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트 콜렉터
캠론 라이트 지음, 이정민 옮김 / 카멜레온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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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트콜렉터 #캠론라이트 #카멜레온북스

책의 시작은 쓰레기더미가 정원이자 이웃인 기 림과 상 리 부부의 아침 풍경이다. 쓰레기에서 나오는 가스로 인해 불이 붙는 것은 늘 있는 일이고 비가 오는 날에는 갈색물이 집주변을 채워 강을 만든다. 열악하다라는 표현마저도 실례가 될 것 같은 상황. 그곳에 아기까지 낳아 기르는 모습을 보고 시작부터 어이없어 하는 독자들도 분명 있으리라 생각된다. 아이가 태어난지 얼마안되서일까. 잦은 설사로 일어나자 마자 웃는 아기의 모습을 보는 대신 바닥에 흐른 설사를 닦아내는 것, 심지어 문밖에는 그보다 더 한 쓰레기가 있기에 설사를 닦는 것즘 그 부부에게 전혀 불편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에 초반부터 마음이 짠해졌다. 그런 와중에 집세를 걷어가는 렌트 콜렉터 이자 암소인 소피프는 저녁때까지 남은 집세를 내지 않으면 대기중인 사람들에게 집을 넘길거라고 협박까지 하는 상황이다보니 시작부터 깊게 몰입하게 된다. 그런와중에 소피프가 책을 읽을 수 있음을 알게 된 상리는 마치 꿈속의 할아버지의 말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녀에게 글을 읽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말한다. 글을 읽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상 리는 소피프에게 아기의 병을 낫게 해줄 수도 있는지를 묻고 소피프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소피프는 책을 내려놓고 말했다. "난 쓰레기 더미에 사는 힘없는 노인네일 뿐이야. 이것이 자네에게 올바른 방향인지 아닌지는 내가 장담할 수 없어. 그건 앞으로 자네만이 답할 수 잇는 문제야. 다만 한 가지 충고해주고 싶은 건 있어" 164쪽


글자중독이라 부를만큼 심각하게 읽는 것에 집착했던 경험이 있던 내게 책을 읽는 다는 것, 문학을 마주한다는 것의 영향력을 누군가 물어본다면 무조건 읽어보라고 말하기는 주저하게 된다. 마치 소피프가 상 리에게 말하는 것처럼 삶을 윤택하게? 혹은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고 말하는 사람이 정작 쓰레기더미에서 집세나 걷고 산다고 말할까 겁도 나고, 스스로는 자기만족에 가깝게 산다고 하면 주위 시선은 신경쓰지 않는 비사회적인 인간이 문학하는 사람인 것처러 보여질까봐 마찬가지로 두렵다. 무엇보다 문학을 한다고 해서, 혹은 수십 권의 고전을 독파했다고 해서 인격적으로 완벽은 커녕 이타적인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나 소피프의 답처럼 '책이 독자에게 질문을 건넨다'라는 부분이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에 대해서는 말해주고 싶다. 질문을 던진다는 것, 내가 깨닫지 못한 부분을 답을 찾는 과정에서 알게 되고, 그 과정속에서 삶의 이유를, 자신의 본모습을 마주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소개문을 처음 접했을 때 <고슴도치의 우아함>이란 책이 떠올랐다. 나이든 여자수위지만 방안 가득 책을 쌓아놓을만큼의 독서가이지만 누군가 자신의 본모습을 알게 될까 걱정하는 모습이 소피프를 연상테했기 때문이다. 소피프에게서 글자를 배운 상 리의 삶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동안 많은 단어와 문장을 배웠음에도 이런 감정을 어떻게 멋지게 표현해야 할지 막막했다. 더럽고 오염된 곳인 줄 알았는데, 깨어보니 주변이 온통 하얗고 깨끗한 담요로 뒤덮여 있는 걸 발견한 기분이랄까. 불결하고 불확실하고 두려웠던 모든 감정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순수하고 강렬한 사랑에 에워싸인 안도감이랄까. 450쪽


배경이 캄보디아이다 보니 전에 읽었던 <캄보디아의 딸>을 떠올리기도 했는데 소피프의 슬픈 과거와 맞물리자 지식인의 삶이라는 것이 정권에 따라 얼마나 극단적으로 변모될 수 있는지, 글을 안다는 것 즉 사고하고 사유한다는 것, 이를 알리는 장치이기도 한 문학의 역할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무엇보다 작가의 아들이 제작한 다큐를 통해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도 앞에 언급한 소설과 유사한 점이 많았다. 마지막으로 '좋은 날'이란 결코 지금의 나의 작은 두 눈으로는 볼 수 없다는 것에 겸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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