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와 장자는 이렇게 말했다 - 2020 세종도서 교양부문
양승권 지음 / 페이퍼로드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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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권 교수의 <니체와 장자는 이렇게 말했다>를 보는 순간 멈칫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니체만 봐도 어렵고, 장자만 봐도 어려운 데 이 두 사람의 철학을 교과서도 아닌 일반 철학서에서 만나게 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심지어 두 사람을 비교할 수 있다는 것 개인적으로는 놀랍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사실 니체의 서적은 이 <도덕계보학>과 <우상의 황혼>이 전부며 그나마도 리뷰를 남긴것은 <도덕계보학>이 전부인데 그마저도 몇 년이 지난 지금은 리뷰를 적어놓지 않았다면 읽었다는 사실조차 잊을만큼 여전히 어렵기만하다. 그러니 저자인 양승권 교수님 덕분에 이 두 사람의 철학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으니 반가움 그자체랄까.


니체 철학과 장자 철학이 가장 깊이 공유하고 있는 사유는 바로 니힐리즘이다. 니힐리즘이라는 말은 라틴어로 '무'라는 뜻의 '니힐'로 부터 나왔다. 니체의 '니힐'과 장자의 '무'는 서로 통한다. 256쪽


본문을 막상 읽어보면 니힐리즘이라든가 하는 용어보다는 누구나 알기 쉽게 쓰여있다. 예를 들자면 두 철학자 모두 중도를 중요시 했는데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기 보다는 두루두루 아우를 수 있는 것이 강하다고 말한다. 그런가하면 누군가 나를 비난할지라도 당장 화를 내거나 분노하기 보다는 '명상'하며 잠시 멈춰서는 것, 혹은 침묵하는 것을 권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니체가 말하는 초인도 인간이 결코 오르지 못할 절대적인 신이라는 개념보다는 중도를 지킬 줄 아는 존재로 인간은 누구나 그런 존재가 될 수 있음을 말한다. 이렇게 말하면 마치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고 하거나 기독교에서 인간이 신의 모상이라고 하는 부분과도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점에서 이 책을 읽다보면 이 책의 부제'철학은 어떻게 나다운 삶을 살아가게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것은 남성에게 여성의 모습이 있어야 하며, 여성에게도 남성의 모습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합일된 모습이 전부일 것 같아 보이는 이 두철학자가 서로 상반되게 주장하는 것은 '지식의 필요'에 대한 부분이었다. 니체는 제대로된 지식이라면 그것이 권력을 가져도 된다고 본 반면 장자는 그것이 어떤 것이든 권력이 되고 폭력성을 가지게 되므로 지식자체를 불필요한 대상으로 보았다. 그저 이 책만 읽게되면 니체의 주장이 옳은 것처럼 보일테지만 이어지는 저자의 말을 보면 장자의 주장에 공감이 될 수도 있다.


누군가 풍부한 철학적 안목과 창조적인 통찰력을 발휘하여 뛰어난 이념을 만들어도 이 이념들을 안목과 통찰력이 부족한 어떤 누군가가 정적 목적을 달성하는 데 사용해버리곤 한다. -중략-

힘을 강조하는 니체의 이념은 나치에 의해 잘못 이용되었고, 마르크스의 이론은 스탈린에 의해 왜곡되었으며, 유교는 일본 메이지 시기에 천황 이데올로기 구축을 위해 활용됐다. 156쪽


결국 이 리뷰에서 집중적으로 강조했던 중도의 개념과 전체를 바라보며 아우를 수 있어야 하는 것이 가장 강하고 중요한 것임을 위의 내용만 보더라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니체와 장자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지만 이 책에서는 이 두 철학자외에도 우리가 교과서를 통해 한 번은 들어봤을 다양한 철학자들이 이 두 사람의 이론과 비교 혹은 유사한 개념으로 수차례 등장한다. 좋고 나쁜 철학 혹은 철학자가 있다기 보다는 누군가의 철학을 극단적이거나 이기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나'를 잃지 않는 것, 그것이 이 책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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