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뉴욕
이디스 워튼 지음, 정유선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올드뉴욕 #이디스워튼 #레인보우퍼블릭북스


이디스 워튼. <순수의 시대>로 알려진 작가로 영화로 봐서그런지 그녀의 문체가 어떤지는 사실 알지 못했다. 하지만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는 점이 이끌려 네 편의 단편 헛된 기대, 노처녀, 불꽃 그리고 새해 첫날 이 실린 책<올드 뉴욕>을 읽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새해 첫 날은 아닌 둘 째 날 읽기 시작한 까닭에 순서대로 읽었는데 기억에 남는 건 어째서인지 마지막 작품 새해 첫 날이다. 작가가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서 그런지 상류층이 주요 인물의 배경인데 마치 위의 언급했던 영화처럼 영상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등장 인물들 중 콕 찝어 그녀의 삶을 살아봤으면 싶은 인물이 없어서 안타깝긴 해도 보여지는 묘사로만은 꽤나 멋지게 느껴졌다.


"그는 대단한 독서가였고 학구파였어. 내게도 책을 읽히려고 무던히 노력했지. 나와 모든 것을 나누고 싶어 했어. 나도 시는 조금 좋아했지만, 그가 소리 내어 읽어주는 걸 더 좋아했어. 그리고 그가 죽은 뒤 생각했지. '그의 책만 내 곁에 남았네. 난 다시 그 책을 읽으며 그 속에서 그를 찾을 거야.' 319쪽



 새해 첫 날의 내용중에 남편이 책을 읽어주던 기억이 좋았다고 내용이 등장하는데 그런 부분은 임신 중 두 손을 책 읽는게 쉽지 않아 남편이 책을 읽어주던 때를 떠올리게 했다. 작품의 분위기와는 조금 다르긴 하지만 어찌되었든 누구가가 읽어주는 책 '듣기'의 기억으로 남편을 떠올리는 아내의 모습, 설사 그녀가 부정한 짓을 했더하더라도 낭만적으로 살짝 보여지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노처녀 편은 '세상에 이런일이'와 같은 TV프로에 나올법한 내용인데 실제 지난 연말 재방송으로 나왔던 내용과 유사해서 과거나 지금이나, 상류층이나 서민층이나 사람사는 건, 혹은 남녀간의 일들은 크게 다르지 않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두 편의 작품을 통해서 느낀 것은 그것이 착각이든 아니든 스스로 사랑이라고 느끼게 된 후에는 사람들의 시선이 무서우면서도 동시에 대범에 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타인들의 시선을 충분히 가리고 진실을 영원히 묻을 수 있다고 믿는 것 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샬롯이 그 아이를 입양한 모양이라고 어렴풋이 짐작했다. 아이는 어린 랄스턴 사촌들과 똑같은 사랑을 받으며 자랐고 엄마 역할을 하는 두 명의 여인과 함께 살았던 셈이었다. 모방 본능에 이끌린 아이는 항상 델리아 랄스턴을 "엄마"라고 불렀고, 샬롯 로벨을 "샬롯 이모"라고 불렀지만, 굳이 아무도 고치려 하지 않았다. 128쪽


사실 최초의 여성 퓰리처상 수상작가라는 타이틀과, 그녀의 작품을 영화로만 접했었기 때문에 문체가 지나치게 건조하거나 어려우면 어쩌나 싶은 우려가 있었던게 사실이다. 그래서 읽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를 넘기고 또 하루가 지나서야 읽었는데 막상 읽다보니 페이지가 휘리릭 넘겨질만큼 재미있었다. 새해에 책, 그것도 문학으로 독서계획을 시작한 사람들중에서 읽기는 편하지만 지나치게 가볍지만은 않은 책을 찾는다면 추천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