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하여 어느 날 - 기댈 곳 없는 사람과 갈 곳 없는 고양이가 만나 시작된 작은 기적
11월 지음 / 아라크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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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어느 날 - 기댈 곳 없는 사람과 갈 곳 없는 고양이가 만나 시작된 작은 기적.


한 사람을 사랑할 때 나는 내 맘 같지 않은 상대로 인해 자주 절망했다. 감자를 사랑하게 된 지금 나는 사랑해서, 너무 다 사랑해서 그저 미안하고 슬픈 순간만 늘어 간다. 65쪽

10년 전 먼저 하늘로 간 뭉치를 그리워하며 이따금 사진을 꺼내보면서도 애완견이나 애완묘를 자식처럼 여기는 사람들을 보며 다소 유난스럽다고 생각했다. 유모차에 아이가 아닌 늙은 개가 실려있거나 주인과 함께 하나의 음식을 같이 나눠먹는 장면을 볼 때면 저 사람들이 '내 가족'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까지 생각했을 정도다. 그랬던 내가 아이를 낳고보니 진정으로 '사랑스러운 존재'를 만나게 되면 그 상대가 개든, 사람이든, 고양이든 혹은 피규어든 상관없다라는 것을 깨달았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가족같은 것이 아니라 그냥 가족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책<그리하여 어느 날>은 나의 이런 마음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다만 내가 보살펴주고 감동도 하고 미안함에 눈물흘리는 대상이 아이가 아닌 고양이일 뿐이었다. 그러니 중고나라에 그 가격을 떠나 가족을 판매하겠다는 글을 보았을 때의 충격에 공감이 가지 않을 수가 없지 않겠는가. 


사랑받았든 사랑받지 못했든 하나의 작은 생이 끝난 모든 동물에게는 꼭 동등하고 즐겁고 편안한 저들만의 새로운 세상이 기다리고 있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란다. 178쪽

드라마<도깨비>에서 잠시 나왔던 먼저간 유기견과의 재회장면에 가슴이 뭉클해진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서두에 밝힌 것처럼 나 또한 소중한 아이를 먼저 보냈었기에 그들이 먼저가서 저들만의 편안하고 즐거운 세상에 가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어찌 모를 수 있을까. 이와 유사한 책들을 보면 하나같이 사람이 그들로 부터 위로를 받고 살아갈 힘이 나는 것과 달리 더 자주 접하게 되는 뉴스에서는 안타까운 내용들이 많아 가슴을 아프게 한다. 아동학대와 동등한 크기로 다가오는데 동물이라는 이유로 처벌이 가벼운 것도 납득이 안되지만 더 답답한 것은 아이를 낳기 전까지 나도 차별을 두던 사람 중 하나였다는 사실이었다. 나처럼 아이를 낳고서야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다면 언제서야 상처받은 아이들을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 세상이 올 수 있을까.



감자가 "음마"하며 잠꼬대를 한다.

콩닥콩닥 가슴이 뛴다.


물론 그 음마가 엄마가 아니라는 건 안다.

감자가 어떨 때 "엄마" 하는지

어떤 표정, 어떤 눈으로 날 보는지 나는 아니까. 245쪽

책을 읽는 동안 저자가 아이들의 이름을 부를 때, 그 아이들의 걱정하고 기뻐하던 자리에 내 아이의 이름을 넣으면 완벽하게 공감이 되었다. 흔히들 사랑이라는 감정은 전세계 공통된 부분이 있다고들 말한다. 그 대상에 대해서도 차별없이 생각하며 배려하고 공감해주는 세상이 이런 책들을 통해 더 빨리 찾아와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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