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실망시키는 기술 - 독립적인 인생을 위한 용기
미하엘 보르트 지음, 최대환 옮김 / 파람북 / 202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부모는 자녀들을 무엇이든 다 할 수 있고 틀린 것이 없는 존재라 여기며 아무런 조건 없이 신뢰한다. 누구에게나 어릴 때 자신의 부모는 언제나 최고인 것이다. 30쪽



미하엘 보르트의 <부모를 실망시키는 기술>를 제대로 읽지 않고 제목만 본다면 뭔가 배은망덕한 자녀를 위한 책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저자의 맑만 읽어도 누군가의 자녀라면 혹은 이제 막 부모가 된 부부조차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이자 어쩌면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위한 필독서에 가깝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세상에 태어나 부모에게 의지하고 살다보면 자연스레 부모의 뜻을 거역하기가 어렵다. 보통이 이렇다면 이와 반대로 부모가 하는 말은 무조건 거부하고 싶은 시기가 찾아오기도 한다. 무조건적인 순종과 무조건적인 반항 모두 부모에게 의지한 상태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제대로 부모를 실망시킨다는 것은 무엇일까. 우선 부모를 통해 무비판적으로 수행해온 것 중 자신과 맞지않거나 옳지 않은 것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거부하는 것을 뜻한다. 반대로 부모 역시 위의 발췌문처럼 완벽한 부모라는 프레임에서 잘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누군가를 실망시킨다는 것은 착각에서 자유로워 지는 것을 의미한다고도 한다. 상대가 내가 그려놓은 환상 혹은 선을 넘어서려 할 때 우리는 실망했다고 표현한다. 생각해보면 그것은 상대가 내게 원했던 바가 아닐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착각이 아니라 상대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다. 부모와 자녀라는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기댈 수 있을 것 같은 부모로부터 독립할 줄 알아야하고 반대로 무엇이든 다 해줄 수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가 무엇보다 신생아 때나 유아기에 부모와 맺게 되는 긴밀한 관계 안에서 우리도 마찬가지로 어둡고 상처 입고, 많은 경우 병든 부모의 영혼을 느끼게 되고 그것에 의해 영향받는다. 우리가 이런 어두운 면들과 대결하지 않을 때 우리는 그 상처와 트라우마를 우리의 아이에게 계속해서 전해주게 되며, 우리의 아이들 역시 그들의 아이들에게 전해주게 될 것이다.114쪽


엄마가 아이를 안고 울거나 누군가를 비난하고 원망하는 말을 지속할 때 아이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서 그런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 자신을 품고 부정적인 생각을 했던 엄마를 비난하면 결국 악순환만 반복되어 자신도 자녀에게 원망했던 엄마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게 된다. 학대받은 아동이 자라서 학대하는 부모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무조건적인 반항이 무서운 까닭도 이런 이유에서다. 올바른 방식으로 부모와 선을 긋고 '나는 나'라는 주체적인 삶으로 선을 넘는다는 것이 물론 쉽지 않다. 반대로 지나치게 온화하고 수용적인 부모에게 자란 아이들은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부모그늘아래 머물고 싶어한다. 마음속에서는 벗어나고 싶어하면서도 정작 실제적인 지원을 포기할 용기, 무엇보다 자신을 사랑해준 부모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착한 아이프레임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선 자신이 부모로부터 무엇을 실망시켜야 할 지 아는 것, 이 책은 바로 그점을 자각시키는 역할을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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