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스 서점 - 틸리와 책여행자들 페이지스 서점 1
애나 제임스 지음, 조현진 옮김 / 위니더북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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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 시리즈 이후로 그림자매, 와일드우드 시리즈 이후 오랜만에 판타지 문학이자 청소년을 대상으로 쓰여진 책을 읽게되었다. <페이지스 서점>의 부제는 틸리와 책여행자들로 유럽여행중에 만나게 되는 대형문고가 아닌 아늑한 소파가 자리한 서점과 책속 주인공이 현실세계로 들어오는 상상만해도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서점을 운영하는 외조부모와 함께 사는 틸리는 자연스럽게 책에 관심이 많은 소녀인데다 자신을 낳자마자 어디론가 갑자기 사라진 엄마를 둔 배경부터가 심상치 않다. 엄마의 행방을 물어도 산후우울증으로 도망쳤을거란 추측만 있을 뿐 어느누구도 그녀가 왜 사라졌는지 알 수 없어 무작정 그립거나 원망스럽다기보다는 그저 궁금할 뿐이다. 단짝이었던 친구도 학년이 바뀌면서 멀어지게 되고 엄마의 친구이자 오스카의 엄마인 메리아주머니에게서 엄마의 사진을 건네받고, 엄마가 좋아했던 책들을 발견하게 된 날부터 틸리에게는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쓰여진 소설인만큼 사용된 단어나 묘사가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어렵지 않은데다 활자크기가 커서그런지 읽기가 수월했다. 물론 이런 편집상의 특징을 떠나서 내용자체가 뻔하지 않고 재밌었다. 틸리에게 벌어지는 일들이 오직 틸리에게만 일어나는 다소 답답한 류의 이야기도 아닌데다 작위적인 부분이 거의 없고 책의 내용처럼 다소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고 해서 크게 잘못되거나 나쁜 것은 아니기에 저자가 펼쳐보이는 판타지가 불편함없이 그저 내가 만나고 싶은 책속 인물은 누구인지, 나는 얼마만큼 모험을 원하는지, 원한다면 그 모험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사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쓰여졌기에 아이들에게는 어른들에비해 이 세상이 훨씬 더 신나고 상상의 여지가 남아있기에 판타지 소설의 역할이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그 중심에 책이라는 친근하면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매개체가 존재하니 더욱 그렇다. 다만 서두에 언급했던 소설과 이 소설의 공통점, 부모님이 안계신다는 설정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긴 했다. 도대체 부모님이 두 분 모두 생전에 계신 상태에서는 아이들에게 마법이 일어나기가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 왜 유명한 판타지 소설은 이렇게나 부모의 부제를 놓지 못하는 것인지 한편으로는 궁금해졌다. 어린시절 나와 또래인 여자아이들 중에 빨간머리앤 혹은 소공녀와 같은 처지에 놓였다면이란 가정을 해본적 없는 소녀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때에는 부모만큼 절대적인 지지자이자 보호자가 없기 때문에 어쩌면 가장 크고 중요한 존재의 부재를 상상과 모험을 통한 희망과 긍정으로 채워주려는 작가들의 배려에서 출발한 것은 아닐까 싶다. 이제 틸리만한 아이가 있을 법한 나이인데도 이런 생각과 고민에 빠지게 만드는 것만 보더라도 <페이지스 서점>은 아이도 어른도 빠져들게 만드는 재미난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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