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나온 암탉 (반양장) - 아동용 사계절 아동문고 40
황선미 지음, 김환영 그림 / 사계절 / 200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전에 현석이한테 이 책을 선물로 사 준 적이 있다. 대학 생활할 때였는데, 교수님이 수업 시간 중간에 우연히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고(좋은 책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해주시던 교수님이었다. 좋은 교수님이라기엔 물음표였지만.) 좋은 책일 것 같다는 생각에, 당시 심심한 상황이었던 현석이에게 이 책을 주었다. 그러고 나서 나도 빌려 보려고 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이렇게 시간이 흐르고 내가 빌려보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음 아플 정도로 좋은 책이었다. 동물들의 동화로 이야기되는 어떠한 것에 대한 은유와 상징에 대한 이야기를 할 필요도 없이, 이야기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아름다웠다. 잎싹은 암탉이며, 잃어버린 꿈이며, 희망이며, 바람이며, 또 우리의 어머니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어머니가 떠오른다. 더 이상 어떠한 사족을 달아야 할지 모르겠다. 

 

저녁을 먹는데 계란을 먹기 죄스러워지긴 또 오랜만이다. 사람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문학이 가장 위대한 문학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꾸로 읽는 세계사 - 개정판 거꾸로 읽는 책 3
유시민 지음 / 푸른나무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과거 유시민의 존재를 정치인으로만 알아왔는데, 이 책을 통해 그가 이렇게 좋은 책도 많이 썼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은 19세기 말~20세기 후반부까지의 세계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훑는다. 그리고 그 사건들을 보는 시각은 이 책이 출간된 당시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시각이었다. 하지만 그 시각은 극히 올곧은 시각이다. 시대적으로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를 생각해보면 당연히 빨갱이 책이라고 공격받았을 거란 생각이 드는데(서문에도 그렇게 써 있고) 실은 그렇지 않다. 극히 상식적인 시각의 책일 뿐이다. 단지 돌아가던 세상이 비상식적이었을 뿐. 

 

저자는 특별히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어떠어떠한 주의라는 사상적 이데올로기보다는 시대사적 흐름을 읽고 사건을 분석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옳고 그름을 가려낸다.(가려낼 수 없는 문제들도 많겠지만)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며 역사를 알게 된다. 역사를 알게 된다는 것은 곧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지혜를 얻는다는 것이고, 교훈을 얻는다는 말이다. 다만 그러기까지는 너무도 쉽지 않은 제반 문제들이 있기 때문이다. 

 

역사는 아이러니의 연속이다. 나치에 의해 형언할 수 없는 박해를 받아온 유대인들은, 어느새 나치와 같은 가해자가 되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박해한다. 우리는 과거 제국주의 침략을 별 것 아닌 일로 미화하는 일본인들을 욕하면서, 베트남 전쟁에서 비슷한 일을 되풀이 하는 우리 자신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킨다. 이미 지난 일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역사는 언제나 반복되기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올곧은 생각과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다. 쉬운 일이었다면 인류는 이러한 걸음을 하지 않았을 거다. 

 

놀라운 사실은 유시민이 이 책을 통해 쓴 이야기들 대부분은 아직도 문제가 되고 있는 것들이다.(진행중인 것들이다.) 흑인은 여전히 차별받으며, 일본은 여전히 사죄하지 않고, 미국은 여전히 전쟁을 벌이며, 핵폭탄은 없어지지 않았다. 심지어 독재자의 딸은 정당한 선거를 거쳐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 한다. 믿기 힘든 일들이 너무도 많이 일어나 오히려 우습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나는 유시민의, 인류의 희망을 보았다. 3차 대전의 코앞까지 간 긴장의 상황 속에서 수많은 대중들은 전쟁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고, 또 이루어 냈다. 거대 미국의 침략에 끈질기게 저항한 베트남은 승리했다. 틱광둑 스님은 초인적인 인내로 분신공양을 해 전쟁을 멈추게 했다. 인류는 아주 하찮고 잔악하지만, 도무지 같은 인류라고 생각할 수 없는 어떤 종류의 사람들은 너무도 숭고하며 아름답다. 핵전쟁을 막기 위해 시위를 하던 부녀자들이 철조망에 자신들이 사랑하는 것들-예쁜 옷과 가족의 사진, 꽃 등-을 걸었던 구절을 읽는 순간 코끝이 찡해졌다. 

 

부디 세계사와 국사를 필수적으로 가르쳤으면 좋겠다. 한 국가의 수준에서가 아니라 한 인류의 수준에서 말이다. 어쨌건 나도 아직까지는 세계는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믿고 있다. 믿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 마니아 컬렉션 15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과거 푸코의 진자를 진자 힘들게 읽었던 기억이 있었는데, 사람이란 망각의 동물이라 그런지 도서관에서 무언가에 홀리듯 에코의 책을 다시 빌렸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책이라 쉽게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에코의 수필은 마치 더글러스 애덤스나 빌 브라이슨처럼 아주 재치 넘치고 재미있다. 하지만 에코 수필의 학문적 깊이에 대해서는 그 두 사람은 따라오지 못할 벽이 있다. 그리고 그 벽은 독자들도 넘기 힘들다. 

 

초반부 일상적인 소재들에 대한 수필에서는 즐거움을 느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소재가 깊어지며 독서는 버거워진다. 눈을 글을 좇아가지만 머리에는 들어오지 않는다. 고통이 시작된다. 꾸역꾸역 읽어 페이지만 넘겨 마지막에 다다라서 겨우 다 읽었다고 생각하고, 더 많은 지식을 쌓기 전까지는 에코의 책을 읽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순간 역자의 말에서 다음과 같은 문장을 만난다. 

 

"에코는 자기의 글이 어렵다고 말하는 독자들을 오히려 <매스미디어의 <<계시>>에 힘입어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에 길들여 있는 사람들>로 여깁니다."

 

그게 바로 접니다. 에코의 글은 너무도 어려웠다. 수많은 각주(나중엔 본문보다 각주의 양이 많아진다.)의 도움을 받아도 터무니없이 어렵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리고 에코의 글은 어떤 학문에 대해 설명하기보다는 그 학문을 전제 조건(기본 지식)으로 가지고 있어야 읽을 수 있는 종류의 글이다. 후반부는 정말로 읽기 힘들었다. 

 

혹여나 오해가 있을까 한 마디 덧붙이는데 나는 절대 에코의 글을 까는 것이 아니다. 이해하지 못한 글에 대해서는 비평도 뭣도 없는 거다. 아직 그의 책을 받아들이기엔 내 지식이 너무도 부족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일야화 5 열린책들 세계문학 140
앙투안 갈랑 엮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너무나 익숙하게 알고 있던 고전을 정본으로 접하는 것은 작은 감동을 준다. 춘향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등등은 내가 알고는 있지만 원본을 찾아서 읽지는 않았던 작품이다. 하지만 그런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면 난 그것들에 대해 어느 정도 ‘아는 체’를 하게 될 것이다. 지적 허영이란 그런 것이고, 그렇게 아는 척을 한하는 것은 이름도 들어보지 않은 아예 모르는 작품보다 더욱 위험하다. 그렇기에 너무도 유명한 고전들은 오로지 내가 직접 그 책을 찾아서 정독을 한 뒤에야 온전히 내 것이 된다. 그런 다음에 만나게 되는 고전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우리 자신에게 있어 정말로 큰 의미를 갖게 된다. 

 

천일야화 5권을 읽으며 가장 반가웠던 이야기는 역시 알라딘과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이야기다. 그 중에 알리바바의 갈등과 해소가 반복되는 특유의 이야기는 어느 정도의 줄거리를 알고 있다 해도 아주 흥미롭다. 아니, 오히려 그 상관관계와 이야기의 흐름을 보다 정확히 알 수 있어 더욱 재미있다. 특히나 천 년도 넘는 시간 전에 쓰여 졌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플롯은 너무나 훌륭하다. 알고 있고, 유명하다는 것을 제외하고 냉정하게 봐도 1~5권까지 중 가장 잘 짜여진 이야기가 알리바바의 이야기였다.(셰에라자드와 칼리프의 액자틀 플롯을 제외한다면. 아무리 생각해도 이 책에선 셰에라자드와 칼리프의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다.) 반대로 알라딘의 이야기는 단조로운 구조로 이야기가 흘러가 다소 지루하다. 놀라웠던 것은 알라딘의 중국에 있는 나라 출신이라는 것. 우리가 상상하는 알라딘의 모습은 디즈니가 만들어 낸 모습이고, 실제의 알라딘은 우리와 비슷하게 생겼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놀랍기만 하다.  

 

어느덧 한 권씩 읽다보니 많기만 했던 이 책도 마지막에 가까워진다. 마음먹고 독서를 시작한 지 한 달이 넘어가는데, 슬슬 집중력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 같다. 이제부턴 지구력 싸움이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책을 읽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연의 음악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3월
평점 :
품절


간만에 폴 오스터의 책을 읽고 싶어져서 빌렸다. 책을 많이 읽으려고 결심하고 요즘 노력하는 중인데, 의무감에 의해 책을 읽는 일도 나쁘지 않지만-의무감에 책을 읽는 일도 꽤 즐겁다-역시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기쁨은 따라가지 못한다. 첫 줄을 읽는 순간 익숙한 폴 오스터식 문체와 함께 나는 조금 감동했다. 

 

늘 그렇듯 이번 작품도 폴 오스터는 어떤 한 장면과 한 순간을 위해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이런 저런 재미있는 이야기를 정신없이 좇다보면 어느 순간 탁 트인 언덕에 올라선 듯 한 기분을 느끼게 되는데, 거기가 바로 폴 오스터가 쓰고 싶어 하던 이야기였다는 것을 우린 깨닫게 된다. 이번 작품은 역시 나쉬와 포지가 벽을 쌓게 되는 부분이 그가 생각한 ‘그리고 싶은 장면’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그 장면에 가서도 이 작가는 교훈을 말하지 않는다. 그는 그냥 자신의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나열할 뿐이다. 그리고 난 오스터의 그러한 불친절한 친절이 너무나 좋다. 그래서 오스터를 읽는지도 모르겠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미국이지만 오스터의 책을 읽다보면 언제나 생생한 미국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그 자신밖에 쓰지 못하는 문체로 많은 이야기를 하는 이 작가와 동시대를 산다는 건 무척 즐거운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