가 인상적이 었다. 광화문 글판을 바라보게 될 때의 내 모습은 서점에 들려 책 몇권은 손에, 또 몇 권은 어플 장바구니에 담아둔 후라 마음도 몸의 피로도 충분히 누적된 상태다. 그런 상태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바라보는 글판은 무언가 용기를 주고 의욕을 부르는 글귀보다는 쉼이나 머뭄 혹은 비움과 관련된 글들이 더 와닿을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책에는 글판에 소개된 글감의 전문이 실려있는데 몇몇 작품은 무심코 지나쳤을수도 있을만큼 담담한 경우도 있었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처럼 사람 뿐 아니라 작품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글판에 소개되지 않았더라면 그 좋은 작품들을 만나지 못했을거라 생각마저 들었기 때문이다.


책의 추천사 중, '도심 빌딩 속 글귀 하나가 바쁜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하나의 쉼표가 되고 있다.'는 모 방송국의 말처럼 그렇게 다가오는 광화문 글판. 앞으로 또 얼마나 오랜기간 그곳에서 나를 비롯 많은 이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고 혹은 풀어줄 지는 모르지만 그 끝이 되도록 아주 먼 이야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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