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는 인문학 공부 - 인문학의 첫걸음 <천자문>을 읽는다
윤선영 편역 / 홍익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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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지금 마흔 무렵을 살아가는 이 시대의 어른이라면 삶의 깊이와 넓이를 더하기 위해 다시 인문학을 공부해야 합니다. 인문학을 통해 삶을 통찰하는 지혜를 접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진짜 어른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문학의 첫걸음이라 할 <천자문>을 권하는 것입니다. -10쪽-


인문학을 공부한다라는 것은 무엇일까. 인문학의 정의나 의미를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문학이 실제 삶의 적용되기 위한 공부가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자주 들었다. 유명고전을 읽고 관련 강의를 들어도 잠시뿐 지속되지 못했다. 그러다 만난 <다시 시작하는 인문학 공부>. 이 책은 천자문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배우고 또 삶에 적용하여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 그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천자문외에도 언급된 성어를 잘 전달하기 위해 그 배경이 되는 역사와 관련된 문서등으로 이해를 높여주어 읽으면서 마치 내가 천자문을 통째 외우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체화되어간다는 기분이 들었다. 가장 기본적인 하늘 천 땅 지. 하늘과땅은 자연을 대표하는 것과 동시에 우리가 흔히말하는 생명의 시작인 잉태와 양육을 기본으로 한다. 하늘을 두려워하는 것, 두발을 딛고 서있는 땅의 힘을 믿는 것. 그렇게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나고 그 힘으로 자라난다. 육으로 맺어진 부모는 자연과 새 생명을 연결지어 주는데 그렇기에 내 몸을 함부로 훼손하면은 안된다. 이 이야기는 [사자소행]효행편에서 언급된 내용으로 진정한 효가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저자는 풀이해준다. 여기에 좀더 나아가 인간이 지켜야할 덕목 중 자주하게 되는 '실수'와 관련된 내용도 있다. 천자문 뿐 아니라 [논어]의 학이편, [위령공]에서도 유사한 내용이 등장하는데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자신에게 잘못이 있다면 거리낌 없이 고쳐야 하며, 잘못된 줄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짜 잘못이라는 뜻입니다. 이는 자신의 잘못을 돌이켜볼 줄 아는 정직의 미덕을 강조한 구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65쪽


성서에도 이와 관련된 내용이 나온다. 과거에는 질병이 인간의 죄로 인한 벌로 여겨졌는데 그를 치료하면서 예수가 말하길 '다시는 죄 짓지말라'라고 말하거나 재단에 재물을 바치기 전에 다툼이 있는 형제와 먼저 화해하라고도 말한다. 잘못을 알면서 그냥 놔두는 것이 진짜 잘못이라는 것은 불교 용어를 빗대어 말하는 천자문에서도 등장하는 것처럼 동서양의 어떤 종교나 철학에서도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진짜 어른이라면 실수를 전혀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것으로 스스로 고쳐가려고 노력하는 것일테다. 인간의 덕목을 지나고 나면 배움을 포함한 다양한 사회활동 및 관계와 관련된 내용도 당연히 등장한다. 앞서 언급한 내용을 다룬곳까지도 천자문을 기억하는 이는 드물것이다. 천자문을 외웠다고 한 이들조차도 이부분을 만나면 그저 읽고 쓸 줄만 알지 풀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外受傅訓入奉母儀(외수부훈입봉모의)'. 밖에서는 스승님의 가르침을 받들고, 들어가서는 어머니의 법규를 받든다.102쪽. 스승과 부모에 대한 도리를 설명하는 부분으로 요즘의 사람들을 보면 안팎으로 '휴대폰을 받드는'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휴대폰의 좋은 점도 물론 있지만 스승이라는 단어를 마주할 때 떠오르는 사람이 없거나 부모가 그저 돈을 주는 사람, 나의 의식주를 해결해주는 사람정도로만 생각된다면 부모뿐 아니라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欣奏累遣慼謝歡招 흔주루견척사환초

좋은 일로 나아가고 나쁜 일은 떠나보내면 슬픔이 떠나가고 기쁨이 찾아올 것이다. 187쪽


인간의 도리, 지켜야 할 규범과 관련된 이야기만 늘어놓다보니 다소 이 책이 무겁고 지루하게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천자문 자체가 그렇게 답답한 책은 아니었다. 위의 흔주루견 척사환초는 도치된 문장으로 운율을 맞추기 위한 것으로 두 구의 의미가 중복된 것이라고 풀이해준다. 이와 유사한 사자성어가 익숙한 만큼 지나치게 한가지 생각이나 감정에 묶여있지 않지 않도록 하는 것이 행복한 삶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장 몇 가지를 발췌했지만 한 자 한 자에 담긴 의미와 실제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지에 대한 풀이를 보다보면 마치 과거로 돌아가 한복을 곱게 있고 천자문을 공부하고 있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 기분을 많은 이들이 느껴가며 천자문이 과거의 학문이 아닌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도움이 될 만한 어른으로 가는 지침서로 받아들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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