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기억이 그곳에 있었다 - 추억이 오늘의 나를 지켜줍니다
김용일 지음 / 메이트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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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기억이 그곳에 있었다>의 부제는 '추억이 오늘의 나를 지켜줍니다'로 지나치면 꼰대소리를 듣는 줄 알면서도 추억에 파묻혀 사는 요즘 표지만 보고서도 읽고 싶었던 책이었다. 기대처럼 책에 등장하는 집, 그리고 얽힌 이야기를 읽고 있으려니 텍스트가 많지 않은데도 마음이 푸근해지고, 저며오기도 하고 아련해지는 마법의 시간이 펼쳐졌다. 그림이 담긴 책일수록 오히려 궁금하면 찾아 읽겠지란 생각으로 리뷰에 본문에 실린 그림을 올리지 않는편인데 이 책은 도저히 그럴수가 없었다. 더도말고 두 페이지만 올려두어도 이 책이 가지는 추억의 힘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리뷰를 적으면서도 마치 모 광고주의 말처럼 '진짜 좋은데'라는 생각이 컸다. 함께 공부하는 과동기 분 중 한분이 누군가의 집을 연작으로 발표하곤 했는데 그 당시에는 그림자체만 보면서 멋진 그림실력을 감탄만 했었다. 만약 그때 그 동기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았더라면, 왜 그집이 맘에 담아 화폭으로까지 옮기게 되었느냐고 물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했다.




한 여름날의 뜨겁던 열기가 가라앉고

회색빛 모깃불 연기가 피어오르는 저녁이 되면

동봉이네 마당 가운데 있는 평상에 놀러가곤 했다.


동봉이 엄마가 맛있게 차려주신 저녁밥과

우물물에 띄어 놓았떤 수박까지 먹고 나면 스르르 눈이 감긴다.


평상에 누워 졸린 눈으로 올려다 본 밤하늘엔 은하수가 쏟아진다.


<동봉이네 집> 54쪽


도시에서 나고자랐기에 책에 등장하는 내용들은 오래 전 리모델링 전의 큰어머니댁을 떠올리게 했다. 위의 발췌내용은 어린 시절 여름방학 때 놀러가면 늘 하던 것들이기에 그림이 없더라도 눈에 훤하게 그려지는 풍경이었다. 그때는 잘 몰랐던 그야말로 행복했던 추억인데 이보다 더 저자가 부러워지던 편은 <재영이네 집, 100쪽>에 등장하는 '혹시나 너도 내가 궁금해지면 꼭 연락해주길 바라본다.'라는 문장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작가가 되면 혹 내가 그리워하는 누군가가 역시나 나를 그리워해 연락해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말이다. 물론 내가 모르는 다른 이유로 나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도 연락해올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저자가 되면 꼭 위의 문구를 나도 적어보고 싶다. 더불어 지금은 시골에서도 강아지보다 고양이를 더 쉽게 볼 수 있어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고양이가 흔치 않았던 과거에는 시골동네라면 집집마다 개가 있었던 때가 그리운데 화를 도꾸어서 도꾸일지라도 추억할 수 있는 개가 있다는 점에서 공감이 되었다. 세월이 아무리 변하고 이후로도 많은 개가 우리집을 지나갔어도 내게 넘버원은 우리 '뭉치'다. 벤지, 흑구 지금 함께하고 있는 아지도 물론 귀하고 귀엽지만 우리 뭉치만큼은 꼭 다시 만나고 싶다. 이런 추억들이 이 책의 부제처럼 오늘의 나를 지켜주고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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