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대예찬 - 타자 윤리의 서사 예찬 시리즈
왕은철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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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대예찬 /왕은철 지음/ 현대문학 #추천신간 #애도예찬 #트라우마와문학 #환대예찬


왕은철 교수의 <환대예찬>의 띠지에는 다음와 문구가 쓰여있다. 


타자에 대한 환대는 결국 자신을 향한 환대다




지난 해 읽었던 돌봄과 자비 등과 관련된 책을 읽다보니 그 모든 것의 귀결은 결국 '나, 자신'을 위해서인 것처럼 환대 역시 결국은 나를 위한 것이라는 문구가 책을 펼쳐 본문을 읽기도 전에 머릿속을 깨웠다. 우선 책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기 전에 전체적인 필자의 문체와 분위기를 이야기하자면 영문학 학자이자 교수자이다보니 언어와 관련된 의견이 이전에 철학자나 심리학자들에 의해 쓰인 산문집과 비교했을 때 다른 시각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누군가의 주장 혹은 시선을 보면서 옳고 그름이라는 단적인 판단을 멀리하다보니 저자가 언급하는 번역문과 원문과의 차이를 설명하는 부분을 새로 알게 된 앎의 영역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종교적인 측면에서 환대는 성서에서 또 불교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 알 수 있는데 성서(성경)를 혼자 묵상하거나 누군가에게 교수를 받았던 사람들 모두 마땅찮게 받아들이게 되는 부분들이 꽤 많다. 신앙을 떠나서 그 시대의 분위기나 사회체제를 고려한다고는 해도 현대인이자 여성으로서 못마땅했던 부분들에 대해 저자도 이야기한다. 하지만 성서에서의 '환대'가 그만큼 의무에 가까울 만큼 중요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런가하면 불교에서 환대는 무조건적인 나눔이자 배려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보다 더 와닿았던 부분은 다음 발췌글과 사진에 등장하는 부분이었다.


  

 


인간이 가진 놀라운 능력 중 하나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자기 것처럼 느낄 줄 아는 능력, 즉 공감 능력이다. 69쪽


성서에서 무조건적인 환대가 반드시 환영받는 환대가 아닌 것처럼 공감하는 것도 완벽하게 타인의 아픔을 공감할 수는 없다는 점을 깊게 사고해봐야 한다. 예전에 몇 번 리뷰에 적었던 것처럼 모든 것을 포용하는 것보다 오히려 자신과 똑같은 아픔을 겪은 사람의 한 마디에 위로를 받을 수 밖에 없다. 나와 똑같은 경험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 경중을 논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 만큼 그런 아픔을 겪지 않은 이의 이해와 포용 혹은 공감은 결국 시간이 흐르거나 상황이 달라졌을 때 의심과 회의감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나환자에 대한 사회적 시선과 환우들의 상황을 바로 공감이라는 주제로 엮어낸 것은 기독교 뿐 아니라 한국사회에서도 쉽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그런가하면 영화로도 잘 알려진 존 보인 작가의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속 환대는 어떠한가. 이 장의 첫 줄은 다음과 같다.


환대는 교육과 학습을 통해 습득될 수 있는 것일까. 385쪽


우선 서두에 언급했던 자비와 공감 및 돌봄과 관련한 책들에서는 후천적 교육과 학습으로 인해 그런 능력 혹은 마음가짐이 습득될 수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왕교수는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안타깝게도 그는 환대는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데 그것이 이성적 판단이 아닌 감성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소설 속 어린아이가 부모의 가르침과는 달리 줄무늬를 입은 철조망 안에 갇혀 있는 아이와 교감을 나누고 '환대'에 가까운 사건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 역시 이성이 아닌 철조망이 없는 순수한 아이의 마음 때문인 것이다. 


다양한 매체 속에 등장하는 환대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타자를 대하고 또 그런 결과들이 어떻게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예시로 든 작품이나 성서를 미처 알거나 읽지 않았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쓴 산문이기에 이웃과 함께 하는 삶, 혹은 나 자신을 위해 더불어 사는 삶을 희망하는 이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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