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에 남기고 싶은 시간
김한요 지음 / 두란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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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에 남기고 싶은 시간 / 김한요 지음 / 두란노


누구에게나 하루 24시간이 공평하게 주어집니다. 그 시간에 수 많은 일들이 지니갑니다. 그중에 내 생각과 감정을 만져 주는 교훈들이 있습니다. 그 순간을 기록하지 않으면 그냥 잊어버리게 됩니다. 그러나 기록을 하면 별것 아닌 일들이 주님을 만나는 값진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김한요 목사의 <일기에 남기고 싶은 시간>을 읽고자 했던 이유는 다름아닌 책소개에 실린 프롤로그의 저 문단 때문이었다. 기록하지 않으면 잊어버리게 된다는 말, 다시 말해 기억하기 위해 기록한다는 말은 평소에 내가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이유 중 하나며, 기도 혹은 묵상 후 기록하지 않았을 때 자책하는 이유였기 때문이다. 실로 기도나 묵상 혹은 책이나 영화등을 감상한 후 단순히 감동을 뛰어넘어 삶의 교훈이나 누군가의 '계시'라고 까지 여겨지는 순간을 기록해두지 않으면 금새 잊히고 만다. 예전에 읽었던 책 중 제목이 잘 기억나지 않는데 자신이 사랑받았던 기억을 기록에 남기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야 홀로 남겨진 것 같을 때, 너무나 외로울 때 그때의 그 좋은 기억덕분에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였다. 그렇기에 위의 저 발췌문은 이 책을, 그리고 그동안 내가 받았던 은혜와 감사한 일들을 기록해야 할 이유와 의지를 되살려주는 책이라고 느꼈고 실제 책을 읽어보니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최근에 전쟁, 내전에 관한 책들을 많이 접했다. 그것이 픽션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살아숨쉬는 것 자체, 아침에 눈을 뜨고 밥을 먹는 과정이 오롯이 내 자유의지에 의해 정해진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게 만들어준 책들이었다. 안타깝게도 독자인 내게는 그런 감사함이 들지만 정작 그 고통과 괴로운 현장에서 버텨내야 했던 인물들은 '희망'도 '신'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한다. 고통이 과연 신이 주는 선물인가에 대해서는 함부로 말할 수 없다. <일기에 남기고 싶은 시간>속 저자는 고통을 나에게만 한정짓지 말고 그런 순간 덕분에 이웃을 돌아보는 기회로 바라볼 때 비로소 고통을 감사하게 여길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의 말뜻을 결코 오해해서는 안되는데 앞서 나의 독후감상처럼 저자들이 책을 통해 남겨준 '고통'이 지금의 나의 자유의지에 의한 하루하루가 감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는 의미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기까지는 결코 쉽지 않다. 어느 누구도 그토록 참혹한 상황에서 나중에 살아남아 이 내용을 글로 쓰면 이 책을 읽게되는 누군가가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살겠지 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나고나서야, 어찌되었든 살아남은 후에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믿음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지를 깨닫해준다.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부분이 있다면 신이 내게 준 시련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부분이었다. 저자의 말처럼 심리치료사들은 자신에게 상처준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사과를 받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괴로워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잘못을 받아들이고 자신도 용서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에는 사죄의 단계를 거쳐야 비로소 회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후자의 경우는 어떨지 몰라도 전자의 경우 이미 사과받을 수 있는 대상이 세상에 없거나 그럴 환경이 도저히 불가능할 때 그 상처는 완전히 치유되기 어렵다. 이것이 일반적인 인간의 방법이라면 신의 방법은 다르다. 나에게 직접적으로 상처준 이가 아닌 다른 이를 통해, 혹은 다른 상황을 통해 치유받을 수 있는 신비로운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이다.


C.S 루이스는 그의 책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에서 마귀가 성도를 유혹하는 방법을 그의 조카에게 전수하는 31통의 편지에 풍자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성도들을 정신없이 바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정말 해야 할 중요한 일, 예배, 기도, 패밀리 타임, 독서 등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마귀의 전략입니다. 요즘 많이 바쁩니까? 정신없이 바쁘다고요? 혹시 마귀의 전략에 말려든 것은 아닌지요? 134쪽


비단 예배나 기도를 못하게 한다는 신앙생활을 방해하는 의미를 떠나더라도 가족에게서 멀어지게 하는 때에도 우리는 이것이 마귀의 전략은 아닌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돈을 벌어야 하니까, 공부를 해야해서 등의 이유로 현재의 내 가족에게 소홀히 하는 것, 내 마음을 돌보는 일을 뒤로 미루는 것, 그것이 진짜 미래의 나를 위한 일일까? 게다가 미래의 '나'를 위해 현재의 '나'를 꼼짝못하게 묶어두는 것이 진정행복한 일일지도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이 책은 지금껏 읽어왔던 책들에 비해 기독교적인 분위기가 강하게 드러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오히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누구에게라도 해당되는 중요한 조언들이다. 어떤 일이 닥쳤을 때 당장의 상황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이 일들이 내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차분하게 생각해보는 것, 나 혼자만이 아닌 이웃을 돌아보는 것, 내게 주어진 감사하고 행복한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헤아려보는 등의 일들이 그러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차분하게 일기에 남겨보는 것 등이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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