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나에게 - 불교철학자가 40년 동안 찾은 고독의 조각들
스티븐 배철러 지음, 이영래 옮김 / 유노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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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고 옹호하는 고독은, 내 감정과 사고를 내게로 되돌려 놓는 일, 나의 발자국이 아니라 욕구와 불안을 제한하고 억제하는 일, 외적인 것들을 걱정하지 않는 일, 소중한 삶을 위해 봉사와 의무에서 벗어나는 일, 그러니까 인간애에서가 아니라 인간사에서 멀어지는 일이다. 42쪽


고독을 즐기기 보다는 고독을 잘 견뎌내보려고 애썼던 때가 있었다. 외로움, 고독 이란 단어가 들어간 에세이나 인문서적을 찾아 읽으며 어떻게든 그 시간을 미래를 위한 시간으로 만들어보려고 노력했지만 결론만 말하자면 실패했다. 위의 발췌문에 나오는 '인간애에서가 아니나 인간사에서 멀어지는'일과 정확하게 반대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패자의 경험으로 말하자면, 책 <고독한 나에게>는 고독을 긍정적으로 여기되, 어떻게 즐겨야 하는 지 모르는 이들에게는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저자는 오랜기간 불교에 몸담았었지만 그의 말처럼 이 책은 불교의 경전을 풀이해주거나 특정 종교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라고 조언하지도 않는다. 앞서 언급한 고독을 삶속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을 전달할 뿐이다. 다만 조심해야 할 부분은 명상과 수련에 있어 약물을 이용하는데 마약은 누구에게 쓰이느냐에 따라 반드시 필요한 약물이 되기도 하지만 이를 악용 및 상습적인 중독을 방지하기 위해 제재를 가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부분에 있어서는 문화와 해당하는 규범에 따라 주의해야 한다고 미리 언급한다. 고독을 흔히 완벽하게 혼자 있을 순간만을 의미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많은 이들 속에서도, 도심한가운데에서도 고독한 자신을 만날 수 있다. 그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자신을 다스리는 방법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자신을 다스리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경전을 암송하는 것일 수도 있고, 멀고먼 길을 걸어가는 방식일 수도 있고 단기간 외부와 단절한 상태로 자연속에서 침잠하는 방법일 될 수도 있다. 무한히 자유로운 것이 고독처럼 보여지기도 하고 금욕과 같은 삶이 고독을 대하는 유일한 방법처럼 느껴지는 까닭도 그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종교적인 피정방식이나 묵상의 방법등이 등장할 수 밖에 없다. 깨달음이 한 번에 찾아오는 것도 아니오, 그 깨달음의 결과가 지속되는 것도 아니다. 어느순간에는 절대자를 향해 무릎을 꿇기도 하지만 때로는 절대자와 대화하듯 주거니 받거니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기도 한다. 그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세상의 여러지역을 다니면서 결국은 오롯이 자신안에서 고독을 다스렸던 기록이 책에 담겨 있었다. 그때 그때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아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스스로를 다스리고 평안의 상태에 머무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몽테뉴의 삶과 저서, <시의 장>이 주된 뼈대가 되었지만 이외에도 한 번은 만났을 명작들과 예술가들의 만남을 통해 그 나름의 방식으로 콜라주한 결과가 이 책인 것처럼 독자는 또 하나의 재료를 담아 또 나름의 방법으로 콜라주를 만들면 될 것이다. 


걸을 때는 "내가 걷고 있다'는 걸 안다. 서 있을 때는 "내가 서 있다"는 걸 안다. 앉아 있을 때는 "내가 앉아 있다"는 걸 안다. 누워 있을 때는 "내가 누워 있다"는 걸 안다. 내 몸이 어떤지 안다. 61쪽


그는 충고한다. "다른 일에 몰두해 바삐 움직이고 있는 당신과 의지를 되찾아라. 당신은 스스로를 소모시키고 있다. 자신에게 집중하고, 자신을 단단히 붙잡아라. 당신은 배신과 낭비와 도적질의 표적이 되고 있다." 95쪽


당신은 매번 새로운 상황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두려움과 반사적 감정을 내려놓고, 열반에 자리 잡게 한 후, 번영하는 삶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해 길을 나선 사람은 독립적이 된다. 1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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